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에선 가상자산 아니고 '암호자산'

#암호자산 규제 범위 확대하는 일본

#국내는 이제 정의 만들어야 


일본이 비트코인과 같은 가상자산을 앞으로 '암호자산'이라고 부른다. 또 관련 금융상품에 대한 규제도 도입했다. 

3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일본이 지난 1일부터 가상자산 관련 자금결제법과 금융상품거래법 개정안을 시행했다. 일본은 앞서 2016년 자금결제법에 가상통화 개념을 정의하고, 가상통화교환업자의 금융청 등록을 의무화하는 내용을 담아 입법화를 진행해 2017년 4월 이를 시행했다. 지난 3월 기준 일본서 등록된 가상통화교홥업자 수는 23곳이다.  

/ 사진=픽사베이
/ 사진=픽사베이

일본은 일찍이 가상자산 규제를 시작함에도 일본 최대 가상자산거래소인 코인체크(Coincheck)에서 5억달러 상당의 가상자산 유출 사고가 발생하자, 금융당국이 다시 가상자산 규제에 나섰다. 또 가상자산이 지불 수단을 넘어 '투자' 대상으로 활용되고 있는 점을 들어 '금융상품'으로서의 규제할 필요성도 제기됐다.

이에 일본은 투자자 보호를 강화하고 가상자산 마진거래 등 금융상품 거래를 규제하는 개정안을 마련했다. 일본 금융청은 전문가 의견 등을 반영해 지난해 3월 자금결제법 및 금융상품거래법 개정안을 의회에 제출했다. 지난해 5월 이 개정안이 의결됐다. 이 개정안이 이달 1일부터 시행되는 것이다. 


가상통화→암호자산으로... 커스터디 업체도 규제 대상


이번 자금결제법(PSA) 개정의 핵심은 ▲암호자산(暗号資産)으로 명칭 변경 ▲가상자산교환업자 정의에 '가상자산보관업자' 포함 ▲자산 관리 등에 이용자 보호 강화 등이다. 우선 명칭 변경 관련, 일본은 비트코인 등을 지불수단으로 해석해 가상통화로 지칭하다 지난해 법 개정을 통해 '자산'으로서의 특성을 고려한 것으로 보인다. 

일본에선 가상자산을 '암호자산'으로 명칭을 변경했다. / 사진=국회입법조사처 보고서
일본에선 가상자산을 '암호자산'으로 명칭을 변경했다. / 사진=국회입법조사처 보고서

자금결제법 개정에 따르면 암호자산 커스터디(수탁서비스) 업체들도 규제 대상에 포함됐다. 사업자가 고객자산을 관리하고 전송 등을 지원하는 경우, 암호자산교환업자 등록을 해야 한다. 

암호자산을 어떻게 보관해야 하는지에 대한 방법도 구체화됐다. 암호자산교환업자는 고객의 자산을 신탁회사 등에 신탁하는 방법으로 보관해야 한다. 또 암호자산교환업자는 해킹에 대비하기 위해 고객의 자산을 콜드월렛(인터넷 연결이 안된 지갑)에 보관하고, 사업 운영을 위해 핫월렛(인터넷이 연결된 지갑)에 보관해야 할 시 동종 동량의 '이행보증가상자산'을 보유하고 관리해야 한다. 

또 가상통화교환업자 이용자들이 암호자산의 위험성을 이해하고 투자할 수 있도록, 암호자산교환업자의 허위 광고 및 오인 광고를 금지했다. 


암호자산 파생상품도 규제 대상된다... STO도 제도화로 


일본은 암호자산 마진거래가 늘어나는 등 암호자산이 금융상품으로 매매되는 비중이 늘어남에 따라 암호자산을 금융상품으로 규정해 규제 대상에 포함시켰다. 이는 금융상품거래업(FIEA)에 적용된다. 암호자산 관련 파생상품 매매 시 허위 소문 유포 등 불공정거래행위도 금지된다. 

법이 본격적으로 시행됨에 따라, 글로벌 비트코인 선물거래소 비트멕스(BitMex)는 일본 거주 투자자들의 거래를 지난 1일부터 제한했다. 가상자산을 발행해 투자금을 모으는 이른바 'ICO' 방식 중 증권형토큰발행(STO)에 대한 내용도 개정안에 담겼다. STO를 통해 발행된 토큰은 증권의 성격을 갖고 있어 보유 시 배당금의 형식처럼 수익분배를 받을 권리를 지닌다.

이는 PSA에서 정의하는 지불이나 결제 등에 사용하는 유틸리티 토큰 성격과 구별된다. 이에 FIEA 개정안에는 증권형 토큰을 규제하기 위해 전자상 기록이 남는 '이전 가능한 재산적 가치 소유권(electronically recorded transferable rights·ERTRs)' 개념을 추가했다. 

앞서 일본계 금융기업인 SBI홀딩스는 일본 최초로 오는 7월 STO를 발행한다고 밝힌 바 있다. 이에 STO 관련 사업을 모색하는 현지 기업 움직임이 향후 본격화될 것으로 예상된다. 


국내는 특금법 개정안으로 첫걸음


국내에서도 내년 3월 특정금융거래 정보의 보고 및 이용 등에 관한 법률(특금법) 개정안 시행령 마련을 위한 당국과 관련 업계가 분주하다. 

일본 가상자산 관련 개정안 시행을 앞둔 지난달 28일 한국 국회입법조사처에서는 '일본의 가상자산(Virtual Assets) 이용자 보호 규율 강화' 보고서를 내놨다. PSA와 FIEA 개정안에 주요 내용과 함께 국내에 주는 시사점을 분석했다. 보고서는 특히 가상자산 '이용자 보호' 측면에 집중했다. 보고서는 "일본 PSA와 같이 가상자산 사업자에게, 거래를 위해 필요한 경우 이외에는 이용자의 가상자산을 콜드월렛과 같은 안전한 방법으로 관리하게 하고, 이행보증가상자산을 마련할 의무를 부과하여 이용자의 인출권을 보장하는 방안을 검토해 볼 수 있다"고 진단했다. 

가상자산을 금융상품으로 인정하는 점에 대해서는 신중하게 검토할 필요가 있다면서도 이용자 피해 방지 측면에서 일본의 금융상품거래법 개정안을 살펴볼 필요가 있다고 했다. 보고서는 "적어도 시세 조종으로 인한 이용자 피해를 방지한다는 측면에서는 일본 FIEA 상의 불공정거래 금지 규정을 우리 법령에 도입하는 방안을 면밀히 검토해볼 필요가 있다"고 했다. 

일각에서는 일본의 가상자산 규제에 속한 업체들이 늘어나고 이용자 보호를 위해 업체들이 준수해야 할 조건들이 늘어남에 따라 업계 위축이 우려된다는 시각도 있다. 국내 가상자산 거래소 업계 관계자는 "국내 특금법 또한 가상자산을 활성화시키는 진흥법보다는 규제법 성격이 강해, 일본 법안을 벤치마킹한다면 업계가 기대하는 만큼 기술혁신을 뒷받침하는 법안이 나오긴 힘들 수있다"고 진단했다. 

 

문정은 기자 moon@techm.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