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UF 보안 사업을 본격화하고 있는 ICTK 직원들)


[테크M = 강진규 기자] 카드, 단말기 시험으로 유명한 IT업체 ICTK가 약 10년간 준비한 비장의 칼을 꺼냈다. ICTK는 물리적 복제방지(PUF) 칩을 상용화해 통신사, 가전업체 등과 사물인터넷(IoT) 보안과 인증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2001년 설립된 ICTK는 국내 및 해외 기업, 금융기관, 정부 등 200여 개 기관을 대상으로 시험 서비스 및 보안 솔루션을 제공하고 있다. 특히 ICTK는 단말기, 카드, 모바일 등에 대한 제품 시험을 진행해 전자결제 시스템 안정화에 노력해왔다.

ICTK는 시험 서비스에 머물지 않고 보안 솔루션 업체로 변신을 추진해왔다. 많은 기업이 보안 사업에 도전했지만 ICTK는 다른 선택을 했다. 다른 기업들이 소프트웨어(SW) 보안, 서비스 보안에 주목할 때 ICTK는 반도체 기반의 물리 기반 보안에 눈을 돌렸다. 다들 성공하기 어렵다고 했지만 ICTK는 지난 6월 제품 생산에 성공했으며 10월에 출하식을 가졌다.

(ICTK가 개발한 자이언트 칩의 개념도)


쉽지 않은 도전 PUF 칩 개발

ICTK가 성공할 수 있었던 것은 단계적으로 꾸준히 기술을 개발하고 우수한 인재를 영입했기 때문에 가능했다. 반ICTK는 2007년 물리적 복제방지(PUF) 칩 개발에 주목했다. PUF는 반도체의 특성을 사람의 지문과 같은 개인 인증 수단으로 이용하는 기술이다. 복제나 해킹이 어렵다는 장점이 있어 많은 기업들이 주목했지만 원천기술 개발과 상용화가 어렵다는 단점이 있다.

하지만 김동현 ICTK 대표는 PUF에 도전하기로 결심하고 2009년부터 연구개발에서 나섰으며, 한양대 김동규 교수, 최병덕 교수 등과 손을 잡았다.

유승삼 ICTK 부회장은 “PUF 개발을 위해서는 반도체 설계, 공정기술, 보안기술, IT기술 등 여러 기술이 복합돼야 하는데 초기에 ICTK는 IT기술만 보유하고 있었다”며 “반도체, 보안 등 기술력 확보를 위해 산학 협력을 추진했다”고 설명했다.

유 부회장은 “PUF 개발은 원천기술 개발, 상용화 기술 개발, 제품화 기술 개발의 단계로 이뤄졌다”며 “단계별로 인재들이 ICTK에 합류했다”고 말했다.

김동현 대표는 기술 개발을 지원하기 위해 벤처캐피털 전문가인 이정원 최고운영책임자(COO)를 영입했다. 그리고 한국마이크로소프트(MS) 대표를 역임한 IT전문가 유승삼 부회장과 손잡았다.

유 부회장은 HP, MS 등에서 근무한 경험을 바탕으로 원천기술 개발이 상용화 기술 개발, 제품화로 이어질 수 있도록 돕는 역할을 했다. 또 ICTK는 삼성전자, ST마이크로일렉트로닉스 등에서 근무한 반도체 전문가인 박두진 부사장도 합류시켜 반도체 부문의 경험과 노하우를 확보했다. 이런 과정을 통해 2009년 연구 시작 후 2014년 정부 과제를 받아서 2015년에 연구를 끝내고 2016년 6월 제품 ‘자이언트’ 칩이 나왔다.

PUF 자이언트 칩은 반도체 공정의 특성을 이용한 제품이다. 반도체 공정 중에서는 미세한 VIA 홀이 생성된다. ICTK와 한양대 연구진은 VIA 홀이 랜덤하게 생성돼 위치한다는 점에 주목했다.

그리고 VIA 홀 오픈(open), 숏(short)을 50대 50으로 생성되도록 했다. 이렇게 만들어진 각각의 칩에는 고유한 위치에 VIA 홀이 오픈 또는 숏 형태로 만들어지는 것이다. ICTK는 고유한 특성을 사람의 지문처럼 이용할 수 있게 했다.

김용식 ICTK 차장은 “칩 한 개에 3500개의 홀이 뚫리는데 그 중 수 십 개를 조합해 키를 만들어 사용한다”며 “칩의 물리적 구조가 키가 되기 때문에 메모리에 키 값을 저장하는 방식과 비교해 해킹이 어렵다”고 말했다. ICTK는 PUF 기술을 기반으로 고객 맞춤형 자이언트 칩 제품군들을 제공할 계획이다.

김용식 차장은 “ICTK는 PUF에 다양한 암호화 엔진을 결합해 제공할 수 있다”며 “상품 인증이나 기기간 인증 등 요구에 맞도록 제작, 제공할 수 있다”고 말했다.

ICTK는 인증이 필요한 고부가가치 제품에 우선적으로 PUF 기술을 적용할 계획이다. 유승삼 부회장은 “전 세계적으로 수 억 개의 프린터 카트리지가 사용되는데 가짜 제품이 많아서 프린터 업체들이 고민하고 있는데 PUF를 통해 정품 인증을 할 수 있다”며 “PUF로 화장품, 의약품 등의 진위 여부를 검증할 수도 있고 기기(M2M) 인증에도 활용할 수 있다”고 말했다.

(VIA PUF가 형성된 칩의 단면)


HW·SW 하이브리드 보안, 활용범위 넓어

ICTK는 생산되는 제품을 본격적으로 공급하기 위해 다양한 분야의 기업과 논의하고 있다. 대형 가전업체, 통신사, 블랙박스 제조업체 등과 협력을 논의 중이다. 또 중국 등 해외 시장에서 사업도 모색하고 있다.

유 부회장은 “PUF는 하드웨어(HW)와 SW의 하이브리드 보안으로 생각한다. SW의 부족한 부분을 HW로 보완하려는 것"이라며 “하이브리드 보안은 다양한 영역에서 사용될 수 있을 것이다. 카드인증, 개인인증 등에서 PUF가 대안이 될 수 있다고 보고 연구개발에 고민하고 있다”고 말했다.

ICTK는 PUF 개발을 시작한지 만 10년이 되는 2017년부터 노력의 결실을 맺을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테크M = 강진규 기자(viper@techm.kr)]

<본 기사는 테크M 제44호(2016년 12월)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