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지 영농형태양광 프로그램 착수식 /사진=코이카
피지 영농형태양광 프로그램 착수식 /사진=코이카

 

공적개발원조(ODA)는 개발도상국의 경제발전과 사회복지 증진을 위해 선진국이 지원하는 양허적 성격의 자금을 말한다. 오래전부터 다양한 방식으로 개도국에 지원돼왔으며, 1961년 OECD 개발원조위원회(DAC)가 창설되며 공식적인 개발원조개념이 자리잡았다. 2021년 기준 DAC 회원국가에서 지원한 ODA 금액은 약 186억달러(약 230조원)에 달한다.

한국은 한국전쟁 직후 맥아더 총사령관이 "이 나라가 재건되는데 최소 100년은 걸릴 것"이라고 말했을 정도로 참담한 상황이었지만, 광복 후 단 50년만인 1995년 세계은행의 원조대상국에서 제외돼 원조를 받던 국가에서 원조공여국으로 전환한 유일한 나라가 됐다. 2021년 기준 한국은 28.6억달러(약 35조원)을 개도국에 공여했으며, 이는 DAC 29개 회원국 중 15위이다. 한국정부는 지구촌 공동의 번영과 UN 지속가능목표인 SDGs 달성에 보다 더 기여하기 위해 2030년까지 ODA 규모를 두배 이상 수준으로 확대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그린 ODA'로 개도국 기후위기 극복

최근 개도국의 경제발전을 저해하고 생존을 위협하는 가장 큰 요인은 기후변화다. 아프리카, 남태평양, 동남아시아, 남미 등 전세계 대부분의 개도국은 기후취약국으로 지구온난화로 인해 극심해 지는 태풍, 가뭄, 해수면 상승 등에 따라 국가 존립 자체가 위협받기도 한다. 태평양 도서국이며 9개의 산호섬으로 이루어진 투발루는 매년 0.5cm 씩 물이 차오르고 있으며, 2100년 전에 전지역이 수몰될 위기에 처해 있다.

이에 따라 한국정부는 개도국의 기후위기 극복과 탄소중립 달성을 위해 2025년까지 28.1%의 ODA 예산을 그린분야에 사용하는 것을 전략목표로 삼고 적극적인 그린 ODA 사업을 펼치고 있다. 코이카(한국국제협력단)는 'Planet'을 핵심가치로 추가하고 기후행동 중기전략(2021~2025)을 수립했다. 또 2021년에는 국내 두번째로 유엔산하 국제기구인 녹색기후기금 이행기구로 선정돼 그린 ODA사업을 추진할 수 있는 재원 연계성이 크게 개선됐다.

한국은 심각한 기후위기에 처해있는 남태평양 군소도서국의 기후사업에도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있다. 피지 타베우니섬에 1MW급 태양광발전소를 공여하였고 오발라우섬에 GCF 승인사업인 4MW급 영농형태양광 사업 지원 등을 진행하며 피지 주요 섬의 탄소배출저감, 지속가능발전, 100% 신재생에너지섬 전환, 국가 NDC 목표달성 등 피지 기후정책 목표달성에 큰 기여를 하고 있다. 


그린 ODA는 '기후 외교관'이자 '기후기술 영업사원'

남태평양 군소도서국은 14개의 유엔 투표권을 보유한 국제 전략지역 중 하나이며, 미국, 중국, 호주, 일본 등 주요국은 영향을 늘리기 위해 각축전을 펼치고 있다. 코이카가 추진하는 그린 ODA 사업은 개도국이 처한 기후위기 극복과 정책목표 달성에 직접적인 효과를 창출함으로서 수혜국 정부 및 주민들에게 크게 환영받고 있다. 특히 주요국 사이에서 공여국으로서 존재감이 미미했던 대한민국의 브랜드가 태평양도서국 지역 구석구까지 그린의 이미지로 재정립 되고있다는 점도 주목된다. 최근에는 피지 및 태평양 도서국을 대상으로 신재생에너지 보급확산 및 역량강화 사업을 추진, 도서국 총리 및 주요장관 등을 면담하며 많은 투표권을 보유하고 있는 태평양 도서국을 대상으로 2030년 부산엑스포 유치외교전을 펼치며 '기후외교관'으로서의 역할을 톡톡히 하고있다.

최근 무역수지 적자가 심화되면서 새로운 수출상품과 지역에 대한 한계점이 노출되고 있다. 그린 ODA는 국내 우수한 기후기술을 보유한 스타트업 및 중소기업이 개도국 시장 진출에 대한 위험을 줄이고 수출지역을 확대할 수 있는 중요한 '기후기술 영업사원'으로 활용될 수 있다. 개도국은 자체적인 기후기술이 부족해 한국의 우수기술 진출은 그 나라의 표준이 될 수 있으며, 그린 ODA를 통한 개도국 기후사업지원은 자연스럽게 국내 기후기술이 진출할 수 있는 마중물이 된다.

피지 오발라우섬 4MW영농형태양광 사업의 경우 코이카의 피지전력청 및 농업부 대상 그린 ODA 지원을 바탕으로 국내 기후기술 스타트업 및 중소기업이 참여한 민자 발전사업화가 가능했고, 태평양 도서국 신재생 에너지 사업에 진출할 수 있는 초석이 됐다. 또 한국에너지공단의 경우 동남아시아 등지에 그린 ODA 사업으로 '신재생에너지 연계 전기 오토바이 이모빌리티 시범사업'을 국내중소기업과 협업해 잠재력이 큰 동남아시아 이모빌리티 시장 진출의 발판을 마련해 줬다.

이모빌리티 사업은 충전인프라 구축이 핵심이다. 앞으로 그린 ODA를 통해 국내의 우수한 전기차 충전기술에 신재생에너지를 연계해 개도국 정부기관에 무상설치하고 국산 전기차를 함께 정부기관 차량으로 보급하는 시범사업을 펼친다면, 그 상품이 각인되는 효과가 나타나고 국내 관련 기업의 해외진출 가능성은 크게 높아지게 된다. 

이처럼 그린 ODA는 개도국의 기후위기 극복, 탄소중립 등 개도국의 지속가능 발전을 위해 큰 효과를 창출할 뿐 아니라 국가브랜드 및 상품을 알리는 외교적 경제적 효과도 매우 높다. 때문에 앞으로 수출문제 극복을 위한 '그린뉴딜 ODA'로서의 적극적인 활용이 필요하며, 그린 ODA사업 초기 구상부터 국내 기후기술 기업들을 참여시켜 해외진출을 적극적으로 도모해야한다.

글=윤성 엔벨롭스 대표
정리=남도영 기자 hyun@techm.kr


<Who is> 윤성 엔벨롭스 대표이사

윤성 대표는 신재생에너지 사업개발 전문가로 기후변화 취약지역인 개도국 낙후지역에 신재생에너지 보급을 위한 소셜벤처 엔벨롭스를 운영하고 있다. 국내 최초로 녹색기후기금(GCF)으로부터 승인을 받은 피지 오발라우섬 4MWp 영농형 태양광 사업은 엔벨롭스가 KOICA와 함께 추진한 개발 협력 사업의 성과와 환경·사회적 임팩트를 인정받는 계기가 됐다. 현재 신남방 국가, 남태평양 등 개도국을 위한 신재생에너지, 이모빌리티 등 다양한 민관협력 글로벌 그린 뉴딜 프로젝트 개발을 진행 및 추진 중이며, 이를 통해 기후변화 저감 및 적응이라는 낙후지역의 시급한 문제를 작게나마 해결해 나가려 노력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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