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남국 의원의 가상자산에 투자한 것이 알려지면서 시작된 이른바 '김남국 사태'로 블록체인과 게임산업이 심각한 타격을 받고 있다. 마치 가상자산 투자 자체가 문제인 것처럼 보도되는가 하면, 게임업계가 블록체인 게임을 위해 입법 로비를 벌였다는 주장까지 등장했다. 검찰이 관련 사건을 수사중인 가운데 언론을 통해 확인되지 않은 의혹들만 제기되고 있다. 테크M은 이번 사태를 바로 보기 위해 관련 의혹들에 대한 팩트체크를 해본다. <편집자 주>


김남국 의원의 가상자산 투자 관련 논란이 계속되는 가운데, 블록체인 업계에 대한 무분별한 비난이 가해지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처음에는 가상자산에 투자한 것 자체가 잘못된 것처럼 호도되더니 이제는 ▲스테이킹(예치) ▲유동성 공급(LP) ▲에어드롭 등 김 의원이 했던 모든 가상자산 관련 활동이 부정한 것으로 매도되고 있기 때문이다.

김 의원이 국회의원이라는 점, 그리고 투자 금액이 작지 않다는 점 때문에 논란이 커지고 있는 상황이다. 전문가들은 검찰 수사를 통해 밝혀져야 하는 부분도 분명 있다고 지적한다. 다만 가상자산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 때문에 일반적인 투자 형태를 '침소봉대'해 사태의 본질을 보지 못하고 업계 자체를 비난해서는 안된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조언이다.  

/그래픽 제작=이소라 기자
/그래픽 제작=이소라 기자

 


김남국 사태...본질 투자 자체가 아니다

김 의원이 대량의 코인을 보유한 적이 있다는 사실은 이달 초 한 매체의 단독기사를 통해 알려졌다. 지난해 1월부터 2월 사이에 위메이드에서 발행한 가상자산 '위믹스(WEMIX)'를 약 80만개 보유하고 있었다는 것이다. 실제로 김 의원의 것으로 추정되는 가상자산 지갑은 당시 약 60만위믹스를 가지고 있던 것으로 나타났다.

이처럼 김 의원의 가상자산 보유 내역이 언론을 통해 공개될 수 있었던 것은 블록체인의 특성 덕분이다. 블록체인은 모든 기록이 온체인 상에 남기 때문에 지갑 주소만 알 수 있다면 모든 거래 내역을 확인할 수 있다. 

김남국 더불어민주당 의원 / 사진=김남국 의원실 블로그
김남국 더불어민주당 의원 / 사진=김남국 의원실 블로그

김 의원의 가상자산 지갑으로 추정되는 지갑의 입출금 내역을 분석한 결과, 김 의원은 위믹스 외에도 카카오 자회사 그라운드X가 발행한 가상자산 '클레이'와 넷마블 자회사 마브렉스가 발행한 가상자산 'MBX', 그리고 '비트토렌트' 등 다양한 가상자산에 투자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같은 사실이 보도되면서 정치권은 당시 더불어민주당 소속이었던 김 의원을 맹비난하기 시작했다. 일단 코인 투자 자체를 문제삼았다. 투자 금액이 상식적이지 않다는 것이다.

김 의원의 투자로 불똥이 튄 가상자산 업계는 억울함을 호소하고 있다. 가상자산 투자 자체를 문제라고 하는 것은 부당하다는 입장이다. 일각에선 김 의원이 변동성이 큰 코인에 투자했다고 지적하지만, 가상자산 변동성이 크다는 것은 이미 알려진 사실이다.

즉 김남국 사태의 핵심은 투자 자금 형성이지 가상자산 투자가 아니라는 것이 전문가들의 설명이다. 지난 2021년 국내 최대 가상자산 거래소인 '업비트'의 누적 회원은 이미 890만명을 돌파했다. 가상자산 거래는 불법이 아니고, 더 이상 드문 일이 아니다.


스테이킹-LP-에어드롭...오해와 진실

김 의원의 코인 투자 논란이 계속되면서, 그가 가상자산 매매 뿐만 아니라 스테이킹, LP, 에어드롭 등 거래소 밖 블록체인·가상자산 생태계에서도 활동을 했다는 사실이 보도됐다. 그러면서 마치 이같은 활동이 불법적이거나 비정상적인 행위인 것처럼 보도되기도 했다.

하지만 업계 전문가들은 이같은 투자행위가 특수한 형태는 아니라고 입을 모은다. 먼저 스테이킹은 가상자산을 예치하고 이자를 받는 서비스다. 일종의 예적금인 셈. 다만 은행보다 높은 이율을 보장하는 것이 특징이다. 가상자산은 변동성이 크기 때문에 예치를 하는 것 자체가 리스크다. 

탈중앙화거래소(DEX)에서 LP가 돼 보상을 받아가는 것도 특이한 사례는 아니다. 중앙화거래소(CEX)인 업비트, 빗썸, 코인원 등과 달리 DEX는 중개자가 없기 때문에 이용자들이 직접 LP가 돼서 유동성 풀을 만든다. 유동성 풀을 만들어 LP 역할을 하면 해당 풀을 이용하는 이용자에게 수수료를 받는다. 즉 이용자들이 자신이 가진 코인들로 거래쌍을 만드는 것이다.

게다가 유동성 풀을 만드는 것도 어렵지 않다. 이미 많은 DEX들은 유동성 풀을 만드는 기능을 지원하고 있다. 

가장 큰 오해를 받은 것은 에어드롭이다. 에어드롭은 보통 새로 시작한 프로젝트나 홍보가 필요한 프로젝트들이 자신들이 발행한 가상자산을 무료로 제공하는 이벤트다. 가장 쉽게 접할 수 있는 에어드롭은 가상자산 거래소에서 하는 이벤트다. 특정 가상자산 거래를 많이 한 투자자들에게 해당 가상자산을 무료로 제공하는 방식이 대표적이다.

또 거래소에서 밖에서도 다양한 가상자산들이 자신들의 생태계로 이용자들을 끌어들이기 위해 미션을 주고, 이를 수행하면 에어드롭을 한다. 불특정 다수에게 소액의 가상자산을 나눠주는 것을 에어드롭이라고 부른다. 애초에 수만개의 가상자산을 특정인에게 전송하는 것은 에어드롭이라고 부르지도 않는다.


현재로선 단순 고액 투자자 가능성 높아...의혹은 수사로 밝히면 될 일

가상자산 투자에 관심이 많은 이들 사이에선 스테이킹과 LP 활동은 보유하고 있는 가상자산을 이용해 수익을 만드는 일반적인 투자 행위다. 일각에선 김 의원이 '코인 초절정 고수'라고 말하고 있지만, 단순한 고액 투자자라는 것이 업계가 김 의원을 바라보는 일반적인 시각이다. 스테이킹이든 LP 활동이든 가상자산 지갑만 쓸 수 있다면 할 수 있는 아주 기초적인 일들이라는 것이다. 

빗썸의 에어드랍 이벤트 / 사진=빗썸 홈페이지
빗썸의 에어드랍 이벤트 / 사진=빗썸 홈페이지

아울러 에어드롭 이벤트들을 알뜰히 챙겨 커피 값이나 치킨 값을 버는 것도 가상자산 투자자들 사이선 일반적이다. 심지어 각종 이벤트를 소개해 투자자들이 수익을 얻을 수 있도록 도와주는 텔레그램방도 있다. 가상자산 투자자들은 이를 '폐지 줍기'라고 말하기도 한다. 애초에 얻을 수 있는 가상자산이 적기 때문이다.   

한 블록체인 업계 전문가는 "본질은 투자 자금 출처"라며 "스테이킹, LP 활동, 에어드롭 등은 가상자산 생태계서 일반적인 행위다. 또 가상자산에 투자하는 것이 잘못일 수는 없다"고 말했다. 또 그는 "김 의원이 가상자산에 투자했다는 이유로 업계 전체를 매도해선 안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국내 업체들에겐 테라 루나 사태나 FTX 파산 사태 등 글로벌 가상자산 이슈들 보다 이번 사건으로 인해 체감되는 부정적 반응이 더 쎈 것 같다"며 "만약 개인의 비리가 있다면 정확하게 밝혀질 필요가 있다. 다만 이는 개인과 업체의 문제이지, 업계의 문제가 아니다"라고 언급했다.

이성우 기자 voiceactor@techm.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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