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컬리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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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정 카테고리의 제품을 전문적으로 판매하는 '버티컬 플랫폼'들이 영역을 넓히고 있다. 패션, 명품, 식품 등 기존 분야에서 쌓은 고객 충성도를 기반으로 연계 상품군까지 외연을 확장하는 것이다. 대내외 경기 불확실성이 커지는 가운데 성장성과 수익성 확보, 두 마리 토끼를 잡겠다는 의지로 풀이된다.

9일 네이버의 한정판 거래 플랫폼 '크림'은 '리뉴드 테크' 카테고리를 개설했다고 밝혔다. 전문 검수 인력을 통해 엄격한 검수 및 상품화 과정을 거친 중고 전자제품을 파는 것이다. 첫 주자는 아이폰 13 시리즈다. 스니커즈 거래 플랫폼으로 출발한 크림은 패션, 가방, 명품 등 카테고리를 확장해왔다.

신선식품 전문몰로 유명한 컬리는 뷰티 사업에 뛰어들었다. 컬리는 새로운 카테고리 '뷰티컬리'를 열었다. '마켓’과 ‘뷰티’ 서비스를 한 번에 아우를 수 있게 서비스명도 '컬리'로 바꿨다. '에르메스 뷰티', '구찌 뷰티', '에스티 로더', '라 메르', '랑콤', '맥', '록시땅', '설화수', '헤라' 제품들이 입점돼 있다. 

에이블리는 패션 중심에서 홈데코, 핸드메이드, 뷰티까지 카테고리를 확장해 종합 라이프 커머스 플랫폼으로 도약하고 있다. 명품을 주력으로 하는 발란 또한 뷰티와 주얼리, 리빙 등 상품군을 확장하고 있다. 명품 커머스 머스트잇에는 삼성전자와 LG전자 등 프리미엄 가전과 뷰티, 패션 브랜드들이 입점했다.

이같은 움직임에는 이커머스 출혈 경쟁이 이어지는 상황에서 성장성을 높이고 수익성을 개선하겠다는 계산이 깔렸다. 올해 이커머스 시장 성장률은 9~12.9%로 추산된다. 지난해 이커머스 업체 평균 성장률이 약 20%였던 것을 생각하면 다소 성장이 둔화할 것이라는 예측이다.

증권가 한 관계자는 "지속적인 점유율 상승을 위해서 확장성을 모색하려는 움직임"이라며 "격화하는 이커머스 시장 경쟁에서 각 기업이 확보할 수 있는 경쟁력이 무엇인지 진가가 드러날 것이다. 이는 결국 각 기업의 기업가치(밸류에이션) 제고로 이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국내 이커머스 시장에 절대적인 강자가 없다는 점도 원인으로 꼽힌다. 와이즈앱에 따르면 지난 8월 국내 버티컬 플랫폼 이용자 수는 에이블리(638만 명), 오늘의 집(453만 명), 지그재그(381만 명), 무신사(356만 명), 마켓컬리(323만 명) 등이다. 한국 이커머스 소비율인 34%를 여러 플랫폼이 나눠가지는 양상이다.

카테고리 확장은 이용자의 쇼핑 만족도를 높이고, 하나의 앱 안에서 여러 제품을 구매할 수 있도록 해 '락인 효과'를 이끌 수 있다. 이은희 인하대학교 소비자학과 교수는 "전문몰은 특정 상품군 강화로 충성고객 확보가 유리하다"며 "다양한 상품으로 대중 접근성을 높이면 성장에 도움이 된다"고 언급했다. 

업계 한 전문가는 "이커머스 트렌드가 변화함에 따라 '버티컬 플랫폼'은 그 자체로 소비자들에게 새로운 경험을 안겨주는 하나의 문화가 되고 있다"며 "최근 이들은 전문몰의 특색은 살리면서, 이용자 충성도를 높이기 위한 방법으로 다양한 카테고리로 상품군을 늘려나가는 추세"라고 설명했다. 

이영아 기자 twenty_ah@techm.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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