⑦홍윤택 스페이스웨이비 대표

/사진=스페이스웨이비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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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설업이 아닌 제조업의 방식으로 공간을 만든다. 공장에서 주택을 만들고 현장으로 가져가 조립한다. 마치 자동차를 만드는 것처럼 말이다."

홍윤택 스페이스웨이비 대표의 말이다. 스페이스웨이비는 사업 아이템으로 '모듈러 건축방식'을 택했다. 공장에서 주택의 각 부분을 미리 만들고, 이를 레고처럼 조립해 공간을 구축한다. 이미 미국에서 32층 건물을 20일 만에 완성한 사례가 나오는 등 모듈러 방식은 건축의 새로운 패러다임으로 부상하고 있다.

건설업계의 테슬라. 마치 자동차를 만들듯 공장에서 공간을 제조하는 스페이스웨이비의 목표는 명확하다. 온라인 주문 제작, 로봇을 활용한 자동화 공정, 고객 편의를 높이는 사물인터넷(IoT), 소프트웨어 서비스 등 공간과 관련된 모든 경험을 혁신하는 것이다. 마치 자동차 산업을 혁신한 테슬라처럼 말이다.


건축 패러다임 바꾼 '모듈러 공법'

홍 대표가 모듈러 건축 방식에 주목한 이유는 시장성 때문이다. 유럽과 미국, 일본 등에서는 건설 인력 부족과 인건비 상승으로 인해 수십 년 전부터 모듈러 건축이 시장의 큰 축을 담당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북유럽에서의 모듈러 하우스 건축 비율은 50%에 육박하고, 일본과 독일은 20%에 이르며, 미국은 10%를 상회하는 등 모듈러 건축은 새로운 건설 방식으로 주목받고 있다. 이에 반해 한국은 글로벌 모듈러 건축 시장의 0.18%에 불과해 성장 여지가 높다.

"모듈러 건축은 생산 환경이 통제되는 공장에서 이뤄지기 때문에 기상이나 기후 등 외부환경에 영향을 받지 않는다. 또 동일한 부자재 사용, 품질 관리 등 표준화된 제조가 가능하다는 점이 큰 장점이다. 현장에서 발생하는 소음과 그에 따른 민원, 안전 및 하자 관리 등 건설 현장에서 과거부터 이어온 다양하고 복잡한 문제에서도 상대적으로 자유롭다. 게다가 최근의 친환경 흐름과도 맞닿아있다. 필요한 만큼만 부자재를 발주하고, 중장비 사용도 최소화하면서다."

홍윤택 스페이스웨이비 대표 /사진=스페이스웨이비 제공
홍윤택 스페이스웨이비 대표 /사진=스페이스웨이비 제공

스페이스웨이비의 대표 사업은 '웨이비룸'이다. 웨이비룸은 모듈러 공법으로 건축한 하우스로, 전원주택, 세컨하우스, 숙박시설, 연구소 등으로 활용할 수 있다. 공장에서 공정의 80% 이상을 수행한다. 날씨 등 외부환경 영향을 받지 않는 데다 토목공사와 동시 진행이 가능해 공사기간도 평균대비 20~50% 단축된다. 기본 웨이비룸 유닛(6평, 8평, 10평) 여러 개를 조합한 큰 면적의 주택도 얼마든지 지을 수 있다. 모듈 9개를 붙여 70평대의 주택을 만들기도 했다.

"경기 화성시에 (스페이스웨이비의) 모듈러 주택 공장이 있다. 골조팀, 배관팀, 내부 마감팀 등이 각각 수작업으로 모듈을 만든다. 아직은 수작업으로 공정의 전부를 이뤄내고 있지만, 생산성과 품질을 높이기 위해 자동 설계 및 로봇 제조 시스템의 도입을 준비 중이다. 현재는 50개 이상의 모듈을 동시에 제작할 수 있는 역량을 갖췄다. 사업을 본격화한지 1년 반 정도의 기간 동안, 56개의 프로젝트를 완료했다. 현재 계약된 대기 모듈 건수도 285개가 넘는다."

시공 사례가 쌓이는 만큼, 데이터 또한 축적됐다. 이에 회사는 개인 고객이 웹에서 견적 및 설계까지 하도록 디지털 전환을 이루는 것을 목표로 내걸었다. 내년 상반기 적용을 위해 최선을 다한다는 방침이다. 또 결합 방식 관련 8건의 기술 특허를 확보해뒀다. 누수는 물론이고 지진, 태풍 등 그 어떠한 외부 환경에서라도 안전하게 건설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물론 모듈형 건물도 조립 후 일반 건축물과 동일한 준공 검사를 받는다고 홍 대표는 강조했다.


글로벌 두드리는 스페이스웨이비

스페이스웨이비는 고객이 원하는 공간이면 무엇이든 구현하는 '커스터마이징' 방식으로 공간을 구축해왔다. 집 뿐만 아니라 다양한 프로그램의 공간설계 및 제작도 가능한 이유다. 실제 회사는 모듈러 주택 사업 '웨이비 룸' 외에 ▲수출용 접이식 주택 '웨이비 홈' ▲바퀴 달린 집 '웨이비 고' ▲로봇 바리스타로 유명한 '라운지랩'과 함께 이동형 모듈러 카페 '웨이비 엑스' ▲객실, 식당, 카페 등 부대시설을 갖춘 모듈러 호텔 '웨이비 야드' 등 사업도 추진중이다. 

"주거, 리조트, 펜션 단지 조성까지 사업을 확장하고 있다. 600평형 기숙사도 설계할 수 있을 정도로 기술력을 갖췄기에 가능한 일이다. 물론 가격 경쟁력도 확보했다. 평 단가 600만원 전후로 형성돼있다. 6평짜리 공간을 4000만원 수준에서 지을 수 있는 것이다. 현장 건축에 비해 15% 가량 저렴하다. 제작 기간은 2주, 설치 기간은 2~3일이면 충분하다. 3가지 기본 모듈을 어떻게 조립하느냐에 따라 차이가 있겠지만, 층수와 평수는 원하는 대로 구성 가능하다."

/사진=스페이스웨이비 제공
/사진=스페이스웨이비 제공

글로벌 진출도 계획하고 있다. 타깃 시장은 미국이다. 미국은 근래 잘 나가는 모듈러 하우스 제조 스타트업이 많이 생겼다. 모듈러 주택 수요가 빠르게 늘고 있는 덕분이다. 테슬라의 창업자 일론 머스크가 지난해 자신이 사는 모듈러 하우스 '박서블'을 공개하며 수요가 더욱 많아졌다. 스페이스웨이비는 가격 경쟁력이 충분하다는 자신감이 있다. 여러번의 유통망을 거치는 미국과 달리 한국은 유통망이 단순하고, 노무비가 미국에 비하면 훨씬 저렴하기 때문이다.

"미국과 호주 등에서 파트너십 관련 연락을 자주 받는다. 별도의 마케팅이나 홍보를 집행하지 않았는데도 그렇다. 현지 수요가 넘쳐나고 있다는 방증이다. 한국은 시공 단가가 저렴하면서도 내부 디자인과 마감 디테일이 훨씬 정교하다는 평을 받는다. 또 4계절이 또렷한 기후적 특성에 견디기 위해 자재 또한 견고하다. 현재 해외에서 대규모 단지 개발 프로젝트를 구상하고 있는데, 파트너사를 물색 중이다. 여러 곳과 논의하고 있어 곧 좋은 소식이 있을듯싶다."

궁극적으론 건설업계 테슬라가 되겠다는 포부다. 로봇을 투입해 자동화 공정을 만들어 생산성을 두 배 이상 끌어올리겠다는 의지다. 또 전기·가스·수도요금을 점검하는 등 집 관리 IoT 시스템 개발에 힘을 쏟는다. 현재는 조명 켜고 끄기, 현관문 열고 잠그기 등이 가능하다. 마치 자동차를 관리하듯 주문부터 설계, 관리까지 웹으로 '원스톱' 진행하고, 중고거래까지 할 수 있도록 플랫폼을 키우는 게 장기적인 목표다. 그날을 위해 오늘도 스페이스웨이비는 달린다. 

이영아 기자 twenty_ah@techm.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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