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월5일부터 연예뉴스 댓글 잠정 중단·인물 연관검색어 폐지

 

 

#사회적 책임 실현 나선 포털 #연예뉴스에서 사라진 댓글창 #트래픽 보단 연예인 인격 보호 먼저


지난해 10월 14일, 한 어린 연예인의 비극적인 죽음이 온라인에 만연한 '악플'에 다시 한 번 경종을 울렸다. 그동안 하수구에 오물 쏟아지듯 사회에 만연한 증오가 댓글이란 통로로 너무 쉽게 내뱉어져 나왔다. 오염된 말들을 뒤집어 쓴 개인은 인격과 명예에 큰 상처를 입었다. 특히 늘 대중 앞에 서야 하는 연예인들이 가장 쉬운 표적이 되곤 했다.

◆"부작용 인정"... 연예뉴스 댓글 폐지 칼 먼저 뽑아든 카카오

같은 달 25일, 카카오에서 긴급 기자회견을 요청했다. 이른 아침부터 영문도 모른채 판교 카카오 오피스로 모인 기자들 앞에 여민수 조수용 카카오 공동대표가 나타났다. 두 대표는 플랫폼 기업의 사회적 책임을 위해 뉴스와 검색 서비스를 전면 개편하겠다고 발표했다.

이 자리에서 카카오는 연예 뉴스 댓글을 잠정 폐지하고 인물 키워드에 대한 관련 검색어도 제공하지 않겠다고 선언했다. 댓글에서 발생하는 인격 모독 수준이 이미 도를 넘어섰다는 판단이었다. 여민수 조수용 대표는 "시작은 건강한 공론장을 마련한다는 목적이었지만, 지금은 그에 따른 부작용 역시 인정하지 않을 수 없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문제가 있다고 덮어놓고 폐지하는 게 답인가에 대한 이견도 있었다. 댓글창은 기사로 전해진 소식에 대해 자신의 생각이나 느낌을 자유롭게 남기고 다른 사람과 공유할 수 있는 민주적인 소통 공간이다. 댓글 자체는 이미 콘텐츠의 한 종류로 독자적인 문화를 형성하고 있다. 이용자들은 때론 기사 내용보다도 댓글을 보는 데 더 많은 시간을 할애하기도 한다.

하지만 대중들은 카카오의 방침에 수긍했다. 한국언론진흥재단 미디어연구센터의 설문조사 결과 성인 1000명 중 80% 이상이 연예뉴스 댓글 폐지를 지지했다. 악플 문제는 인터넷이 대중화된 이후 계속해서 공론장을 따라다니던 숙제였다. 이미 부분적인 개선만으론 약발이 듣지 않는 상황이다.

이후 10월 31일 다음 연예뉴스에서 댓글창이 사라졌다. 같은해 12월 23일에는 인물에 대한 관련 검색어도 폐지됐다. 더 이상 연예인들이 자신의 이름 뒤에 'OOO 성형전' 'OOO 전남친' 등의 관련 검색어를 꼬리표처럼 달고 다니지 않게 됐다.

◆1위 포털 사업자의 고민... 결국 댓글 폐지 용단 내린 네이버

네이버는 카카오의 행보를 바라보며 좀 더 신중한 입장을 취했다. 중단이나 폐지보다는 인공지능(AI) 등 기술적 보완을 통한 개선에 집중하겠다는 게 기본 방침이었다.

카카오는 명분을 앞세워 움직일 수 있었다. 하지만 네이버는 포털 시장에서 카카오와는 비교하기 어려운 영향력을 갖고 있다. 포털 트래픽을 통한 광고수익은 여전히 네이버를 먹여 살리는 주요 수익원이다. 네이버 댓글은 그 자체가 하나의 여론으로 언론에 미치는 영향력도 막강하다. 자칫 댓글을 막았다가 표현의 자유를 침해한다는 비난 여론에 부딪힐 위험도 있다.

하지만 지난해 11월 24일, 故설리에 이어 그의 절친 故구하라마저 안타깝게 세상을 떠나며 네이버도 연예뉴스 댓글을 폐지하라는 요구가 쏟아졌다. 표현의 자유와 인격권 보호 사이에 한참을 고민하던 네이버는 지난 19일 비로소 용단을 내렸다.

네이버 뉴스 서비스를 총괄하는 유봉석 전무는 이날 연예뉴스 댓글을 잠정 폐지하고 인물명에 대한 연관 검색어 서비스를 중단한다고 밝혔다. 그동안 기술 솔루션과 강화된 정책으로 문제를 해결해 보려 총력을 기울였지만, 온갖 사생활까지 기사를 통해 다뤄지는 연예인 개개인의 인격권 침해 문제를 더 이상 눈 감기 어렵다는 판단이었다.

유 전무는 "현재의 기술적 노력만으로는 연예인들의 고통을 해소하기에는 아직 부족함을 인정한다"며 "연예 정보 서비스의 구조적인 개편이 완료될 때까지 연예뉴스 댓글을 닫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이제 악플 안 봐준다"...기술 정책적 수단 총동원

오는 3월5일 연예 기사 댓글 서비스와 인물 연관검색어가 네이버에서 사라진다. 이와 함께 네이버는 연예 정보 서비스 자체를 스타의 개인적 근황이나 사생활에 대한 과도한 관심을 불러 일으키는 콘텐츠 대신 실제 활동의 결과물인 작품 중심으로 소통할 수 있는 공간으로 탈바꿈하겠다고 약속했다.

네이버와 카카오는 연예뉴스 뿐만 아니라 전체 뉴스 서비스에 대한 악플 차단 수단도 강구하고 있다. 네이버는 AI 기술 기반으로 악플을 잡아내는 '클린봇'을 더 강화한 '클린봇 2.0' 적용을 준비 중이다. 클린봇 2.0 엔진이 적용되면 '욕설 단어 중심'에서 '문장 맥락'을 고려한 판단으로 악성 댓글 판단 방식이 개선돼 비속어 외에도 모욕적인 표현이나 무례한 댓글까지 탐지할 수 있게 된다.

카카오는 최근 댓글 관련 정책을 강화해 앞으로 악플로 신고를 당한 이용자는 반복 횟수와 표현 수위 등에 따라 최대 영구정지에 이르는 댓글 작성 제한을 받게 된다. 욕설이나 비속어 외에도 차별·혐오 표현도 제재 대상이 된다. 또 댓글을 보기 싫은 이용자는 스스로 댓글창을 접어두거나 특정 이용자의 댓글이 보이지 않도록 차단하는 기능도 도입한다.

이처럼 카카오와 네이버가 악플 차단에 과감히 나섰지만 배출구가 막힌 이들이 다시 어디로 스며들지 예측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이미 페이스북, 인스타그램 등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통해서도 연예인들을 향한 인격모독과 명예훼손, 성희롱 등이 만연한 것으로 알려졌다. 악플을 막는 데 그칠 게 아니라 악플러가 만연하지 않도록 인터넷 공론장 문화를 개선하는 노력도 함께 시작할 시점이다.

남도영 기자 hyun@techm.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