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트라이더 리그 역사를 살펴보면 개인전으로만 치러졌던 초창기, 팀전으로만 치러졌던 과도기, 그리고 개인전과 팀전이 모두 치러지는 지금으로 나뉩니다.

팀전과 개인전은 각기 다른 매력을 가지고 있습니다. 관전 포인트도 다르고, 경기가 펼쳐지는 양상도 다릅니다. 어느 경기가 더 재미있다고 말하기는 어렵습니다. 개인전은 스타탄생의 매개체이며, 팀전은 프로게임단 유치 및 유지를 위해 필요합니다. 그리고 '레전드'는 팀전과 개인전 모두를 잘하는 것이 필요합니다. 


문호준-유영혁, 레전드들의 특징

카트라이더 리그의 '레전드'로 불리는 선수는 문호준과 유영혁입니다. 두 선수 모두 오랜 기간 최고의 위치에 있었고, 팀전과 개인전 모두 우승했다는 공통점이 있죠. 

문호준과 유영혁 이후 레전드에 등극할 수 있는 후보군은 꽤 많습니다. 그중에서 가장 눈에 띄는 선수들은 박인수와 이재혁, 유창현 등이 있죠. 

문호준 DFI 블레이즈 감독/사진=중계화면
문호준 DFI 블레이즈 감독/사진=중계화면

하지만 아직까지 이들을 완벽하게 '레전드'라고 부르지는 않고 있습니다. 특히 우승 횟수도 많은 박인수와 이재혁이 아직도 '레전드' 반열에 끼지 못하고 있는 것은 바로 '반쪽짜리 최강'이기 때문입니다.


개인전에 강한 이재혁-팀전 최강 박인수

개인전으로만 놓고 본다면 이미 이재혁은 '레전드'입니다. 문호준 이후로 최초의 4회 우승, 2회 연속 우승을 달성한 선수이기 때문이죠. 하지만 이재혁은 아직 팀전에서 우승컵을 들어 올리지 못했습니다. 반대로 박인수는 팀전 우승의 경우는 이미 문호준을 뛰어 넘었습니다. 게다가 팀 에이스로서 팀전 우승에 항상 혁혁한 공을 세운 선수죠. 하지만 아직까지 개인전 우승 경력이 없습니다.

광동 프릭스 이재혁(왼쪽)과 샌드박스 게이밍 박인수/사진=넥슨 제공
광동 프릭스 이재혁(왼쪽)과 샌드박스 게이밍 박인수/사진=넥슨

정확히 반대의 이유로 두 선수는 스스로를 '레전드'로 칭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이재혁은 개인전 우승 후에도 항상 고개를 떨궈야 했고, 박인수도 개인전 우승이 이제는 너무나 절실한 상황입니다. 


간절함이 지나치면 초초함이 된다

간절하면, 그리고 열심히 노력하면 이뤄지기 마련인데 이상하게 승부의 세계에서는 이 공식이 통하지 않습니다. 뭐든 '적당히'가 필요합니다. '적당히' 간절하게 원해야지만 그 감정을 우승의 원동력으로 가져갈 수 있습니다. 지나친 간절함은 오히려 초초함이 되고, 이로 인해 선수들이 제대로 된 플레이를 하지 못하도록 만듭니다. 이재혁과 박인수가 그런 경우 입니다.

이재혁은 개인전에서는 죽음의 조에서 매번 1위에 등극합니다. 그는 1위를 원한 적도 없지만 그냥 자연스럽게 1위 자리에 오르죠. 개인전에 대한 욕심 없이 편안한 마음으로 게임에 임하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팀전에서는 어깨에 힘이 너무 들어가버립니다. 잘해야겠다는 욕심에 실수를 반복합니다. 개인전이라면, 절대 하지 않았을 실수를 말이죠.

2022 카트리그 시즌1 개인전 결승전에서 결정적 실수를 범한 박인수 경기 장면/사진=중계화면
2022 카트리그 시즌1 개인전 결승전에서 결정적 실수를 범한 박인수 경기 장면/사진=중계화면

박인수도 마찬가지입니다. 개인전 결승전만 가면 매번 사고에 휘말리고, 무리한 주행을 하다 혼자 실수하는 일이 많습니다. 보는 사람이 다 아쉬운 상황이 자주 연출되곤 하죠.

문호준과 유영혁의 뒤를 이을 선수가 박인수, 이재혁인 것만은 분명해 보입니다. 이 세명은 최근 모든 면에서 최강자 후보에 거론될만한 실력과 성적을 내고 있습니다. 두 선수 중 먼저 약점을 극복한 선수가 진짜 '레전드'로 등극할 것은 자명한 일입니다. '레전드'에게 헌정하는 카트라이더 게임 내의 카트 역시, 다음 타자는 두 선수 중 한명일 가능성이 높습니다.

언제쯤 새로운 레전드가 탄생하게 될까요. 이번 시즌에도, 다음 시즌에도 두 선수 중 누군가가 우승하기 전까지는 리그에 남겨진 숙제일 것 같습니다. 

이소라 기자 sora@techm.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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