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 8월에 스켈터랩스에 입사했다. 당시 실리콘밸리의 잘나가는 스타트업들의 조직문화를 국내 조직에 녹여보려는 노력과 관심이 많은 시기였다. 스켈터랩스를 이끄는 조원규 대표님이 구글 출신이고, 구성원들의 자율을 기반으로 성숙한 조직문화와 뛰어난 기술력으로 인정받는 회사여서 합류했다."

이명화 스켈터랩스 HR 매니저의 말이다. 스켈터랩스는 조원규 대표가 2015년 설립한 인공지능(AI) 분야 스타트업이다. 조 대표는 1999년 미국 실리콘밸리에서 다이얼패드를 창업한 '벤처 1세대'이며, 구글코리아에서 연구개발(R&D) 총괄 사장을 역임한 뒤 스켈터랩스를 창업했다.

스켈터랩스는 '우수한 인재들은 자율적인 문화에서 더 많은 성과를 낸다'는 조원규 대표의 믿음에서 출발한 '커미티(committee)' 문화로 유명하다. 스켈터랩스 구성원들은 커미티(자발적 참여로 만들어진 운영 위원회)를 통해 중요 의사 결정이나 기업문화 전반 등을 직접 결정하고 꾸려나가고 있다.  


우수 인재들과 '커미티' 문화로 시너지

스켈터랩스는 AI 기술 회사 답게, 전체 인원 약 50명 중 50% 이상이 엔지니어로 구성돼있다. 이 매니저는 스켈터랩스가 AI 업계에서 주목받게 된 비결에 대해 '인재'를 꼽았다. 스켈터랩스는 구글, 삼성 등의 글로벌 기업에서 AI를 연구하던 '전문인력' 출신이 많다. '좋은 회사가 되기 위해서 우리는 어떤 노력을 할 수 있을까'라는 문제의식을 가진 구성원들이 자발적으로 모여 일종의 운영 위원회를 만들기 시작했고, 이것이 지금의 커미티 문화로 굳어졌다.

/그래픽=디디다 컴퍼니 제작
/그래픽=디디다 컴퍼니 제작

"가장 먼저 생겨난 것이 바로 '컬쳐 커미티'다. 데모데이(사업과 관련한 아이디어 피칭), 이노위크(일주일 동안 업무를 다 내려놓고 하는 전체가 참여하는 해커톤)와 같이 구성원의 핵심역량을 강화할 수 있는 행사 기획부터 사무실 내 흐르는 음악을 고르는 일까지 사내에 필요한 다양한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 최근엔 '스켈터랩스의 리더는 어떤 역할을 해야하는가'와 관련된 구성원들의 설문조사도 시행했다. 더 좋은 회사를 만들기 위한 노력의 일환이다."

웰컴팀은 스켈터랩스에 새롭게 합류하게 되는 구성원의 온보딩(적응)을 돕고 있다. 모든 구성원에게 신규 입사자를 소개하는 웰컴세션을 기획해서 진행한다. 일정 기간동안 짝꿍처럼 신규입사자의 조직적응을 도와줄 마니또 제도도 기획 및 운영한다. 얼마전에는 PX 커미티(조직문화팀)를 구성해서 회사의 핵심가치를 정의하고 스켈터랩스에서 일하는 방법을 구체적으로 명문화했다고 한다. 문화 활동부터 복리 후생까지 모든 제도를 핵심 가치에 맞춰 재정비했다.

"PX 커미티 운영을 통해 새롭게 정립한 핵심 가치는 ①우리는 자유롭고 투명하게 이야기해야한다 ②우리는 잘하는 사람들이다 ③우리는 함께 할 때 더 빛나는 사람이다 ④우리의 성장에는 한계가 없다 등이다. 먼저 슬랙 채널에서 감사한 사람에게 서로 '벌' 이모티콘을 보내는 '땡벌 문화' 등 우리 구성원들은 소통에 진심이라는 점에서 착안했다. 또 내로라 하는 인재가 모여 있다는 점에서, 전문성을 강조해야했다. 함께 일하자는 협업 정신에도 힘을 줬다."

구성원들의 자발적 참여는 실리콘밸리 못지 않은 자율적이고 유연한 조직 문화를 만들 수 있었던 배경이다. 커미티는 '100%의 자발성'이 핵심이다. 엔지니어, 디자이너, 마케터 등 다양한 직군의 구성원이 자발적으로 모여 소통한다. 선발 혹은 강요는 허용되지 않는다. 철저히 원하는 사람 위주로 꾸려진다. 인원 제한도 없다. 프로젝트가 활발히 진행되는 시기엔 적은 인원이 모일 때도 있고, 전체 구성원의 5분의 1 가량이 참여하는 등 활발할 때도 많다.  


자유로운 문화로 AI 리딩기업으로 도약

'스태프미팅' 또한 스켈터랩스의 대표적 문화다. 스켈터랩스의 각 업무 담당자가 모두 모여 주요 안건에 논의하는 미팅으로 격주로 진행된다. 여기서 C레벨이 주요 사업 진행방향을 공유하고 이에 스태프들이 자유롭게 토론하면서 의견을 나눈다. 회사 안에서 중요하게 논의해야 하는 아젠다를 임직원들이 제안하고 다같이 토의하는 바텀업 방식으로 진행된다. 스태프미팅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영향으로 잠정 중단했다가, 근래 다시 재개했다.

/그래픽=디디다 컴퍼니 제작
/그래픽=디디다 컴퍼니 제작

"이 때 제안된 안건들은 '어떤 기술에 집중해서 우리가 개발 할지', '개발자 조직을 어떻게 구성하면 좋을지'와 같은 것들이었다. 이 안건들을 논의한 결과로 개발자 직함 변경이 있기도 했다. 구성원들의 전문성이 보다 드러나도록 직군을 세분화했으면 좋겠다는 구성원들의 의견이 반영되면서다. 프로덕트 엔지니어, 인프라 엔지니어 등 명칭이 세분화됐다. 스태프미팅 때는 조 대표님이 직접 노트에 안건을 받아적고, 이야기를 나누는 풍경이 연출됐다."

스켈터랩스는 취업 규칙을 제외한 별도의 인사 규정은 존재하지 않는다. '규정으로 사람을 묶지 말자'는 조 대표의 철학이 바탕이 됐다. 자기 역할과 기준에 따라 자유를 누리는 회사가 성숙한 회사라는 의미다. 실제 스켈터랩스는 코로나19 이전부터 재택 근무를 상시화한 기업으로도 유명하다. 출퇴근에 대한 규정을 과감하게 없앨 수 있었던 것은 구성원들 스스로가 기준을 정하고, 자유롭게 업무에 몰입할 수 있도록 해야한다는 믿음이 우선시됐다.

"다만, 협업을 위해 구성원 간의 유대감을 만들어주는 것은 회사가 적극 돕고 있다. 공통점을 가진 구성원 4명을 임의로 묶어서 함께 시간을 보내게 하는 '포게더'가 대표적이다. '여동생이 있는 사람들', '광진구에 사는 사람들', '개띠인 사람들' 등 성별과 세대를 초월하는 기준을 내세운다. 또 '커피믹스' 제도도 있다. 일 대일로 짝을 이뤄 티미팅을 하며 자유롭게 친목을 다질 수 있게 하는 제도다. 물론 관련된 비용은 전적으로 회사가 지원하고 있다."

스켈터랩스는 더 나은 회사를 만들기 위한 구성원들의 자발적 참여를 바탕으로 내실을 다지며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카카오브레인과 카카오벤처스 등의 투자를 시작으로, 지금까지 397억원의 누적 투자금을 유치했다. 구성원들은 '대화형 AI 기술력'만큼은 전세계 1등이라고 자부하고 있다. 자기주도적으로 업무가 가능한 사람들에게 최고의 회사가 될 수 있고, 스스로 부여한 역할에 따라 결과를 만드는 사람을 기다리고 있다고 이 매니저는 전했다. 

이영아 기자 twenty_ah@techm.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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