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대현 넥슨 부사장-황선영 넥슨 그룹장 인터뷰 (하)
"간 보고 싶지 않았다"
메이플스토리 지식재산권(IP)을 활용해 블록체인 게임시장에 출사표를 던진 강대현 넥슨 최고운영책임자(COO, 부사장)의 말이다. 넥슨의 핵심 IP 메이플스토리를 활용해 웹3.0 게임 업계에 진심을 보여주겠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강 부사장은 코인 자체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게이머를 위한 토큰 설계가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탐욕적인 코인 설계와는 거리를 두겠다는 강한 의지다.
또 넥슨은 메이플스토리 IP를 타 개발사에 공개해 오픈 생태계를 구축하고, 게이머가 소유권과 보상 뿐만 아니라 유틸리티성 및 아이템 수명의 증가라는 효용을 누릴 수 있게 하겠다는 것이 강대현 부사장의 비전이다.
메이플스토리 IP에 담긴 넥슨의 진심
지난 22일(현지시간) 미국 샌프란시스코 모스콘센터에서 열린 '게임개발자콘퍼런스(GDC) 2023'에서 만난 강 부사장은 넥슨의 첫 블록체인 게임에 메이플스토리 IP를 사용하는 이유를 설명했다. 그의 첫 마디는 '간 보고 싶지 않았다'였다. 그는 "사실 웹3.0 게임이 출시되는 상황을 지켜봤을 때, 실패했다고 할만한 게임들이 재도전하는 모습을 많이 봤다"며 "하지만 웹3.0이 도입된다고 해서 게임 자체의 재미가 급격하게 변할 거라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강 부사장은 "GDC 강연에서 득템의 재미를 강조했는데, 이건 결국 재미를 항샹시키는 것이다. 기존에 있는 재미를 향상시키는 것이지 재미를 완전히 바꾸거나, 재미없는 게임이 갑자기 재밌어 지는 것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기본적으로 게임이 재미없으면 웹3.0도 블록체인 기술을 접목해도 소용이 없다는 설명이다.
강 부사장은 "본질적인 재미가 있는 게임으로 블록체인 게임을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했고, 우리가 지향하는 누구나 들어올 수 있는 열린 생태계를 만든다면 메이플스토리 IP가 가장 적합하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IP 특성상 여러 콘셉트와 어울려도 어색하지 않다는 것이다. 또 그는 "넥슨이 메이플스토리 IP로 웹3.0에 도전한다는 것 자체가 주는 메시지가 있다고 생각한다"며 "그냥 한번 찔러보는 느낌을 주고 싶지 않았다"고 강조했다.
또 인터뷰에 함께한 황선영 그룹장은 "이용자에게 IP를 오픈한거라고 생각한다. 도전적인 산업에 메이플스토리 IP를 기반으로 새로운 게임을 만든다"며 "핵심 IP를 사용하는 만큼 열심히 생각하고 조심스럽게 접근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중요한건 '코인'이 아니다..."게이머들을 위한 설계"
아울러 넥슨은 이번 GDC 2023에서 메이플스토리 유니버스에서 활용될 자체 코인 발행 계획을 전했다. 넥슨이 코인을 발행한다는 것이 이번에 최초로 공개된 것. 다만 강 부사장은 코인 때문에 넥슨의 웹3.0에 대한 도전이 매몰되는 것을 경계하고 있었다. 그는 "코인 발행은 정말 조심스러운 부분이다. 그렇기 때문에 의도적으로 토큰에 대한 이야기를 더 하지 않았던 것도 있다"며 "토큰의 설계는 탐욕과는 거리를 두는 형태로, 게이머 중심으로 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실제로 토큰 설계에 메이플스토리 유니버스 프로젝트 전체 리소스의 절반 이상을 투자하고 있다는 것이 강 부사장의 설명이다. 강 부사장은 "단순히 메이플 코인이라고 돼 버리면, 업계가 그 깊이를 이해하지 못하고 넥슨도 코인을 팔려고 한다거나 코인으로 돈을 벌려고 블록체인 게임을 하는구나로 단순하게 인식될 가능성이 매우 높기 떄문에 이 부분을 가장 조심스럽게 접근하고 있다"고 전했다.
대체불가능한토큰(NFT)를 팔지 않겠다고 공개한 것도, 넥슨이 단순하게 코인을 팔아서 돈을 벌겠다는 접근을 하지 않는다는 것을 진정성 있게 알리기 위함이라는 설명이다. 강 부사장은 "지금까지 나왔던 블록체인 게임의 토큰과는 설계 자체가 다르고, 이 토큰 설계가 궁극적으로 게이머들을 위한 형태로 구성될 수 있도록 하기 위해 굉장히 노력하고 있다. 막바지 작업에 있다"고 덧붙였다.
특히 그는 "코인의 존재가 게이머들한테 굉장히 유익하게 작용하게 하는 형태로 구성하는 게 목표라고 봐주시면 될 것 같다"며 "게임 머니가 코인으로 바뀌는 것이 게이머들 입장에서 좋은 것인지 나쁜것인지 굉장히 모호했다고 생각한다. 또 안 좋은 경우도 상당히 많았다고 생각하는데, 웹3.0과 상관없이 게임을 열심히 하려는 게이머에게도 유익하게 작용하는 형태로 구성하는 것이 목표"라고 설명했다.
황 그룹장 역시 "플레이 투 언(P2E)와 코인, 이 두가지 프레임을 어떻게든 벗어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며 "블록체인 게임을 만드는 진정성을 더 천천히 말하고 싶어서 GDC라는 공간을 통해 풀어놨다. 결론적으론 코인이라는 말을 쓰겠지만, 저희의 진정성을 말씀드릴 수 있는 또 다른 기회가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메이플스토리 IP 오픈한 넥슨...누구나 참여 가능
넥슨은 메이플스토리 IP를 기반으로 ▲메이플스토리 유니버스 ▲메이플스토리 N ▲메이플 스토리 N 모바일 ▲메이플스토리 N 월드 ▲메이플스토리 N SDK를 순차적으로 출시할 예정이다. 첫 핵심 프로젝트 '메이플스토리 N'은 연내 출시를 목표로 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특히 강 부사장은 "메이플스토리 N SDK를 따로 정의해서 말씀드린 이유는 타 개발사들이 참여할 수 있다는 것을 명시적으로 알리고 싶었기 때문"이라며 "단순하게 메이플스토리 IP를 누구든지 활용할 수 있다고 이야기하는 것보다 소프트웨어개발키트(SDK)라는 것이 크게 4개 축 중의 하나가 된다는 것을 설명하는 것이 타 개발사들이 참여할 수 있는 방식이 있다는 것을 알릴 수 있는 방법이라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크리에이터 혹은 플레이어 양쪽의 역할로 참여해 보유한 NFT를 기반으로 다양한 콘텐츠를 만들고 즐길 수 있는 '메이플스토리 N 월드'는 쉽게 참여할 수도 있고, 메이플스토리 및 외부 NFT까지 연동해 참신한 아이디어로 각종 응용 애플리케이션이 탄생할 수 있는 개발 도구인 메이플스토리 N SDK를 이용해 보다 무겁게 참여할 수도 있다는 설명이다.
더불어 메이플스토리 N이나 메이플스토리 N 모바일은 생태계 엑셀러레이터의 용도라는 설명도 있었다. 다만 이 엑셀러레이터가 메이플스토리 본체이기 때문에 굉장히 강력하게 들어간다는 것이다. 또 강 부사장은 "IP 활용을 메이플스토리로만 제한하고 있지 않다. 다른 NFT를 이용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IP 결합으로 유틸리티와 수명 연장 증명한다
또 넥슨은 메이플스토리 유니버스 프로젝트를 통해 블록체인 게임에서 기본적으로 보장하는 소유권, 보상에 더해 NFT에 인기 IP를 더해 유틸리티가 높아지고 수명이 길어지는 혜택을 게이머에게 제공한다는 계획이다.
강 부사장은 "NFT라는 디지털 재화가 IP와 결합해서 유틸리티성이 높아지고 수명이 훨씬 길어질 수 있다는 점을 증명해 보고 싶다"며 "이렇게 되면 개발사 입장에서도 IP 수명이 늘어나니까 좋은 것이고, 게이머 입장에서도 내가 가진 아이템의 수명이 늘어나고 효용이 지속된다는 점이 좋은 것이다. 이런 선순환이 만들어질 수 있다는 것을 증명해보고 싶은 것"이라고 말했다.
마지막으로 강 부사장은 "웹3.0, 코인, NFT가 직관적으로 사람들에게 인식되는 이미지가 있는데, 그와 별개로 우리는 블록체인 기술이 굉장히 효용가치가 있다고 생각했다"며 "그래서 그 가치에 집중해서 개발을 하고 있다. 시간이 충분히 지나면 실제로 블록체인이 가져다주는 가치에 대해 대중분들도 이해를 하고, 충분히 공감이 되는 시점이 올거라 생각한다. 그때까지 관심을 가지고 지켜봐달라"고 말했다.
또 황 그룹장도 "초기 도입 단계의 기술을 다루고 있는데, 이것을 어떻게 쓰는지도 중요하지만, 최종적으로 게이머들에게 어떻게 인식되고 받아들여지게 되는지도 너무 중요한 것 같다"며 "이해할 수 있는 내용을 잘 준비하는데 집중하겠다"고 언급했다.
샌프란시스코(미국)=이성우 기자 voiceactor@techm.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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