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P모건도 골드만삭스도 해요 
#국내선 디지털자산 통제권 쥔 '키' 관심↑ 
#KB국민 "초기 단계예요ㅠㅠ... 관심 부담" 


미국의 JP모건체이스, 골드만삭스등 글로벌 금융 기업들은 꽤 일치감치 '디지털자산' 시대를 맞이할 준비를 했다. 이러한 흐름을 감지한 일부 국내 은행들도 이것저것 기술검증을 진행해 왔다. 그리고 올 초 KB국민은행이 디지털자산 관련 특허 출원을 신청한 것이 뒤늦게 알려지면서 블록체인 업계로부터 큰 주목을 받았다. 국민은행은 아직 너무나 초기 단계라 조심스러운 입장을 보였지만, 블록체인 업계는 전통 금융으로서 국민은행의 선제적 준비 움직임이 참 궁금하다.  

/ 사진=특허청 
/ 사진=특허청 

해외선 이미 시작 


해외 굴지의 금융기관들은 일찍이 디지털자산 시장에서 입지를 강화하려는 움직임이 있었다. 이에 대해 시장은 IT 기업의 금융업 진출이 더욱 가시화되면서 기존 금융 기업들은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전환)으로 생존하려 할 것이고, 그 가운데 금융 기업들이 강점을 살려 디지털자산 시장에서 우위를 점하려 하는 움직임이 일어나고 있는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지난해 2월 미국 4대 은행 중 하나인 JP모건체이스는 자체 가상자산 'JPM코인'을 발행한다고 발표했다. JPM코인은 미국 달러와 1대1로 연동되는 스테이블 코인이며, '쿠오롬'이라는 자체 블록체인 플랫폼에서 운영된다. 

비트코인의 등장에 JP모건의 최고경영자(CEO) 제레미 다이먼은 비트코인을 사기라고 폄하했지만, 블록체인은 실재하는 기술이라고 입장을 바꿨다. JP모건은 JPM코인을 통해 자사 기업 고객들 간 결제 및 청산 등에 도입할 것으로 보인다. 

디지털자산 시장에 뛰어든 주요 금융기관들 / 사진=SK증권 보고서
디지털자산 시장에 뛰어든 주요 금융기관들 / 사진=SK증권 보고서

SK증권은 지난해 보고서를 통해 '골드만삭스' 행보에 주목했다. 일찌감치 '기술기업'이라고 선언한 골드만삭스는 가상자산 플랫폼 '써클'과 지갑을 제공하는 빗고에 투자했다. 지난해 6월 블룸버그에 따르면 데이비드 솔로몬 골드만삭스 CEO는 "화폐나 자산을 블록체인 상에서 거래 가능한 디지털 형태의 계약으로 변환하는 '토큰화'에 대해 광범위한 연구를 진행 중"이라고 밝힌 바 있다. 

이외에도 지난해 말 글로벌 금융그룹 ING도 가상자산 커스터디 사업에 뛰어들었으며, 자산운용사 피델리티는 자회사 '피델리티 디지털자산'을 통해 기관투자자 고객용 수탁 서비스를 운영하고 있다. 일본 최대 투자은행 노무라홀딩스도 커스터디 사업을 위한 자회사 코마이누를 보유하고 있다. 

이 같은 점을 들어 지난해 SK증권 한대훈 연구원은 "우리나라 은행과 증권사들도 저금리 시대 장기화에 따른 수익성 악화, 수수료 인하 경쟁으로 발생한 브로커리지 수익 비중 축소와 수익성 악화를 피부로 느끼고 있다"며 "국내 은행 입장에서는 수탁 서비스(커스터디)를, 증권사 입장에서는 증권형토큰(STO)을 살펴보고 준비할 필요가 있다"고 진단했다.  


'키 커스터디'에 관심보였던 KB국민-신한은행 


디지털자산 시장에 관심을 보인 국내 은행이 없었던 것은 아니다. 신한 KB국민 KEB하나 우리은행 등 4대 시중은행은 '블록체인' 기술에 대한 관심을 보였다. 이 가운데 '디지털자산'으로 무언가 하고 있다고 알려진 은행은 KB국민은행과 신한은행이다.

지난해 6월 KB국민은행은 디지털자산 보호기술을 가진 아톰릭스랩과 업무협약을 체결하고 관련 개발을 해왔다. 당시 양사는 디지털자산 보호기술 등을 공동으로 연구하며 디지털자산 분야의 신규 사업 발굴에 적극 나서기로 했다. 이와 함께 양사 기술력을 결합한 디지털자산 관리서비스도 개발할 것으로 밝힌 바 있다. 디지털자산 사업 관련 KB국민은행 ' IT기술혁신센터'에서 담당하고 있다. 

아톰릭스랩 측은 "앞으로 디지털자산이 늘어나는 시대가 올텐데, '뱅킹(Banking)업 비즈니스모델(BM)이 이를 어떻게 맞이해야 할지에 대한 준비가 필요하다'는 부분에 국민은행과의 공감대가 있었다"고 말했다. 양사는 '키(key)'에 주목했다. 이 관계자는 "기존 전통시장에서 커스터디는 '실물'을 보관해 주는 업이었는데, 자산이 '디지털'화 되면 (자산을) 어떻게 보관하고 관리해야 할지를 판단해야 하는 문제가 있다"며 "결국 '디지털 자산'을 접근하고 통제권을 제공하는 '키'에 주목하고, 아톰릭스랩 기술을 이용한 기술검증을 진행했다"고 설명했다. 

신한은행 또한 '키'에 주목했다. 지난해 신한은행은 그라운드X와 헥슬란트와 협업해 디지털자산에 접근할 수 있는 '블록체인 개인 키 관리 서비스' 개발에 참여했다. 당시 신한은행 관계자는 "개인 신용정보나 의료정보, 게임 아이템 등 데이터 자산도 접근할 수 있는 키 보관 서비스로 보면 된다"고 밝힌 바 있다. 신한은행 역시 기술검증을 마친 상태다. 

한대훈 SK증권 연구원은 "신뢰감 있는 기관들이 신용을 가장 잘 활용할 수 있는 커스터디를 시작으로 시장에 진입하고 있는 것"이라며 "커스터디가 디지털자산 시장에서 '플랫폼' 역할을 할 수 있다고 기대되는 만큼 기존 금융기관이 디지털자산 관련 첫 사업 수단으로 선택하기엔 가장 좋은 카드"라고 분석했다.  


국민은행 'KBDAC' 상표 출원에 관심... "아직 준비단계"


다만 아직 비트코인이나 이더리움과 같은 가상자산과 비유동성 자산(부동산 등)을 디지털화해 유동화 가능케 하는 디지털자산에 대한 법적 정의가 완성되지 않았다. 가상자산의 제도화 법안인 '특정 금융거래정보의 보고 및 이용 등에 관한 법률(특금법)' 개정안이 통과됐지만, 법 적용 대상 '가상자산' 범위가 시행령에서 구체화돼야 한다. 개정안에 따르면 가상자산은'전자적으로 거래 또는 이전될 수 있는 가치의 전자적 증표'라고 정의돼 있다.

앞서 KB국민은행은 금융위원회 금융규제샌드박스 사전 수요 조사에 의견을 제시한 바 있다. 또 추후 혁신금융서비스(금융규제샌드박스)에서 디지털자산 관련 서비스가 지정될 가능성을 대비해 상표권을 사전에 확보하자는 측면에서 올 초 'KBDAC'라는 상표를 출원하기로 했다고 KB국민은행 관계자는 설명했다. 

KB국민은행은 지난 1월 말 'KBDAC'라는 상표 출원을 했다. 상표명인 KBDAC의 DAC는 디지털 자산 커스터디(Digital Asset Custody) 약자다. 특허청에 등록된 내용에 따르면 가상통화 관련 통화 거래업부터 디지털 자산과 원화 정산업, 투자 및 운용업 등이 포함됐다. 

이와 관련 국민은행 측은 디지털 자산 사업을 당장 하겠다는 측면보다 (디지털 자산) 미래를 대비하고 준비하는 단계라는 입장이다. 국민은행 관계자는 "디지털자산 커스터디에 실무적으로 검토 중에 있지만 아직 초기 단계"라며 "커스터디 관련 주요 블록체인 기업들과 협업 및 소통하고 있다"고 말했다. 당장 시장에 뛰어들어 서비스를 제공하겠다는 것이 아닌, 디지털 자산 시장을 준비하고 대비하는 차원에 더 가깝다는 것이다. 

국민은행과 신한은행 사내 엑셀러레이팅 프로그램에 들어가 있는 국내 한 블록체인 업계 관계자는 "시중은행이 실제 디지털자산 관련 커스터디 등 관심 높지만 특금법 시행령이 아직 안 나와 있어 기다려보자는 입장"이라며 "미국과 중국 등 주요국에서 디지털화폐 발행 얘기가 나오고 있어 미리 관련 기업들과 관계를 맺어 두려는 움직임은 있지만, 시행령이 나와야 은행들의 관련 사업도 구체화돼 나올 수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 

실제 신한은행 또한 지난해 블록체인 기업들과 '블록체인 개인 키 관리 서비스'의 기술검증은 끝난 상태지만, 상용화는 아직 불투명하다. 2018년 신한은행은 기술 검증 차원에서 블록체인 기반 디지털 자산 보관 서비스인 ‘모바일금고 서비스’ 개발을 마쳤으며, 지난해에도 그라운드X와 헥슬란트와 함께 개인 키 관리 서비스의 기술 검증도 끝냈다. 

신한은행 관계자는 "기술검증은 끝난 상태이지만, 이를 상용화시키기에는 법률 정비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문정은 기자 moon@techm.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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