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벅스 능가하는 주문앱 환경... 전체 매장 50여개 중 70%가 강남구 밀집
대리운전 플랫폼 1위 사업자가 운영... IT 기반으로 고객 의견 빠르게 수렴

바나프레소 강남역점 전경/사진=김임수 기자
ㅡ바나프레소 강남역점 전경/사진=김임수 기자

#스타벅스 고객 끌어들이는 초저가 커피

#바나프레소 한잔이면 나도 강남 피플

#알고 보니 IT 플랫폼계 숨은 고수


강남역 12번 출구 정류장에서 내리면 꼭 향하는 곳이 있다. 핑크색 토끼 앰블럼에 입구에서 반기는 바나프레소라는 커피 전문점이다. 앱을 통해 미리 주문한 아이스 라떼 한잔을 들고 나오면 '오늘도 분주한 강남 직장인의 하루'로 세팅되는 기분이 든다. 바나프레소는 단순한 '빅사이즈 저가 커피 브랜드'가 아니다. 실제 경험해 보니 곳곳에 인사이트가 숨겨진 하나의 플랫폼이었다.


강남역 점령한 핑크색 토끼... 스타벅스 지능 탑재


바나프레소는 2018년 시작한 저가 대용량 커피 전문점이다. 그러나 이 구역의 큰 형님인 '빽다방'처럼 작은 평수의 테이크아웃 매장이 아닌 좌석과 콘센트를 갖춘 어엿한 커피 전문점의 모습을 갖췄다. 최근 오픈한 강남역점은 뉴욕 그랜드센트럴역에서 인테리어를 적용해 웅장함마저 자아낸다. 바나프레소의 전체 매장수는 고작 50여곳으로 600여곳이 넘는 빽다방과 비교하면 10분의1도 안 된다. 그럼에도 모든 매장이 코로나19의 영향을 비웃기라도 하듯이 이용객들로 인산인해를 이룬다.

바나프레소를 이용하면서 가장 놀라운 것은 앱의 완성도다. 주문부터 결제까지 헤매지않고 한번에 해낼 수 있다. 스타벅스의 사이렌오더 시스템과 견주어도 손색이 없을 정도로 철저하게 벤치마킹했다는 느낌마저 든다. 스타벅스에서는 할 수 없는 얼음 양 조절이 가능하고 심지어 내 앞에 어떤 메뉴가 만들어지고 있는지까지 보여준다. 매장을 방문하면 모든 정보가 디스플레이에 표시돼 바리스타에게 말을 걸 필요도 없다.

바나프레소 앱 구동 화면과 출점 위치
바나프레소 앱 구동 화면과 출점 위치

지도를 열고 '바나프레소'를 검색하면 또 한번 놀라게 된다. 강남역과 역삼역을 잇는 테헤란로를 따라 무려 11곳이 입점해 있기 때문이다. 출점 방식마저 스타벅스의 공식을 그대로 따르고 있다. 통상 프랜차이즈의 경우 출혈 경쟁을 막기 위해 일정 거리를 두고 매장을 열지만 스타벅스는 상권이 활성화된 곳에 여러 매장을 동시 출점해 상권을 점령하는 방식을 사용한다. 자본력과 자신감이 없이는 따라할 수 없는 이런 방식으로 바나프레소는 강남역 부근에 스타벅스와 대등한 점포수를 이뤘다. 현재 전체 매장의 70%가 강남구에 밀집해 있고, 지역을 조금씩 확장하는 중이다.

한 광고대행사의 온라인마케터는 "스타벅스 충성 고객들이 빽다방과 같은 초저가 커피 브랜드를 선호하지는 않지만 바나프레소는 거리낌없이 찾는 것은 동일한 고객 경험(CX)을 느낄 수 있기 때문"이라면서 "단순히 저렴한 가격으로 승부하는 것이 아니라 브랜딩과 고객 경험이라는 영역까지 더한 것이 요즘 바나프레소가 핫한 이유"라고 전했다.


3년내 매출 500억 목표... 믿는 구석 있었네


바나프레소의 저력이 저절로 만들어진 것은 아니다. 바나프레소를 운영하는 바나플에프엔비의 모회사는 바나플이라는 곳이다. 바나플은 대리운전 시장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는 '로지소프트'를 운영하는 곳이다. 이 시장에 있어서는 모빌리티 업계의 대기업인 카카오모빌리티보다 영향력이 큰 곳이다. 물류 플랫폼을 통해 발생하는 막대한 영업이익과 노하우를 F&B 사업에 활용하는 중이다.

사진=로지소프트 홈페이지 화면 캡처
사진=로지소프트 홈페이지 화면 캡처

바나프레소가 강남 상권에 자리잡을 수 있었던 것은 모회사의 '총알'과 함께 스타트업의 빠른 실행력까지 갖췄기 때문이다. 현재 가맹사업자 모집 없이 모든 매장을 직영으로 운영하는 것도 단순히 커피 전문점이 아닌 하나의 플랫폼으로 만들겠다는 포부가 엿보인다. 이들이 밝힌 '3년내 500억 매출 목표'가 결코 허황돼 보이지 않는 이유다.  마지막으로 성남시 판교에 근무하는 한 스타트업 개발자의 말을 들어보자.

"바나프레소는 태생이 IT 스타트업이라 고객 의견을 반영한 앱 개선 속도가 무척 빠르다. 만일 가맹사업을 하면 퇴사하고 뛰어들 의향이 있다. 하루빨리 판교에도 출점해 줬으면 좋겠다."

 

김임수 기자 imsu@techm.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