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이버 등 ICT 기업 인터넷은행업 참여 활성화 계기돼야

 

케이뱅크 로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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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 제1호 인터넷전문은행 '케이뱅크'가 벼랑 끝에서 되살아났다. 인터넷은행법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하면서 KT로부터 자본 수혈을 받아 정상 영업이 가능해졌기 때문이다. 그동안 금융 규제 탓에 '테크핀' 사업에 섣불리 나서지 못했던 국내 ICT 업계는 이번 규제 완화가 시장 참여의 발판을 넓힐 계기가 되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문재인 '금융혁신 1호 공약' 왜 이제야 통과했나


국회는 지난 29일 본회의를 열고 '인터넷전문은행 설립 및 운영에 관한 특례법'(인터넷은행법) 개정안을 최종 의결했다. 인터넷은행법 개정안은 인터넷은행의 대주주 적격성을 심사할 때 공정거래법 위반 전력을 제외하도록 하는 것이 골자다.

인터넷은행법 개정은 문재인 정부의 규제개혁 1호 사안이었다. 대주주 적격성 심사에서 공정거래법 위반 전력을 따지는 나라는 한국이 유일한데다 규제 완화를 통해 혁신금융을 이끌 수 있는 인터넷전문은행업을 활성화 해야한다는 취지였다.

이에 따라 여야는 지난 3월 인터넷은행법 개정안을 금융소비자보호법 제정안 함께 통과시키기로 합의했으나, 일부 여야 의원의 거센 반대에 부딪히면서 표대결에 밀려 부결됐다. 당시 이인영 원내대표는 미래통합당에 정치적 신의 훼손에 관해 사과하면서 다음 회기에 법안을 재처리하겠다고 언급한 바 있다.

55일만에 다시 올라온 개정안은 인터넷은행 대주주의 한도초과 지분보유 승인요건에서 공정거래법 위반 전력을 삭제한 기존 개정안에서 공정거래법 위반전력 중 '담합' 전력만을 삭제하는 내용으로 수정해 발의됐다. KT가 공정거래법상 담합 혐의로 검찰 수사를 받고 있다는 점에서 'KT 맞춤 특혜법'이라는 이야기가 나오는 이유다.

대표적인 법안 반대파인 박용진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케이뱅크는 박근혜 정부 금융관료들이 각종 꼼수와 편법을 통해 완성한 인터넷전문은행"이라며 "왜 우리가 박근혜 정부 금융관료들이 벌인 일을 수습하기 위해 금융산업 안전장치를 훼손하는 법을 통과시켜야 하나"며 다시 한번 강하게 비판했다.

이에 법안 천성파인 유동수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현행법이 케이뱅크의 시장 진입을 막고 있어, 오히려 시장의 공정한 경쟁을 방해하고 있다"고 맞받았고, 성일종 미래통합당 의원 역시 "정보통신기술(ICT) 발전으로 산업 경계가 모호해진 시대에 천편일률적으로 해야 한다는 시대착오적인 생각을 버려야 한다"고 뜻을 보탰다.

결국 개정안은 재석 209명 중 찬성 163명, 반대 23명, 기권 23명으로 가결됐다. 한 여당 관계자는 "KT를 대기업으로 보느냐 ICT 회사로 보느냐 하는 관점의 차이"라면서 "여야가 합의한 사안인 만큼 지난달 통과됐어야 했으나 목소리 큰 일부 의원들에 의해 잠시 미뤄진 것일 뿐"이라고 전했다.


'KT 특혜법' 아닌 '네이버 컴백홈법'


현재 네이버 넷마블 넷슨 등 국내 주요 ICT 기업들은 금융 규제에 대한 부담으로 인터넷전문은행 진입을 꺼리는 상황이다. 대주주 진입 심사를 통과하더라도 6개월마다 금융당국의 '적격 유지' 심사를 받아야 하고, 결격 시 대주주 자격을 상실한 가능성이 항상 존재하기 때문이다. 국내 대표 ICT 기업들이 잇따라 발을 빼면서 인터넷전문은행은 카카오뱅크를 제외하고는 흥행에 참패하고 있다.

ICT 업계는 비금융권이 공정거래법 위반 리스크에 항상 노출돼있다는 산업적 특성이 고려되어야 한다는 입장이다. 실제 카카오뱅크는 2018년 김범수 카카오 의장의 공정거래법 위반 이슈로 심사가 수개월 지연된 바 있다. 카카오뱅크와 토스는 은행법에 따라 매년 2차례 대주주 적격성 유지 심사를 받아야 하고 필요 시 수시 심사도 가능해 안정적인 경영에 대한 위험부담을 항상 안고 있다. 

이번 인터넷은행법 개정안 처리 과정에서는 국내 대표 ICT 기업인 네이버가 규제를 피해 해외에서 먼저 인터넷은행을 설립한 사례가 언급되기도 했다. 실제 네이버는 금융전문자회사 라인파이낸셜을 통해 한국이 아닌 대만과 일본, 동남아에 라인뱅크를 세워 테크핀 사업을 확장하고 있다. 국내 진출은 쉽사리 엄두를 내지 못한다. 올해 2월, 금융거래위원회는 이해진 네이버 창업자 겸 글로벌투자책임자(GIO)를 계열사 신고 누락으로 검찰에 고발 조치했는데, 국내라면 이를 이유로 인터넷은행업 발목을 잡아 휘두를 가능성이 충분하다는 것이다.

한 ICT업계 관계자는 "인터넷은행 출범 이후 금리경쟁 및 중금리 대출, 수수료 절감 등 소비자들이 체감할 수 있는 긍정적인 변화가 분명 있었다"면서 "ICT 기업의 참여가 없다면 국내 금융 시장은 예대마진 위주의 기존 영업방식으로 다시 돌아갈 가능성이 있다. 이번 개정안은 'KT 특혜법' 아닌 '네이버 컴백홈법'이 되어야 한다"고 전했다.


'플랜B' 가동한 KT 이제 어쩌나


현재 케이뱅크는 KT의 공정거래법 위반 전략으로 지난해 4월부터 대주주 심사가 중단된 이후 자본금 조달 불가로 1년째 신규 영업을 하지 못하고 있다. KT는 지난달 개정안이 부결되면서 자회사인 BC카드가 케이뱅크의 최대주주가 되는 이른바 '플랜B'를 가동한 상태다. '플랜B'란 KT가 보유한 케이뱅크 지분 10%를 BC카드에 매각하고, BC카드는 케이뱅크가 오는 6월18일을 주금납입일로 추진 중인 5949억원 규모의 유상증자에도 참여해 지분을 34%까지 늘리는 것이다.

케이뱅크 주주사는 보통주 기준 KT(BC카드, 10%), 우리은행(13.79%), NH투자증권(10%), 케이로스유한회사(9.99%), 한화생명(7.32%), GS리테일(7.2%), 케이지이니시스(5.92%), 다날(5.92%) 등으로 구성돼 있다. 최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주주사들이 케이뱅크에 거금을 투입하는 일은 지난해보다 더 쉽지 않은 상황이다. 업계에서는 장기적으로 대주주가 되는데 걸림돌이 사라진 KT가 전면에 나설 가능성이 크다고 보고 있다.

KT 관계자는 "KT가 대주주가 되느냐하는 문제보다 증자를 확대해 케이뱅크를 정상화하는 것이 시급하고 유일한 과제"라며 "이번 개정안이 일부 기업의 독과점화가 아닌 제3의 인터넷은행으로까지 확장하는 데 밑거름이 되어야 한다"고 전했다.

 

김임수 기자 imsu@techm.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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