유엔의 기후 전문가들이 모인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 간 협의체'(IPCC)는 2021년 8월부터 올해 9월에 이르기까지 차례대로 '제6차 평가보고서'(AR6)'의 '제1실무그룹'(WGⅠ: Working Group 1), '제2실무그룹'(WGⅡ: Working Group 2), '제3실무그룹'(WGⅢ: Working Group 3)을 발간하고 마지막으로 '종합보고서'(SYR)의 발간을 예고했다.
제6차 평가보고서는 오는 18일까지 이집트 샤름 엘 셰이크에서 열리고 있는 '제27차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회의'(COP27)와 내년부터 열리는 당사국 총회에서 본격적으로 검토되는 '파리협정 이행점검(1st Global Stocktake)'의 평가 기준으로 중요한 역할을 담당하게 된다.
기후변화 오적응 해결하는 기후 탄력적 개발
2015년 파리협정에서 세계 각국은 지구 평균기온의 상승을 억제하기 위해 2050년까지 완전한 탄소중립을 실현하고 2030년까지는 온실가스 배출량을 45% 감축하기로 제안했다. 또 각국은 2050년 탄소중립 달성을 위한 중간 목표로 '국가 온실가스 감축목표'(NDC, Nationally Determined Contributions)를 설정해 IPCC에 제출했다. 한국도 '기후위기 대응을 위한 탄소중립·녹색성장 기본법'(탄소중립기본법)의 시행과 국제 동향 등을 고려해 지난해 NDC 목표를 높여 다시 제출했다.
현재 COP27에서는 러사아와 우크라이나의 전쟁으로 인해 에너지 대전환에 대한 실현 가능성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지만, 전문가들을 여전히 현재의 위기를 재생에너지로 전환하는 계기로 삼아야 한다고 강조하고 있다. 전쟁과 같은 돌발 사건으로 그동안 쌓아온 기후변화 대응 노력들이 무너지지 않고 계속해서 유지 및 개선될 수 있기 위해선 통합적인 적응 계획과 실행 노력이 필요하다.
AR6 WG2 보고서에서는 기후변화 회피와 적응을 위한 노력들로 인해 의도치 않게 온실가스 배출이 증가하거나 복지가 감소되는 등 부정적인 결과를 초래할 수 있는 '오적응'(maladaptation)의 문제를 지적했다. 또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방안으로 기후변화 적응 노력에 대한 평가를 통해 기후변화 완화 및 적응의 방향성을 계속 모니터링하고, 지속 가능한 발전으로 나아가는 '기후 탄력적 개발'(CRD, Climate Resilient Development)이라는 개념을 제시했다.
기후 적응 및 완화를 위한 '통합 시나리오 플랫폼' 개발
기후 탄력적 개발을 위해서는 지역 및 분야별 기후변화 완화·적응 방안을 수립·이행하고, 이를 평가하고 환류할 수 있는 능동적인 체계를 위한 연구개발이 필요하다.
환경부는 제6차 평가보고서(AR6) 제2실무그룹(WGⅡ)에서 언급한 사회경제 시나리오를 토대로 국토-환경계획과 연계할 수 있는 시나리오 개발 연구에 투자를 결정했다. 이에 한국건설기술연구원을 비롯한 녹색기술센터, 뮤레파코리아, 나노웨더, KIT밸리, 경상국립대학교로 구성된 'AR6 통합 시나리오 연구단'의 산·학·연 전문가들이 'AR6 기반 기후변화 적응사회를 위한 통합(사회·경제·기후·정책 연계) 시나리오 및 SDGs 평가기술' 개발 연구에 참여하고 있다. 이를 통해 지자체 중 기후변화 취약성과 산업적 영향력이 큰 울산, 서산, 순천 지역을 대상으로 기후적응 통합 시나리오를 개발해 평가하고, 정책 수립에 대한 최적화 방안을 수립할 수 있도록 지원할 계획이다.
이런 기후변화 리스크에 따른 기후변화 적응 및 완화 정책을 수립하기 위해서는 해당 지역에 최적화된 기술을 매칭해 줄 수 있는 '그린테크허브'가 중요한 역할을 할 수 있다. 더불어 그린테크허브에서 제공된 지역 맞춤형 솔루션이 지역의 사회·경제에 미치는 영향을 시·공간 단위로 분석해 오적응의 발생 또는 효율성이 떨어지는 임계점에서 새로운 그린테크 솔루션을 제공받고 활용할 수 있는 통합 시나리오 플랫폼 개발이 중요하다.
'AR6 통합 시나리오 연구단'이 추진하고 있는 통합 시나리오 플랫폼의 성공적인 개발을 통해 IPCC의 차기 기후변화 평가 보고서에 대표 사례로 소개되고, 세계 각국의 기후변화 적응 정책을 평가하는 대표 도구로 활용될 수 있게 되길 기대해 본다.
글=손민수 한국건설기술연구원 박사
정리=남도영 기자 hyun@techm.kr
<Who is...> 손민수 한국건설기술연구원 박사
손민수 박사는 서울대학교 농경제사회학부 지역정보전공 BK조교수를 역임하고, 현재 한국건설기술연구원 수석연구원으로 남북한인프라특별위원회 한반도인프라협력팀 팀장을 맡고 있다. 위원회에서 북방(북한) 인프라 특화기술 개발과 한반도 인프라 연계 전략 수립에 대해 연구와 환경부 국가연구개발사업으로 ‘AR6 기반 기후변화 적응사회를 위한 통합(사회·경제·기후·정책 연계)시나리오 및 SDGs 평가기술’ 개발 연구 책임을 맡고 있다. 주요 연구 분야는 공간 집중에 대한 경제 및 불경제효과, 지속가능한 정책·계획·기술의 가치평가 등이다.
관련기사
- [탄소중립과 혁신Ⅱ] (1)글로벌 녹색성장 위한 '테크허브' 전략이 필요하다
- [탄소중립과 혁신Ⅱ] (2)암울한 경제전망, 이보다 더 심각한 기후위기…지속가능한 성장 열쇠는 '그린테크허브'
- [탄소중립과 혁신Ⅱ] (3)대한민국 R&D의 중심 대덕특구와 '글로벌 그린테크허브'
- [탄소중립과 혁신Ⅱ] (5)살아있는 기후기술 실험실 '리빙랩'
- [탄소중립과 혁신Ⅱ] (4)글로벌 그린 스타트업 투자 트렌드와 녹색 성장
- [탄소중립과 혁신Ⅱ] (6)그린테크 스타트업 키우는 유럽…'연결'에서 답을 찾다
- [탄소중립과 혁신Ⅱ] (7)'그린테크 플랫폼' 구축을 통한 탄소중립 실현
- [탄소중립과 혁신Ⅱ] (8)배스 퇴치에서 얻은 지혜, 탄소중립에 쓰일 해법
- [탄소중립과 혁신Ⅱ] (9)기후위기 극복, 이제는 지방정부 역할에 달렸다
- [탄소중립과 혁신Ⅱ] (10)'그린 유니콘' 키우는 붉은 수탉 '라 프렌치 테크'
- [탄소중립과 혁신Ⅱ] (11)기후변화와 식량안보 동시에 해결하는 '영농형 태양광'
- [탄소중립과 혁신Ⅱ] (12)K-그린테크, '글로벌 녹색금융' 타고 세계 무대로 가자
- [탄소중립과 혁신Ⅱ] (14)기후변화 대응의 법제도적 변화를 이끄는 과학기술
- [탄소중립과 혁신Ⅱ] (15)기후위기 대응, '홍익'의 정신이 필요하다
- [탄소중립과 혁신Ⅱ] (16)탄소중립 실천을 위한 ICT 융복합 환경교육
- [탄소중립과 혁신II] (17) 지속가능한 식량 생산, 저탄소 농업기술이 필요하다
- [탄소중립과 혁신II] (18)도시 국가 싱가포르의 녹색 혁신
- [탄소중립과 혁신II] (19)탄소중립을 향한 새로운 돌파구, 초광역권 연결하는 '메타버스'
- [탄소중립과 혁신II] (20)탄소중립 실현을 위한 국가 과학기술 R&D
- [탄소중립과 혁신II] (21)'脫 플라스틱'을 통한 탄소중립 순환경제 사회로의 전환
- [탄소중립과 혁신II] (22)베트남 호치민시의 '녹색교통' 위한 스마트 공유 자전거 시스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