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카오엔터테인먼트 자회사 '스튜디오좋'
남우리·송재원 공동대표 및 한상진 팀장 인터뷰

# 잘 만든 광고가 곧 콘텐츠가 된다

# 커머셜 IP 스튜디오 '스튜디오좋'

# 비법은 잘 만든 스토리와 세계관 


'볼 게 넘쳐나는 시대'

요즘 시대를 표현할 때 자주 등장하는 말입니다. 수많은 미디어 채널 속에서 눈길을 사로잡는 무언가는 특별합니다. 콘텐츠 파도 속에서 간혹가다 모습을 드러내는 진주같달까요. 광고도 예외는 아니죠. '디지털 유목민'들에게 재미를 주는 하나의 콘텐츠로서 소비되고 있기 때문입니다.

기발한 광고가 곧 콘텐츠가 되는 시대, 혜성처럼 등장한 곳이 있어요. 바로 '스튜디오좋'입니다. 이곳은 '빙그레우스', '소비패턴', '미원의 서사' 등 내놓는 프로젝트마다 화제의 중심에 섰죠. 차별화된 세계관과 스토리텔링으로요. 최근 선보인 현대모비스 캠페인은 한달만에 1000만 조회수를 기록하며 인기몰이 중입니다. 스튜디오좋이 단순한 광고 회사가 아닌 '커머셜 지식재산권(IP) 스튜디오'라는 별칭이 붙은 이유이기도 하죠.

잘 만든 광고 하나, 열 콘텐츠 부럽지 않다는 것을 몸소 입증한 것 같은데요. 이에 기자는 스튜디오좋을 이끄는 두 분의 공동 대표님 남우리 크리에이티브디렉터(CD)와 송재원 감독, 그리고 함께 프로젝트를 만들어온 한상진 팀장(AE)께 직접 물었습니다. "콘텐츠, 잘 만드시는 비결이 도대체 뭔가요?"

 

/그래픽=디디다 컴퍼니 제작
/그래픽=디디다 컴퍼니 제작

 


전략가와 지휘관, 한솥밥 먹으며 일해요

Q. 간단한 자기소개 부탁드립니다.

한상진 팀장: 기획 총괄을 담당하고 있습니다. 프로젝트 기획 및 제안, 클라이언트와 커뮤니케이션 등을 실행하는 '전략가'로 불러주시더라고요.

남우리 CD:  저는 아이디어와 기획 전반을 담당하고 있고요. 제작물의 크리에이티브를 담당하는 일종의 '지휘관'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송재원 감독: 저는 '현장 지휘관'이자 '사령관'으로 봐주시면 좋을 것 같아요. 연출 및 촬영 등 제작물을 실제로 구현하는 일을 맡고 있습니다.

Q. 스튜디오좋의 차별점은 무엇인가요.

남우리 CD: IP 프로젝트 기획부터 제작까지 모두 한다는 점이죠. 보통 클라이언트가 광고 회사에 의뢰하면, 광고 회사에서 기획을 하고 프로덕션에 연출 및 제작을 맡겨요. 이를 포스트 프로덕션이 넘겨 받아 편집 등 후반작업을 하죠. 하지만 스튜디오좋은 이 모든 과정을 한 곳에서 진행하죠.

좋은 아이디어는 기획단에서만 나오지 않아요. 전략, 연출, 편집 등 다양한 지점에서 샘솟죠. 서로 다른 주체가 작업하게 되면 아이디어 단절이 발생할 수 있죠. 스튜디오좋은 언제 어디서 아이디어가 만들어져도 이를 즉각 반영할 수 있어요. 한솥밥을 먹다보니 각자의 작업 과정에 대한 이해도도 높죠.

한상진 팀장: 현재 40여명의 구성원이 크게 세 파트로 나눠져 협업하고 있습니다. AE(기획)팀은 클라이언트와 소통하며 프로젝트 기획 및 제안 등 '판'을 만드는 역할을 해요. 실무적으로 매체 캠페인을 담당하고, 마케팅·브랜딩 계획을 짜는 등 AP 역할도 수행하고 있습니다.

송재원 감독: 크리에이티브팀은 CD 및 카피라이터, 아트디렉터가 속해 있어요. 연출팀은 디렉터, 조감독, 프로듀서 등이 함께 일하죠. 포스트 프로덕션엔 모션 그래픽 디자이너, 그래픽 디자이너, 캐릭터 디자이너, 편집자 등으로 직무가 구성돼있습니다. 모든 직군이 한 회사에 몸 담고 있는 것이죠.

Q. 세계관을 잘만드는 비법도 궁금해요.

남우리 CD: 정답이라곤 할 수 없지만 저만의 방법은 클라이언트에 '빙의'하는 것이죠. 그분들의 생각이 곧 세계관이라고 생각해요. 클라이언트는 본인 제품이 대한민국에서 가장 위대하고 중요하길 바라죠. 예를 들면, 비타민 음료수 한 병으로 대한민국 국민들의 피로가 싹 풀리는 세상을 꿈꾸는 것이에요.

클라이언트가 원하는 세상을 충실하게 구현하고자 하면 재밌는 아이디어가 떠오르더라고요. 그분들만큼 제품에 대해 잘 아는 분도 없으니까요. AE분들이 대표님과 실무진의 생각, 회사의 문화 등 클라이언트의 마음을 철저하게 분석해서 오세요. 크리에이터 팀은 이를 재료 삼아 그분들의 머릿속을 만들죠.

한상진 팀장: 클라이언트와 스킨십을 많이 해요. 미팅 때가면 공기의 흐름까지 읽으려고 노력하죠. 기획안을 보내고, 피드백을 듣는 과정을 여러번 반복해요. 완벽하게 마음에 드는 것을 찾을때까지 말이죠. 클라이언트의 눈빛이 반짝반짝하게 빛나는 순간, '아 이 기획이구나!'하는 확신이 든답니다.

송재원 감독: 사실 모든 기업은 이미 세계관을 갖고 있다고 생각해요. 제품을 시장에 내놓았고, 소비자들의 선택을 받고 있으니까요. 기업이 추구하는 방향성과 상품성이 존재한다는 의미죠. 저희는 여기에 집중해서 소비자들이 동의하는 콘텐츠와 캠페인을 만들어가는 역할을 하는 셈입니다.

또 광고를 향한 시선이 시대에 따라 달라진 점도 새로운 기회가 되는 것 같아요. 과거에는 기업의 이야기가 전면에 드러나는 것을 '광고색이 짙다'며 거부감을 느끼는 반응이 있었지만, 요즘은 또 아니거든요. 광고일지라도 재미가 있다면 호응하고 열린 마음으로 즐겨주시죠. 커머셜 콘텐츠로요.

(왼쪽부터) 한상진 팀장, 남우리 CD, 송재원 감독 /사진=카카오엔터테인먼트 제공
(왼쪽부터) 한상진 팀장, 남우리 CD, 송재원 감독 /사진=카카오엔터테인먼트 제공

 


MZ세대 한 데 모여 '유연하게 만들죠'

Q. 다양한 채널을 활용하고 계시죠.

한상진 팀장: TVC, 소셜미디어(SNS), 브랜딩 등 매체 구분 없이 콘텐츠를 만들고 있어요. 매체는 이용자와 가장 맞닿은 지점이죠. 콘텐츠의 장점을 극대화하는 방향으로 채널을 선정하고 있어요. 쌍방향 소통이 잦은지, 콘텐츠 재상산이 이뤄지는 지 등 이용자 콘텐츠 소비 특성을 고려해요.

송재원 감독: '유연함'을 가져가려고 해요. 애니메이션, 게임, 실사 촬영 등 경계 없이 제작하는 것이죠. 홈페이지를 만든 적도 있습니다. 추억의 캐릭터 '홀맨'의 대행을 맞았을땐 '홀맨의 불량없는 굿즈 공장'을 열고, 불량 굿즈를 가려내는 게임을 만들기도 했어요. 기억에 남아요. 

분명한 것은 형식을 특정하게 되면은 기획에 제한이 생긴다는 점이에요. 실제로 구현하지 못할까봐 기획에서 포기하는 일이 없었으면 해요.

남우리 CD: 소통이 빠르게 이뤄진다는 점도 도움이 돼요. 서로의 작업 과정을 너무 잘 이해하고 있거든요. MZ세대 구성원들이 모여 '판'을 벌이고 있기 때문에 요즘 친구들의 소통 문법에도 이해가 밝아요. 87년생부터 2000년생까지 구성원들 모두 MZ세대에 속하죠.

스튜디오좋이 기획한 '홀맨의 불량없는 굿즈 공장'
스튜디오좋이 기획한 '홀맨의 불량없는 굿즈 공장'

 

Q. 유연함이 스튜디오좋의 강점이네요.

남우리 CD: 맞아요. 기획부터 제작까지 한 회사에서 이뤄지기 때문에 언제 어디에서 좋은 아이디어가 생각나도 바로 반영할 수 있죠. 최근 진행한 현대모비스 캠페인은 감독님이 아이디어를 내셨어요. 기술을 '필살기'로 표현하자는, 기획의 핵심을 만들어준 것이죠.

송재원 감독: 현대모비스가 가진 500개 이상 기술은 모두 좋은 재료지만, 일반 사람들이 봐서는 단박에 이해하기 어려울 수 있어요. 이때 어린시절 보던 영웅 이야기, 스포츠 만화가 문득 떠올랐어요. '슬램덩크' 만화 속에서 운동 기술이 필살기로 등장했을때 확 이해되고, 오래 기억에 남잖아요.

이런 방향으로 연출 아이디어를 내니 모두가 동의해주셔서 빠르게 진행될 수 있었죠. 모든 프로젝트 시작점은 다양해요. 연출일수도 있고, 기획일수도 있죠. 스튜디오좋의 '삼위일체' 시스템은 변화된 매체환경과 콘텐츠 흐름에 대응하기에 아주 훌륭한 체계라는 생각을 종종하곤 합니다.  

Q. 카카오엔터 식구가 되셨는데 달라진 점도 있을까요.

한상진 팀장: 세계관 IP를 보여주는 창구가 다양해졌다는게 좋아요. 카카오엔터에겐 정말 다양한 채널이 있죠. 카카오톡, 멜론, 카카오웹툰, 카카오페이지 등 당장 생각나는 채널만해도 한가득입니다. 콘텐츠 특성에 맞게 활용할 수 있는 채널이 늘어났다는 점은 AE에게 굉장히 매력적으로 다가와요.

남우리 CD: 카카오엔터는 정말 자율성을 보장해요. 또 IP 프로젝트 진행 과정에서 힘든 점이 있다면 언제든 의논할 수 있는 든든한 식구가 돼주고 있어요. 콘텐츠 제작 외의 소모적인 고민이 덜어지는 것이죠. 덕분에 커머셜 IP 확장 등 본연의 작업에 에너지를 더 쏟을 수 있게 된 것 같아요.

/그래픽=디디다 컴퍼니 제작
/그래픽=디디다 컴퍼니 제작

 


좋대로 만든 콘텐츠 '넷플릭스행' 꿈꿔

Q. 가장 기억남는 프로젝트를 꼽아주세요.

한상진 팀장: 모든 작업물이 소중하지만, 하나만 꼽자면 빙그레와 함께한 '어느 날, 슈퍼콘이 돋았다. 여름이었다'입니다. 강력한 아이디어가 지닌 힘을 실감했기 때문입니다. 이 프로젝트는 딱 두 마디로 기획이 완성됐어요. "슈퍼콘을 소비자들과 친숙하게 만들겠다. 배우 이마에 슈퍼콘을 딱 붙이는 것이다."

모두가 공감하는 강력한 '한방'이었던 거죠. 클라이언트도 이 두 마디를 듣고, 프로젝트 기획과 방향이 명확하게 그려지셨나봐요. 소비자들에게 제품이 지닌 이미지가 어떻게 소구될지 직관적으로 느끼게된거죠. 크리에이티브는 그 어떤 논리와 시장 분석보다 강력하다는 것을 다시금 체감한 순간이었죠. 

남우리 CD: T1과 함께 했던 '클레브 캠페인'이요. 전 그 캠페인이 스튜디오좋 세계관 IP의 시초라고 생각해요. 소재는 '램(RAM)'이었어요. 램은 빛이 나잖아요. 감독님이 이러한 특성에 맞춰 '빛쏴서 멋있는거 찍자'고 이야기를 했죠. 아이디어를 얻었고, T1을 빛이 가장 중요한 아이돌로 설정하게 됐어요.

'페이커'가 손바닥으로 얼굴을 반쯤 가린 뒤 "불 좀 꺼줄래? 내 램 좀 보게" 대사를 뱉는거죠. "하루만 네 본체의 램이 되고 싶다" 등 맛깔나는 대사들이 더해져 하나의 세계관이 완성됐어요. 이 캠페인은 아직도 조회수가 늘어나고 댓글이 활발하게 달려요. '1일 1클레브'한다는 유행어도 생겨났죠. 이걸 지켜보며 '세계관은 되는 구나'하는 자신감이 생겼고, 빙그레 캠페인으로도 연결됐죠. 어찌보면 지금 우리 회사를 만들어준 캠페인이라고 생각해요.

송재원 감독: '삼양라면 캠페인'을 꼽고 싶어요. 삼양은 60년 역사를 지닌 기업이에요. 한국 최초의 라면을 만든 곳이죠. 대표님과 이야기를 나눌 일이 종종 있었는데, 느낀 것은 그분에게 회사와 라면이 곧 인생이더라는 것이었어요. 캠페인, 정말 진심을 다해 만들어야겠구나 생각이 들었죠.

'라면의 재발견', '삼양 60년 역사' 등 다양한 자료를 수집하며 공부했어요. 재료가 많을 수록 과정은 흥미로워지죠. 클라이언트의 인생을 담으니, 결과물도 만족스러웠고요. 라면에 얽혀있는 수많은 이야기와 추억들이 소비자분들에게 고스란히 전해졌겠다 생각하니 정말 행복하더라고요. 

(왼쪽부터) '어느 날, 슈퍼콘이 돋았다. 여름이었다' '클레브 켐페인' '삼양라면 캠페인'
(왼쪽부터) '어느 날, 슈퍼콘이 돋았다. 여름이었다' '클레브 켐페인' '삼양라면 캠페인'

 

Q. 앞으로 진행하고 싶은 프로젝트도 있으실까요.

송재원 감독: 우리가 만든 커머셜 IP가 무한히 확장하는 것을 꿈꿔요. 넷플릭스 시리즈로 등장하거나 영화관에 걸리는 것도 가능하지 않을까 생각해요. 영화 등 콘텐츠에 투자하면 흥행을 통해 새로운 경제적 가치를 만들어내죠. 저희 클라이언트도 이같은 효과를 누리는 세상을 만들고 싶어요. 

남우리 CD: 저도 같은 생각이에요. 콘텐츠력을 높이면, 경제적 소비 효과를 만들어내는 것이 가능해져요. 그런 세상을 만드는 게 꿈이에요.

한상진 팀장: 콘텐츠가 스크린 안에만 있는 것이 아니라, 영상 외적으로 확장성을 가져가길 원해요. 가령 '빙그레우스' 세계관으로 연애 시뮬레이션 게임을 만들거나, 디즈니랜드처럼 거대한 세계관으로 넓히는 것 등이요. 소비자의 시각 뿐만 아니라 촉각, 청각 등 IP를 온몸으로 느낄 수 있게 하고 싶어요.

남우리 CD: 우리 사훈인 '좋대로 만드는게 이 시대의 광고다'를 지켜가야죠. '우리 회사 스타일이 이 시대의 스타일이다!' 믿음을 가지면서요. 

 

이영아 기자 twenty_ah@techm.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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