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게이머들에게 궁극적인 목표는 오로지 우승입니다. 즉, 1위죠. 처음부터 2위가 목표인 프로게이머는 없을 것입니다. 모두가 1위를 하기 위해 엄청난 노력을 쏟아 붓습니다.

하지만, 카트라이더 리그 개인전에서는 조금 다릅니다. 대회 룰에 따라서 1위와 4위가 큰 차이가 없는 상태로 상위 라운드에 진출하기 때문입니다. 


4위 안에만 들면 되는 개인전

카트라이더 리그는 예선을 거쳐 본선에 진출한 선수들은 32강부터 시작합니다. 대부분 조4위 안에 들면 상위 라운드로 진출할 수 있습니다. 16강에서는 승자전, 패자전, 최종전으로 나뉘긴 하지만 어쨌건 어떤 경기에나 4위 안에 들면 결승에 골인할 수 있죠.

1위로 다음 라운드에 올라가는 것에 대한 헤택은 없습니다. 1위와 4위가 큰 차이가 나지 않는 것이죠. 그래서 선수들은 32강과 16강에서는 최대한 안정적인 주행을 한다고 알려져있습니다.

4위 안에만 들면 상위라운드에 진출할 수 있는 카트라이더 리그/사진=중게화면
4위 안에만 들면 상위라운드에 진출할 수 있는 카트라이더 리그/사진=중게화면

그냥 열심히 최선을 다하면 되는 것 아니냐고 반문할 수도 있지만, 사람의 에너지는 한정적입니다. 쉼없이 세달을 달려야 하는 리그인만큼 체력 안배는 필수입니다. 결승전에서 컨디션을 최고로 끌어 올리기 위한 전략인 셈입니다. 


공격적 주행의 대표주자 박인수

공격적인 주행의 대표주자는 박인수입니다. 박인수는 항상 1위를 하기 위해 거친 주행도 마다하지 않습니다. 그리고 대만 용병으로 한국에 들어온 '닐'도 공격적인 주행이 특징인 선수로 알려졌죠. 

공격적인 주행은 다른 선수들과 몸싸움을 피하지 않고 인코스 드리프트를 과감하게 하거나, 역전의 가능성이 조금이라도 있다면 놓치지 않고 파고드는 것을 말합니다. 

리브 샌드박스 박인수/사진=넥슨
리브 샌드박스 박인수/사진=넥슨

공격적인 주행은 치명적인 단점이 있습니다. 다른 선수들과 몸싸움을 하며 예기치 못한 사고에 휘말릴 수 있는 것이죠. 항상 우승권에 근접한 박인수지만, 유독 개인전에서 순위가 오락가락하는 것도 그의 공격적인 주행 때문이라고 분석됩니다. 


수비적인 주행으로 1위도 가능?

지난 24일 2022 신한은행 헤이영 카트라이더 리그 시즌2 개인전 최종전에서 대만 용병인 '닐' 리우창헝이 보여준 주행이 바로 '4위 안에 드는 주행'이었습니다. 

'닐'은 16강 2조 경기에서 상위권에 들어 당당히 승자전에 진출했지만 7위라는 초라한 성적표를 들고 나왔습니다. 매번 공격적인 주행이 통했지만 최강자들이 모인 승자전에서는 이것이 통하지 않았던 것이죠. 

인코스로 파고드는 공격적인 주행을 보여주는 박인수(검은색 카트)/사진=중계화면
인코스로 파고드는 공격적인 주행을 보여주는 박인수(검은색 카트)/사진=중계화면
상대 공격을 맞받아치치 않고 살짝 비켜주는 수비적 주행을 보여줘 1위를 유지할 수 있었던 '닐'/사진=중계화면
상대 공격을 맞받아치치 않고 살짝 비켜주는 수비적 주행을 보여줘 1위를 유지할 수 있었던 '닐'/사진=중계화면

'닐'은 고민에 빠졌습니다. 최종전에서 탈락하게 되면 그에게는 미래가 없기 떄문이죠. 그래서 '닐'은 처음으로 수비적인 주행을 하겠다고 마음 먹은 것 같았습니다. 평소 같으면 과감하게 파고 들었을 법한 상황에서도 침착하게 자신의 페이스를 유지하는 모습이었죠. 

즉, 1위를 위한 주행이 아닌 상위권 유지를 위한 주행을 선택한 것입니다. 덕분에 '닐'은 박인수를 제치고 당당하게 조1위를 차지했습니다. 아이러니하게도 1위 욕심을 버리니, 1위를 하게 된 것이죠.

'닐' 리우창헝/사진=중게화면
'닐' 리우창헝/사진=중게화면

카트라이더 리그는 8명과 경쟁하는 게임이지만, 결국은 나 자신과의 경쟁도 중요한 게임입니다. 그리고 공격할 때와 수비할 때를 적절하게 파악하는 것도 필요합니다. 이를 깨달은 듯한 '닐'의 결승전 행보가 더욱 기대되는 이유입니다.

이소라 기자 sora@techm.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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