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체보다 무거운 매직 키보드, 욕심 과했나

애플이 지난달 공개된 4세대 아이패드 프로의 국내 출시를 앞두고 함께 선보인 '매직 키보드' 판매를 먼저 시작했다.

애플이 아이패드 프로를 노트북 PC처럼 만들기 위해 야심차게 준비한 매직 키보드는 공개 당시 본체보다 더 주목을 받았다. 하지만 막상 뚜껑을 열어보니 기대만큼 호응을 얻지 못하는 분위기다.

가격만큼 묵직한 무게가 결정타였다.

23일 애플 전문 매체인 나인투파이브오맥에 따르면 12.9형 아이패드 프로용 매직 키보드의 무게는 710g에 달한다.

12.9형 매직 키보드는 아이패드 프로 본체(641g) 보다 무겁고, 결합할 경우 1.351kg으로 새로 나온 맥북에어 13인치 모델(1.29kg) 보다도 무게가 더 나간다.

매직 키보드를 장착한 아이패드 프로. 아이패드로 엑셀 작업도 편히 할 줄 알았는데. / 사진 = 애플
매직 키보드를 장착한 아이패드 프로. 아이패드로 엑셀 작업도 편히 할 줄 알았는데. / 사진 = 애플

이는 묵직하기로 유명한 같은 '프로' 형제인 맥북프로 13인치 모델(1.37kg)과 맞먹는 수준이며, 두께는 오히려 더 두껍다. 노트북 같은 아이패드 프로를 쓰기 위해 짊어져야 할 무게가 만만치 않다는 얘기다.

그나마 11형 매직 키보드는 601g, 아이패드 프로를 결합하면 1.072kg으로 들고 다닐 만은 하다.

매직 키보드를 배송을 받고 국내 이용자들이 남긴 후기에는 공통적으로 택배 상자를 받자마자 생각지 못한 묵직함을 느꼈다는 내용이 담겼다. 애플은 매직 키보드를 공개할 당시 무게를 공개하지 않았는 데, 의도적이었다는 후문도 들린다.

매직 키보드는 아이패드 프로를 공중에 띄운 듯한 형태로 고정하는 '플로팅 캔틸레버' 디자인을 채택했고, 백라이트를 지원하는 가위식 키보드와 트랙패드, 충전단자 등을 장착했다. 맥북과 거의 동일한 환경을 제공하지만 기능이 많아진 만큼 무게가 늘어난 것으로 보인다.

아이패드 12.9형 매직 키보드 44만9000원. 키보드만 44만9000원이다. /사진 = 애플 홈페이지 캡처
아이패드 12.9형 매직 키보드 44만9000원. 키보드만 44만9000원이다. /사진 = 애플 홈페이지 캡처

무게만큼 가격도 만만치 않다. 매직 키보드 가격은 11형이 38만9000원, 12.9형이 44만9000원이다. 12.9형 키보드 가격으로 일반 아이패드 32기가바이트(GB) 모델을 살 수 있다.

신형 아이패드 프로 가격은 11형 디스플레이 모델이 102만9000원부터, 12.9형이 129만9000원부터 시작한다. 매직 키보드를 결합하면 11형이 141만8000원, 12.9형이 174만8000원이다.

참고로 신형 맥북에어는 132만원부터 시작한다. 더 비싸고 더 무거운 아이패드 프로를 굳이 노트북처럼 써야 하느냐는 의문을 가질 수밖에 없다.

아아패드 프로는 애초에 노트북이 아니며, 태블릿 나름의 장점을 갖고 있다. 가장 큰 차별점은 고해상도 대화면 터치 스크린과 강력한 창작 도구인 '애플펜슬'을 쓸 수 있다는 점이다. 이 때문에 그래픽 작업자들이 선호하는 도구이기도 하다.

위에 달린 애플펜슬을 매직 키보드와 동시에 쓰기 어렵다는 문제도 발생했다. / 사진 = 애플
위에 달린 애플펜슬을 매직 키보드와 동시에 쓰기 어렵다는 문제도 발생했다. / 사진 = 애플

하지만 여기서도 문제가 발생한다. 디자인 상 지지력이 충분하지 않아 매직 키보드를 장착한 채로 애플펜슬로 작업 하기 어렵다는 불만이 쏟아지고 있다. 결국 펜슬을 쓸 때는 매직 키보드에서 떼어서 쓰거나 다른 커버를 쓰는 것이 대안으로 제시된다.

다행히 매직 키보드의 성능 자체는 호평을 받고 있다. 자판의 깊이감이 충분해 이전 맥북의 나비식 키보드보다도 키감이 훨씬 좋다는 평이다. 아름다운 백라이트와 맥북의 전매특허였던 트랙패드 성능도 합격점을 받고 있다.

전체적으로 아이패드를 노트북처럼 쓸 수 있게 하기 위해 만든 매직 키보드는 점점 어정쩡해지는 아이패드의 포지션만큼이나 애매한 액세서리가 됐다. 그래도 어차피 살 사람은 산다. 애플이니까.


남도영 기자 hyun@techm.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