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장은 우리가 알아서 할테니 좀 빠지라고?

#그럴거면 왜 파트너십을 맺고, 왜 정부 규제를 준수하죠?

#상도의는 좀 지켜가면서 합시다. 이상과 현실은 달라요


국내 가상자산 거래소 '지닥'이 카카오의 계열사인 그라운드X가 발행한 가상자산 '클레이'를 14일 원화마켓에 상장합니다. 원화마켓에서 '클레이'가 거래되는 것은 이번이 처음입니다.

그런데 이 상장이 논란입니다. 지닥이 그라운드X와 협의없이 독단적으로 상장을 강행했기 때문인데요. 특히 지닥은 그라운드X의 블록체인 플랫폼 클레이튼과 협력하는 공식 파트너라는 점에서 논란이 커지고 있습니다. 그라운드X는 '클레이'가 원화로 거래되면 투기의 대상이 될 수 있다는 점을 우려해서 국내 거래소에 상장을 진행하지 않고 있습니다. 해외 일부 거래소에서만 '클레이'가 거래되고 있습니다.

그라운드X는 지닥의 상장 강행이 불쾌합니다. "상장을 강행할 경우 파트너십 해지까지 검토하겠다"는 입장을 내놨습니다.

파트너사가 협의도 없이 상장을 진행하는 것은 분명 문제가 있는 것 아닐까요? 그런데 거래소들은 협의없이 상장하는 것이 너무나 당연한 것이라고 생각하나 봅니다.


상장여부는 우리가 독립적으로 판단한다는 거래소


지닥을 이끌고 있는 한승환 피어테크 대표는 개인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글을 올렸습니다. 요지는 피어테크는 그라운드X의 파트너이고 협력하고 있으며, 협력방안을 논의중이지만, 상장은 거래소 고유의 권한이니 협의없이 진행하고 있다는 것입니다.

/사진=지닥 제공
/사진=지닥 제공

한승환 대표의 글 일부를 옮겨보겠습니다. 

현 이슈인 상장자체에 대해서는 거래소는 독립적인 검증 및 심의기관으로 역할하며 심사대상에게 상장이나 상장폐지 여부에 대한 최종 결정을 위임하지 않습니다. 상장 과정에서 프로젝트들과 소통하는 것은 바라는 일이고 적극적으로 필요에 대해 논의하려는 입장이지만, 지닥거래소의 상장여부에 대한 최종 결정은 지닥에서 독립적인 의사결정권을 가지고 진행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거래소로서의 역할과 책무에 대해 겸손한 마음으로 이해와 존중을 구합니다.

코인원을 운영하고 있는 차명훈 대표도 글을 올렸습니다. 차 대표의 글도 옮겨보겠습니다.

여전히 퍼블릭 블록체인의 개념을 업계에서, 그리고 언론에서 혼란스러워 하는거 같다. 누구나 주고받을 수 있고 사고팔수 있는 화폐가 있고, 이를 거래할 수 있는 마켓을 만드는데 어떤 부분이 잘못됐을까? 무슨 문제가 있어서 싫어하는진 모르겠지만, 모든걸 컨트롤 하려면 프라이빗 블록체인 또는 티머니 같은 형태로 만들었어야 했다. 아무튼 지닥 화이팅.

결국 상장은 우리가 알아서 한다. 가상자산을 발행한 업체와 협의해서 상장하는 것이 아니다라는 입장인 것 같습니다. 비트코인을 상장하기 위해 비트코인재단과 협의하지 않고, 이더리움을 상장하기 위해 이더리움재단과 협의하지 않는 것처럼 말이죠. 꽤 그럴듯해 보이죠?


'상도의'라는거 좀 지키면서 사업하면 안될까요?


그런데 말입니다. 그냥 하고 싶은대로 맘대로 상장하고 운영할거면 뭐하러 파트너를 만듭니까? 그래도 파트너인데 마음대로 상장하지 말고, 파트너사와 협의해서 일정을 정하면 안됐던 것일까요? 뭐가 그리 급하셨습니까?

비트코인이나 이더리움은 그냥 하는데 뭐가 문제냐구요? 그들은 상장하는 것에 대해 불쾌해하지 않지만 파트너사는 불쾌해하기 때문에 문제인겁니다. 그래도 파트너인데, 서로 사업적 일정이나 시너지 등을 따져서 원활하게 사업을 할 수 있도록 도와야 하는 것 아닙니까? 누가 정해놓지는 않았지만, 당연히 지키려고 노력하는 것.

우리는 이런 것을 '상도의'라고 부릅니다.

그리고, 마음대로 하고 싶은대로 운영하고 싶으면 그냥 조세회피처나 다른 국가에 거래소를 세우고 운영하는걸 추천드립니다. 오픈소스와 자율적 생태계 확장성 덕분에 마음대로 상장하고 거래할 수 있는데 굳이 왜 특정 금융거래정보의 보고 및 이용 등에 관한 법률이라고 하는 이름도 어려운 법을 지키느라 노력합니까?

굳이 뭐하러 비용을 들여가며 정보보호관리체계(ISMS) 인증을 받습니까? 굳이 뭐하러 은행계좌를 연결하고, 굳이 뭐하러 자금세탁방지 의무를 준수합니까? 굳이 뭐하러 중앙에서 통제하는 거래소를 운영합니까? 탈중앙화 거래소를 운영하는 것이 블록체인의 철학과도 맞는 것 아닙니까? 개방된 블록체인 세상에는 중앙기관의 통제나 규율 같은 것은 없어도 되는 것 아니던가요?

안그래도 가상자산을 바라보는 대중들의 눈초리가 따갑습니다. 굳이 불필요한 논란으로 업계를 바라보는 눈이 더 따가워지도록 만들 필요가 있을까요? 협의할 수 있으면 그냥 좀 합시다.


허준 기자 joon@techm.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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