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전자에게 길을 안내해 주던 내비게이션 기기는 이제 헤드 유닛으로 불린다. 헤드 유닛은 말 그대로 스마트카의 두뇌 역할을 하면서, 스마트카 정보를 사용자에게 알려주고 사용자의 명령을 실행해 주는 등 스마트카의 모든 것을 관리하게 된다.

이러한 헤드 유닛을 위한 소프트웨어(SW) 플랫폼은 당연히 복잡할 수밖에 없다. 수많은 운영체제(OS)와 다양한 플랫폼이 있다. 헤드 유닛 자체 플랫폼도 있고, 스마트카와 스마트폰을 연결해 주는 플랫폼도 존재한다.

즉, 스마트카 자체가 ‘달리는 스마트폰이 될 것인가’ 아니면 스마트폰을 통해 클라우드에 접속할 것인가에 따라서도 플랫폼의 종류나 깊이가 달라지게 된다.

최신 스마트카에 장착된 헤드 유닛 플랫폼은 융합 기기의 흐름을 잘 보여 준다. 복잡하고 다양한 헤드 유닛 관련 플랫폼의 진화방향을 정리해 본다.

초연결 시대, 헤드 유닛 플랫폼의 진화

최신 스마트카 플랫폼 구조는 의외로 이해하기 쉽다. 스마트카 자체의 헤드 유닛 플랫폼은 대략 리눅스 계열 OS와 윗단의 애플리케이션 플랫폼으로 나눠 볼 수 있다.

여기에 ‘구글 안드로이드 오토’나 ‘애플 카플레이’처럼 스마트폰을 연결하기 위한 SW 모듈이 별도로 탑재된다. 헤드 유닛 플랫폼으로는 HTML5 기반의 웹 플랫폼이 많이 사용되고 있으며 여전히 안드로이드 플랫폼도 적용되고 있다.


(차량용 헤드 유닛 플랫폼 구조)

더 넓은 의미에서 보면, 스마트카 중심으로 진화해 나가기를 원하는 자동차사의 의지와 스마트폰 중심으로 진화를 꾀하는 구글, 애플 등 IT사의 경쟁구도도 깔려 있다.

플랫폼 구조 면에서는 웹 플랫폼과 안드로이드 플랫폼 등 헤드 유닛 자체를 강화하기 위한 구조와 스마트폰 연결성을 강화하기 위한 구조로도 나눠 볼 수 있다.

더 나아가면, 차량용 클라우드 경쟁과도 연결된다. 스마트카 자체에 3G, 4G 모듈을 장착해 차량용 클라우드 시장을 키워가려는 자동차사와 기존 스마트폰 클라우드를 차량으로 확장하려는 IT사의 경쟁이 맞닿아 있다. 특히 운전자의 주행정보를 차지하기 위한 내비게이션 경쟁이 치열하게 벌어지고 있다.

스마트카의 진화에 따라 첨단 운전자 지원시스템(ADAS) 및 커넥티비티 기술이 발전하면서 헤드 유닛의 중요성은 더욱 커지고 있다. ADAS 관련 정보의 사용자 제공, ADAS 기능의 효과적인 제어, 클라우드와의 접속 및 정보 제공을 위해 헤드 유닛은 복잡하게 진화하고 있다.



(스마트카의 사용성 변화)

사용자 측면에서 보면, 스마트카 외부에서는 스마트폰 중심의 사용성이 제공되고, 차량 내부는 헤드 유닛 중심의 사용성이 제공되고 있다. 헤드 유닛 플랫폼의 진화방향은 이러한 사용성을 종합적으로 제공하기 위한 것이다.

사용자가 원하는 연결성을 효과적으로 제공하기 위해 자동차사와 IT사 간의 주도권 경쟁이 나타나고 있다. 즉, 자동차사는 헤드 유닛을 중심으로 정보를 제공하고, 스마트폰을 부가로 연결하는 방향을 원하고 있으며, 구글, 애플 등 IT사는 스마트폰의 사용성을 그대로 스마트카에 가져가려는 진화방향을 보이고 있다.

예전의 텔레매틱스 시장에서는 ‘QNX’ OS가 시장의 대부분을 차지했다. 아이폰의 등장 이후 스마트폰의 중요성이 대두되면서 자동차 업체들은 일제히 안드로이드의 헤드 유닛 도입을 서두르게 됐다.

하지만, 구글이 안드로이드 정책에서 폐쇄성을 보이고, 스마트폰 이외에는 혁신을 보이지 않으면서 자동차사는 HTML5 플랫폼을 자체 개발하는 쪽으로 방향을 선회하게 된다. 이와 맞물려 QNX의 점유율이 다시 상승하기도 했다.

자동차사가 HTML5를 선호하는 이유는 크게 두 가지로 볼 수 있다. 첫째, HTML5는 웹 기반 콘텐츠 확보가 쉽고 스마트폰, 스마트카, 스마트TV, 헬스 기기 등 여러 기기와 연동되는 것이 큰 장점이다. 둘째는 구글의 안드로이드처럼 종속성이 없고 독자적인 생태계를 키워갈 수 있다는 점이다.

현재 자동차사의 플랫폼에는 HTML5와 안드로이드가 혼재하고, HTML5를 더 많이 선호하는 편이다. 2015년을 지나면서 두드러지는 또 하나의 특징은 ‘제니비(GENIVI)’의 영향력 강화이다.

제니비의 영향력 강화는 구글, 애플 경쟁을 대비해 자동차사 공통 플랫폼을 추구하는 추세와도 맞물려 있다. 독일 자동차 3사의 지도 업체 히어 인수 이후 표준 플랫폼인 제니비의 위상도 강화되고 있다.

앞으로 스마트카에서 커넥티비티 경쟁은 더욱 심화될 것으로 보인다. 헤드 유닛 플랫폼 경쟁은 사용자 사용성에 대한 경쟁과 클라우드 경쟁으로 확대되고 있다. 결국 사용자 정보의 확보가 차세대 스마트카 경쟁의 핵심이기 때문에 헤드 유닛 플랫폼의 사용자 인터페이스를 장악하기 위한 경쟁이 치열하게 전개되고 있다.




커넥티비티 경쟁, 핵심은 UI와 클라우드

CES 2015에서 모든 업체들이 대대적으로 전시했던 카플레이와 안드로이드 오토는 1년이 지난 현재 상용화 비율이 당초 전망보다 낮은 편이다.

사용자는 카플레이와 안드로이드 오토의 자동차 적용을 원하고 있지만, 자동차사는 자체 내비게이션과 직접 경쟁하게 되는 카플레이와 안드로이드 오토가 부담이 될 수밖에 없다. 이 때문에 차량용 클라우드를 성장시키기 위한 자동차사의 노력이 계속되고 있다.

현재 차량용 클라우드 경쟁은 자동차사와 IT사의 입장이 나뉘어져 있다. 자동차사는 3G, 4G 네트워크의 탑재를 통해 독자적인 클라우드를 성장시키려고 하고 있으며 IT사는 스마트폰 연결을 통해 자체 클라우드를 키워가고자 한다.

벤츠 헤드 유닛 및 스마트폰 연결 플랫폼의 진화도 많은 시사점을 남겨 준다. 벤츠는 2013년 HTML5 기반의 플랫폼과 앱 다운로드 시스템을 상용화 한 바 있다. 지난해 말에는 여러 모델에 애플 카플레이와 구글 안드로이드 오토를 상용화했다.


CES 2016에서 만난 벤츠 관계자의 설명은 IT사와 경쟁하고 있는 자동차사의 고민을 나타내준다. 스마트폰 연결을 원하는 사용자의 요구에 따라 카플레이와 안드로이드 오토를 상용화했지만, 벤츠 자체 내비게이션과의 경쟁이 고민이 될 수밖에 없다.

벤츠 관계자는 애플 카플레이 실행 시에 벤츠 내비게이션 실행이 어렵기 때문에 앞으로 SW 업데이트를 통해 이 부분을 개선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CES 2016에서 도요타도 포드의 스마트폰 연결 시스템인 ‘스마트 디바이스 링크’를 도입하면서 구글, 애플과의 경쟁구도를 분명히 했다. 카플레이나 안드로이드 오토와 경쟁하기 위해 스마트 디바이스 링크를 도입한다는 설명이다.

이와 같이 헤드 유닛 플랫폼의 미래 경쟁은 사용자 인터페이스를 누가 장악할 것인가의 문제, 그리고 차량용 클라우드 성장의 문제와 맞물려 있다.

해외 경쟁구도와 동떨어진 국내 현실

문제는 우리나라의 현실이다. 우리나라는 외국에서 벌어지고 있는 이러한 경쟁구도와는 너무 동떨어진 상황에 처해 있다. ‘외국은 헤드 유닛, 국내는 내비게이션’이라는 표현이 현 상황을 잘 요약해 준다.

현재 국내에서 카플레이를 적용한 모델은 GM의 ‘스파크’와 ‘임팔라’가 있지만, 카플레이의 지도 품질 문제가 확산에 장벽이 되고 있다. 현대는 지난해 말부터 북미와 유럽에서 안드로이드 오토를 상용화했지만, 국내에서는 아직 상용화하지 않고 있다.

SK텔레콤의 ‘티맵’ 이나 ‘T2C’가 르노삼성과 협력한 모델이 사용되고 있을 뿐이다. 오비고 등 일부 업체가 헤드 유닛 플랫폼에서 두각을 나타내고 있는 것은 그나마 다행이다.

국내에서는 헤드 유닛 플랫폼이 뒤처져 있기 때문에 헤드 유닛 앱 다운로드 서비스도 전혀 이뤄지지 않고 있는 상황이다. 수입 차량의 경우 가격 등 여러 가지 이유로 수입 시에 헤드 유닛을 없애고, 내비게이션 기기만을 국내에서 별도로 탑재하고 있다.

카플레이나 안드로이드 오토의 상용화도 늦어지고 있다. 지도 서버를 국내에 둬야 하는 관련 제도를 원인으로 제기하기도 하지만, 근본적으로 관련 업체들의 의지가 부족해 보인다.

자동차 업체나 이동통신사, 관련 부처 등의 적극적인 협력과 노력으로 국내 서비스 수준을 빠른 속도로 향상시킬 필요가 있다.

초연결 시대를 살아가는 소비자의 입장에서 볼 때 가장 이상적인 상황은 헤드 유닛용 앱 스토어를 통해 많은 앱을 다운로드할 수 있고, 스마트폰 연결을 통해 차량 내 스마트폰의 사용성이 높아지는 것이다. 우리나라 업체들은 이를 위해 빨리 노력해 나갈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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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는 헤드 유닛 플랫폼이

뒤처져 있어 헤드 유닛 앱 다운로드

서비스도 전혀 이뤄지지 않고 있다.

수입 차량도 여러 이유로 헤드 유닛을

없애고, 내비게이션 기기만

별도 탑재하고 있는 상황이다.


자동차사 입장에서 볼 때 카플레이나 안드로이드 오토의 사용이 자사 내비게이션 사용에 걸림돌이 된다면, ‘미러링크’나 다른 대안을 찾아 볼 수 있다. 또 카플레이나 안드로이드 오토 상용화에 맞춰 자사 내비게이션의 경쟁력을 향상시킬 필요도 있다.

또 플랫폼 면에서는 최근 위상이 강화되고 있는 HTML5 플랫폼에 대한 고려가 필요하다. 콘텐츠의 확보 면에서도 유리한 점이 있으며 앞으로 히어가 몰고 올 자동차사 공통 플랫폼의 흐름을 볼 때에도 제니비의 위상 강화가 예상되고 있다.

지도 업체의 면에서는 정책적인 고민이 필요한 상황이다. 카플레이, 안드로이드 오토, 히어 등에 따른 시장의 급격한 변화가 예상되는 상황에서 해외 업체 및 국내 업체 간의 협력에 대한 전략적인 판단이 요구된다.

또 관련 부처는 차량용 앱 시장의 활성화를 위한 정책 마련에 노력할 필요가 있다. 스마트폰 앱 시장이 포화됐던 4~5년 전에 차량용 앱 활성화 정책을 통해 개발자를 보호하고 시장을 성장시켰다면, 지금 세계 헤드 유닛 시장에서 국내 업체의 위상은 매우 높아져 있을 것이다. 지금이

라도 헤드유닛-클라우드-차량용 앱으로 이어지는 미래 스마트카 시장의 중요성을 인식하고 자동차사-이동통신사-기기사-콘텐츠사를 묶어 시장 활성화를 위해 노력할 필요가 있다.

미래 융합시장을 놓고 치열하게 경쟁하고 있는 현 상황에서 IT 강국의 저력이 차량용 헤드 유닛과 차량용 클라우드 서비스에서도 발휘돼 관련 시장을 주도할 수 있기를 기대해 본다.


<본 기사는 테크M 제37호(2016년5월)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