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SK텔레콤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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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상현실(VR) 기기에 대한 국내외 관심이 크게 늘고 있다. 그간 높은 가격과 콘텐츠 부족 등 가성비가 떨어진다는 이유로 외면받던 VR이 최근 5세대(5G)가 상용화되고 VR 기기 성능이 개선되면서 다시 주목받게 된 것. 특히 최근 페이스북의 혼합현실(MR) 기기인 '오큘러스 퀘스트2'가 이용자들 사이에서 입소문을 타면서 해외 뿐만 아니라 국내에서도 흥행가도를 달리고 있다. 

8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SK텔레콤은 '오큘러스 퀘스트2'를 지난 2일 출시한 뒤, 약 3일 만에 1만대가 넘는 물량을 판매한 것으로 추정된다. 글로벌 판매량은 100만대를 넘어섰다. 


100만대 이상 팔렸다... 오큘러스 퀘스트2 '고공행진'

"오큘러스 퀘스트2는 지금까지 출시된 제품 중 가장 빠르게 판매되고 있는 VR 헤드셋이다." 

콜란 수엘 페이스북 글로벌 세일즈 총괄 부사장이 한 말이다. 페이스북은 VR 투자를 확대, 관련 생태계를 구축하고 있다. 지난 2016년 마크 저커버스 페이스북 최고경영자(CEO)는 "VR은 차세대 소셜 플랫폼이 될 것이며, VR을 통해 서로 다른 장소에 있어도 같은 광경과 경험을 공유하게 될 것"이라고 말한 바 있다. 

지난해 10월 출시된 오큘러스 퀘스트2는 페이스북의 VR 콘텐츠용 헤드마운티드 디스플레이(HMD) 기기다. PC나 스마트폰 없이 VR 헤드셋만 머리에 착용하면 사용할 수 있다. 퀘스트2 국내 판매가는 부가세 포함 41만4000원이다. 기존에는 제대로 된 VR 기기를 사려면 100만원 이상 비용이 필요했다. 가격이 절반 이하로 뚝 떨어진 것이다.

사양과 성능 측면에서도 기존 제품 대비 향상됐다. 1440X1600 픽셀인 퀘스트1에 비해 퀘스트2는 1832X1920 픽셀로 해상도가 높아져 VR 게임을 제대로 즐길 수 있게 됐다. 해상도를 높여 화면이 뿌옇게 보이는 현상이나, 어지러움을 최대로 줄인 것이 장점이다. 

업계에서는 오큘러스 퀘스트2가 국내 VR기기 대중화의 마중물이 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실제 온라인 커뮤니티 등에서는 오큘러스 퀘스트2를 구매한 이용자의 호평이 이어지고 있다. 한 이용자는 "VR 기기를 처음 써보는데 신세계다, 방구석에서 느끼는 공간감이 신선하다"며 "장난감의 느낌이 아니라 완성도가 아주 높고, 몰입도가 상당하다"는 후기를 남겼다.

SK텔레콤의 자회사 11번가 관계자는 "오큘러스 퀘스트2는 11번가 채널에서만 1차 판매에서 3500만대가 완판됐고, 완판까지 대략 만 3일 정도 걸린 것으로 보인다"며 "2차 판매는 설 연휴 이후에 진행 예정"이라고 전했다. 


신축년, VR-5G 대중화 원년될까

그간 VR은 5세대 이동통신(5G) 생태계의 마중물로 꼽히며 기대를 한 몸에 받아왔다. 구글과 페이스북, 삼성전자, 이동통신 3사 등 대기업 뿐만 아니라 중소기업들도 팔을 걷어붙이며 VR 시장 개척에 나섰다. 하지만 이용자들의 마음을 사로잡기에는 한계가 잇따랐다. 

VR AR 사업을 지속해나가지 못하고 폐업하거나, 그만두는 업체도 증가했다. 한국콘텐츠진흥원에 따르면 휴대용 VR 기기의 확산이 더딘 탓에, 게임을 비롯한 문화 콘텐츠-의료 산업계가 아니라 주로 관광지 등에서 체험 하는 콘텐츠로 소비되면서 VR 시장이 침체된 모습을 보여왔다.

PwC의 VR·AR 성장 전망 /자료=PwC
PwC의 VR·AR 성장 전망 /자료=PwC

하지만 오큘러스 퀘스트2 출시와 함께 VR 기기가 확산되고 핵심 VR 콘텐츠와 소프트웨어, 고도화된 네트워크가 마련되면서, VR 시장도 다시 활기를 띌 것이라는 기대감도 커지고 있다. 글로벌 컨설팅 업체 PwC에 따르면 전세계 VR·AR 시장은 지난 2019년 464억 달러(51조9355억원)에서 오는 2030년 1조5000억 달러(1678조9500억원)로 30배 이상 증가할 것으로 보인다. 

정부도 VR·AR 산업 확산을 위해 공을 들이고 있는 모습이다. AR과 VR 콘텐츠는 5G 시대 '킬러 콘텐츠'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정부는 이달 초 '2021년 디지털콘텐츠산업 육성 지원계획'을 발표, VR·AR 등 가상융합기술 산업 육성을 위해 2024억원 규모의 예산을 투입한다고 밝혔다. 이로써 VR 산업 등이 더욱 발전할 수 있는 발판이 마련됐다는 반응이 나오고 있다. 


애플-이통사도 VR 생태계 확장 중

내년에는 애플도 VR 헤드셋을 내놓는다는 소식이 들려오며 시장의 기대감이 높아지고 있다. 애플은 지난 수년간 관련 기술을 개발해왔고, 이미 수많은 특허를 보유하고 있다. 내년 VR 헤드셋을 시작으로 본격적인 제품 출시가 이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앞서 JP모건은 관련 보고서를 통해 애플 VR 헤드셋이 6개의 카메라 렌즈와 라이다(LiDAR) 센서를 장착한 형태일 것으로 예상했다. 이와 함께 IT 전문지 디인포메이션은 12개 이상의 카메라와 고성능 시선 추적 기술, 8K 디스플레이 등의 사양을 갖춘 MR 헤드셋을 예상하기도 했다. 가격은 무려 3000만달러(약 335만원)에 이를 것이란 전망도 나왔다.

애플의 VR 헤드셋 예상 이미지. / 사진 = 맥루머스
애플의 VR 헤드셋 예상 이미지. / 사진 = 맥루머스

이통사들도 최근 AR· VR 생태계 확장에 속도를 내고 있다. 먼저 SK텔레콤은 오큘러스 퀘스트2를 구매한 고객이 '크레이지 월드 VR', '프렌즈 VR월드' 등 게임을 올 상반기 내 이용할 수 있도록 할 계획이다. 또 올 하반기에는 SK텔레콤의 '점프VR' 플랫폼도 이용할 수 있게 될 전망이다. 

KT는 무선 독립형 VR 서비스 '슈퍼VR'에 인테리어와 명사 강연 등 생활 밀착형 콘텐츠 라인업을 강화하며 서비스 영역 확대에 나섰다. 인기 아이돌이나 스타들을 VR AR로 제작해 실감형 미디어 콘텐츠와 실시간 생중계나 라이브 팬미팅도 인기다. 

LG유플러스는 현재 국내 통신사 가운데 가장 많은 AR VR 콘텐츠를 확보하고 있다. 특히 지난해 9월에는 글로벌 7개 기업이 함께 만든 5G 콘텐츠 연합체 'XR 얼라이언스'를 만들고, 첫 의장사를 맡았다. 

LG유플러스 관계자는 "올해 실제 우주에서 촬영한 영상을 U+AR이나 U+VR, U+모바일tv 등으로 공개할 예정"이라며 "올해 2~3분기 쯤에는 글로벌 5G 콘텐츠 연합체의 킬러콘텐츠를 만나볼 수 있을 것"이라고 전했다.

김경영 기자 management@techm.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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