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민서 님 /캐리커쳐=디미닛
박민서 님 /캐리커쳐=디미닛

인생에 있어서 20대


비유하는 것을 좋아하지는 않지만, 굳이 비유하자면 인생은 책과 같다고 생각한다. 그렇다면 책에서 '20대'라는 챕터는 어떤 의미를 가질까?
20대 전에, 먼저 10대를 떠올려보자.

10대 때는 정해진 시스템 속에서 주어진 시간 안에 가장 많은 문제를 맞히는 법을 훈련받는다. 학교와 학원을 제시간에 다녀오는 학생이 착한 학생이 되며, 종이에 적힌 숫자가 그 학생의 거의 모든 것을 말해주는 시기다.

숫자를 기반으로한 줄 세우기가 만연하고 자신을 줄 안에서 찾는 그러한 시기이다. 따라서 울타리 밖으로 벗어나 자기가 진심으로 원하는 활동들을 하기가 쉽지 않다.

시간이 흘러 20대가 되면 활동 범위와 만나는 사람들의 종류가 한순간에 늘어나게 된다. 합법적인 음주와 흡연, 첫 투표, 진학, 취업, 결혼 혹은 첫 연애 등 많은 중요한 사건들이 처음으로 발생한다. 이런 다양한 경험을 통해 알지 못했던 자신의 모습을 발견하기도 하고 새로운 자아를 형성하기도 한다.

'20대'라는 챕터는 본격적으로 책의 주 저자가 나 자신이 되는 시작점이다. 주도적으로 자기 인생을 설계하고 실행하고 때로는 성공하고 때로는 실패하는 다양한 이야기가 시작되는 그런 챕터다.


스스로도 한마디로 정의할 수 없는 20대


20대가 되면 이전에는 대수롭지 않게 넘겼던, '행복이란 무엇인가?', '정의란 무엇인가?', '삶은 어떻게 살아가야 하는가?', 내가 살아가는 이유, 인생의 목표와 같은 철학적이고 답이 정해져 있지 않은 질문에서부터 '이번 달 전기비, 가스비, 물값은 얼마지?', '내가 내야 하는 카드 값은 얼마지?', '대출 금리, 남아있는 대출금이 얼마더라?', '요즘 전/월세가 얼마더라?', '서울, 경기 집값은 얼마나 하나?'와 같이 굳이 내가 신경 쓰지 않아도 됐던 현실적인 질문들에 대해서도 진지하게 고민하기 시작한다.

20대가 어떤 나이인것 같냐는 필자의 물음에 친구들은 다양한 답변을 해줬다.

가장 걱정이 없을 나이이지만, 동시에 너무 많은 것들을 걱정하고 있는 나이. 많은 것들을 배우는 나이이지만, 동시에 너무 많은 것들을 배워야만 하는 나이. 뭐든지 할 수 있을 것 같은 나이이지만, 동시에 아무것도 할 수 있는 게 없는 나이. 주관이 뚜렷하고 꼭 말하는 나이이지만, 동시에 자신이 원하는 것을 잘 모르는 나이. 다들 경험을 해본 나이이지만, 그 누구도 쉽게 이해할 수는 없는 나이.

20대의 특징에 대한 이야기를 나눌 때에도 재미있는 답변이 많이 나왔다.

혼자 있는 것을 좋아하지만, 떡볶이를 같이 먹어줄 친구는 필요하다. 내 집 마련의 꿈을 이루고 싶지만, 월급이 들어오면 구찌 신발을 '플렉스' 한다. 학교 선배, 회사 상사들의 잔소리는 싫지만, 내게 찾아온 후배에게는 "나 때는"을 시전한다. 의견을 자유롭게 개진하고 주장하고 싶지만, "질문 있는 사람?" 할 때는 단 한 명도 들지 않는다. 남들이 나를 함부로 넘겨짚는 것은 싫지만, 나도 나 자신을 잘 모르겠다. 하고 싶은 것들을 하며 살고 싶지만, 결국에는 사회가 인도하는 쪽으로 방향을 틀고 있다.

우리도 우리 스스로를 쉽게 정의할 수 없었다. 그러다보니 외부에서 발표되는 20대에 관련된 수많은 연구 및 통계 결과에 막상 당사자들은 크게 공감하지 않는 경우가 많다. 20대의 고민과 사고방식은 참 이해하기 어렵고 복잡하며 빨리 변한다.


사회에서 바라보는 20대


사회는 주로 키워드나 통계 2가지 방식으로 20대를 바라보고 받아들인다.

키워드는 보통 다음과 같다. 부러움의 대상, 비난의 대상, 연구의 대상, 돌아가고 싶은 나이, 버르장머리 없는 요즘 애들, 중요한 유권자, 트렌드의 중심, 핵심 소비자, 밀레니얼 세대, Z세대, 그리고 이 둘을 합친 MZ 세대.

키워드만으로 20대의 모든 것을 파악하기에는 분명한 한계점이 있다.
그래서 조금 더 구체적으로 20대를 파악하기 위해 활용되는 방법이 통계다.

20대는 대한민국 전체 인구의 13.11% 를 차지한다. 2020년 3월 기준 평균 고용률 41%, 실업률 9.9%이다. 고교 졸업 후 대학 진학률은 70.4%이며, 전체 중 14.63%의 학생이 학자금 대출을 받은 상태이다.

확실히 통계가 키워드보다 더 많은 정보를 전달한다. 하지만 키워드와 통계 이 2가지만으로 과연 20대를 명확하게 이해했다고 할 수 있을까? 개괄적인 정보만 파악했을 뿐 명확하게 이해했다고 할 수는 없다고 생각한다.

이쯤에서 드는 질문이 2가지가 있다.

첫째, 사회는 이렇게 어려운 20대를 왜 이해하려고 노력할까? 둘째, 그런 노력에도 불구하고 20대를 왜 잘 이해하지 못할까?


왜 20대를 이해하려고 하는 것일까?


20대는 돈이 되고 표가 된다.

20대를 가르쳐야 하는 입장, 20대와 함께 일을 해야 하는 입장, 20대에게 소비를 끌어내야 하는 입장, 표를 얻어야 하는 입장에 놓인 사람들에게 20대는 엄청난 영향력이 있는 중요한 고객층이다.

만약 20대를 잘못 파악한다면, 이 주요 고객층은 한순간에 눈을 다른 곳으로 돌릴 것이다. 이를 방지하기 위해서 20대를 명확하게 이해하려고 노력한다. 하지만, 위와 같이 키워드나 통계에 의존해 20대를 바라본다면 그릇된 방향으로 20대를 단정짓게 되고 결국 이는 더 안 좋은 결과를 불러올 것이다.


왜 20대를 잘 이해하지 못할까?


큰 틀에서만 바라보거나 자신의 시각으로 바라본다.

위에서 언급한 것 처럼 20대를 바라보는 주체들은 정말 다양하다. 그리고 모두 각자의 이유와 목적을 가지고 있다. 하지만, 이들에게도 한가지 공통점이 있다. 바로, 모두 20대를 경험해봤다는 것이다. 각자가 경험한 20대가 있기에, 그 경험을 기반으로 20대를 바라보는 경향이 있다.
현재 20대의 입장에서 서보는 것 이전에, 통계와 키워드를 기반으로 하여 스스로의 시각에서 20대를 바라보기 때문에 20대를 명확하게 파악하고 이해하지 못한다.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하는 것인가?


듣자. 듣고 보자. 듣고 보는 방식으로 20대를 소비하자.

사진과 영상의 시대가 본격적으로 도래한 만큼, 자신의 생각이나 결과물을 사진이나 영상 등 20대만의 방법으로 표현한 콘텐츠들이 많이 존재한다. 자신이 방문한 카페, 식당, 전시회, 구입한 옷, 신발, 장비, 노래하는 영상, 춤추는 영상 등 다양하다.

이 중 필자가 가장 추천하는 것은 20대 인터뷰 콘텐츠이다. 인터뷰 주제는 '포퓰리즘 정책의 유효성'과 같은 무거운 것부터 '당신에게 첫사랑이란?'과 같은 개인적인 것까지 다양하다. 이 콘텐츠를 추천하는 이유는 이런 영상에서 보통 20대의 생각과 시선을 엿볼 수 있는 기회가 많이 존재하기 때문이다.

물론, 기성세대들 중에서도 20대를 잘 이해하고 공감하여 많은 찬사와 박수를 받았던 사례들도 있다.

국내에서는 대표적으로 구글 CEO 순다이 피차이를 만난 대박 유투버 '박막례 할머니'가 있다. 이 할머니는 특유의 화법과 표현 방식으로 젊은 세대들에게 인기를 끌고 있으며, 끊임없이 소통하고 노력하는 모습으로 단순 호감을 넘어서 존경과 많은 이들의 롤모델로도 부상하고 있다.

해외 사례로는 로버트 드니로를 들 수 있다. 유명 배우 로버트 드니로는 2015년 뉴욕대학교 티시 예술대학 졸업식에서 연설을 했다. 다른 유명인사들의 졸업식 연설만큼 유명하지 않지만, 한번도 본적 없는 사람은 있어도 한번만 본 사람은 없을 정도로 인상적이다.

선배로서, 앞으로 예술가들이 살아갈 차가운 현실을 알려주면서 꾸준함과 성실함의 힘을 강조하며 따뜻한 응원을 건네었다. 연설 마지막에는 졸업생 중 PD를 희망하는 이들에게 배우로서 지원용 포트폴리오를 제출하겠다는 농담을 했다. 졸업생들을 학생으로만 보지 않고 프로로 인정하는 이 발언을 끝으로 큰 박수를 받고 연설을 마무리했다.

할일과 신경쓸 일이 많아 시간이 부족한 기성세대들의 입장에서 20대를 파악하기 위해 통계와 키워드라는 방법을 선택하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 것일지도 모른다. 가장 빠르고 효율적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적더라도 시간을 조금 더 사용하여 인터뷰 콘텐츠와 같이 20대 개개인의 시각을 볼 수 있는 콘텐츠를 소비한다면 이들을 더욱 깊게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세줄 요약


20대는 하나의 덩어리가 아니다.사회는 20대를 키워드나 통계와 같은 방법으로 바라보고 이해하지만, 이는 개괄적인 정보만을 제공하여 20대를 명확하게 이해하는 것은 분명한 한계가 있다. 20대가 만들었거나 등장하는 콘텐츠를 소비해 많이 보고 듣는 것만이 그들을 이해할 수 있는 제일 빠른 길이다.

 

글=박민서
정리=허준 기자 joon@techm.kr

<Who is> 박민서 님은?
20대 대학생(공대), 소위 말하는 '요즘 젊은 애'다. 중앙대 블록체인 학회 C-Link의 학회장, 건설경영정보연구실 연구원, JS와 Go를 사랑하는 개발자, 컨설팅 펌 패러데이의 파트너, 베드룸 디제이, 아마츄어 프로듀서, 예비 유투버 등 다양한 옷을 입고 있는 20대다.

하루가 다르게 변회하는 사회를 필자와 친구, 선후배들이 갖고 있는 20대의 시선으로 바라보고 '요즘 젊은 애들'의 생각을 날 것 그대로 적고 공유해 세대간 격차를 줄이는데 일조하고 싶어서 글을 쓰기 시작했다. 필자가 모든 20대를 대표한다고 할 수는 없다. 단지 이런 20대도 있다는 것을 여러분께 알리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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