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애플
/사진=애플

#점유율 28% 시장, 두고만 볼텐가

#'아이폰' 들여온 KT의 사례를 기억하자

#현대카드 정태영 부회장님 믿을게요~


국내 아이폰 사용자들을 설레게 한 애플페이 국내 도입은 이번에도 루머로 결론났다. 지난달 IT업계에는 현대카드가 상업자표시방식(PLLC) 형태로 애플카드와 함께 애플페이를 도입할 것이라는 이야기가 나돌았다.

때마침 현대카드에서 스테디셀러 상품인 제로(zero O) 카드를 단종시키면서 애플페이를 도입한다는 소문은 더욱 설득력을 얻었다. 하지만 이는 새로운 카드로 리브랜딩하기 위한 조치였던 것으로 밝혀지면서 해프닝으로 일단락했다.


갤럭시 이용자 '삼페부심' 솔직히 인정해


삼성전자 스마트폰 이용자들이 애플 아이폰 이용자와 있을 때 유달리 우쭐해지는 순간이 있다. 바로 삼성페이를 쓸 때다. 삼성페이는 마그네틱 보안 전송(MST)을 통해 마치 신용카드를 쓰듯이 스마트폰을 이용해 각종 결제가 가능하다. '한번 쓰면 다른 스마트폰은 못 쓴다'고 할 정도로 삼성페이는 지갑 없이도 일상생활이 가능한 생태계를 만들었다.

아이폰 이용자들에게 '삼성페이'와 같은 사용자 경험은 그림의 떡이다. 애플페이는 지난 2014년 9월 처음 소개된 이후 5년이 지나도록 국내에 도입되지 않고 있다. 중국과 일본은 2016년에 이미 애플페이를 도입했다. 현재 사용가능 국가가 40여개국으로 늘었지만, 국내 도입은 깜깜무소식이다.

국내 아이폰 점유율이 저조한 것도 아니다. 지난해 4분기 아이폰의 국내 점유율 28% 수준까지 올라왔다. 스마트폰 사용자 4명 중 1명은 아이폰을 쓴다는 얘기다. 이번 현대카드뿐만 아니라 삼성카드와 KB국민카드에서도 애플페이 도입설이 꾸준히 나오는 이유 역시 애플과의 제휴를 통해 아이폰 사용자들을 고객으로 끌어들일 수 있어서다.

애플은 밀레니얼과 Z세대에게 지지를 받고 있는 브랜드다. 성사만 된다면 카드업계에 미치는 파급력이 상당할 것이라는 게 중론이다.


애플페이 도입 안 되는 세가지 이유


애플페이 국내 도입이 힘든 이유는 크게 세가지 때문이다. 가장 큰 걸림돌은 단말기 보급 문제다. 애플페이는 근거리무선통신(NFC) 기술을 쓰는 서비스라 별도의 단말기가 필요하다. NFC 단말기는 대당 가격이 15만~20만원 수준이다. 모든 가맹점에 보급하기 위해서는 3000억원이 필요하다.

애플은 애플답게(?) 단말기는 카드사나 개별 영업점이 해결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카드업계에 따르면, 특정 업체를 위한 가맹점 단말기 보급은 리베이트 성격으로 보고 법적인 제재를 받을 수도 있다고 한다.

두번째는 애플의 결제수수료다. 올해 초 일부 언론에서 애플이 카드사에 1% 수준의 수수료를 요구하고 있다고 밝혔으나 다소 부풀려진 측면이 있다. 미국의 애플페이 결제수수료는 0.15%, 중국은 0.03% 수준이다. 중국 수준으로 낮추지는 못하지만 미국 수준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는다는 게 업계의 얘기다.
 
다만 삼성전자는 삼성페이 사용에 따른 결제수수료를 카드사에 요구하지 않는다. 지문 홍채인식 사용에 따른 비용(건당 4.9~9.9원 수준) 역시 삼성전자가 아닌 모바일 인증업체가 가져간다. 카드사 입장에서 삼성페이 대신 결제수수료를 부담해야 하는 애플페이를 굳이 도입할 필요가 없다.

세번째는 이미 대한민국은 신용카드를 기반으로 한 현금없는 결제 시스템이 완벽하게 갖춰져 있다는 점이다. 굳이 비용을 들여 새로운 시스템 구축이 필요하지 않다는 것도 애플페이 도입을 늦추는 이유다.

특히 애플페이는 대부분 EMV(유로패스, 마스터, 비자가 만든 국제 표준) 규격에 따른 NFC 결제망을 이용한다. 카드사에서 당장 애플페이를 도입하려면 애플 결제수수료와 EMV 결제망 사용에 따른 수수료까지 내야하기에 더욱 부담일 수밖에 없다.


'언택트 시대' NFC 시스템이 글로벌 표준!


여러 걸림돌로 인해 애플페이 도입이 늦춰지는 사이 미국과 유럽 등 선진국은 이미 NFC 결제 시스템으로 빠르게 넘어가고 있다. 미국 뉴욕시는 지하철 이용 시 기존 메트로카드 외에 신용카드, 삼성페이, 애플페이 등이 모두 가능한 '옴니(Omny)' 시스템을 시범 적용하는 등 결제 방식에 따른 차별을 두지 않는다. 신용카드 사용률이 저조한 일본은 애플페이 도입과 함께 곧바로 NFC 결제 시스템으로 넘어가는 중이다.

특히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으로 '언택트(비대면) 시대'로 접어들면서 NFC 결제는 더욱 각광받고 있다. 삼성페이가 주로 쓰는 MST 방식은 신용카드와 마찬가지로 스마트폰을 직원에서 건네는 등 대면 접촉이 이뤄지는 시스템이지만 NFC 결제는 기기나 사람의 접촉없이 결제가 이뤄진다.

또 스마트폰에 저장된 마그네틱 카드 정보는 복제 등을 통해 금융범죄에 악용될 가능성이 항상 있다. 삼성페이는 다양한 보안 절차를 거쳐 안정성이 높지만 결제 순간 데이터 통신을 주고받는 과정을 거친다.

반면 애플페이가 쓰는 NFC 결제는 어떠한 정보도 수집하지 않고 통신을 주고받지 않아 인터넷이 연결되지 않은 환경에서도 사용할 수 있다. 이런 이유로 국내 역시 NFC 결제 시스템 도입이 필요하다는데 이견은 없다.

하지만 우리 정부와 카드사는 EMV와 같은 국제 규격을 받아들이는 대신 한국형 규격인 NFC 저스터치(Justouch) 서비스를 만드는데 몰두했다. 이로 인해 해외수수료를 아낄 수는 있겠지만 자칫 글로벌 서비스에서 소외되고 갈라파고스화될 개연성이 충분하다. 


아이폰 처음 들여오던 KT를 본받자!


애플페이 도입에 따른 일련의 흐름은 국내 아이폰이 처음 도입됐을 때를 떠오르게 한다. KT는 애플과 단말기 보조금 문제, 요금 해석 차이, 와이파이 탑재 등 수많은 난제를 극복하고 '목화씨를 들인 문익점의 마음으로' 지난 2009년 11월, 아이폰 3GS를 국내 첫 출시했다.

아이폰 도입 이후 국내 단말기 제조업체들은 모든 스마트폰에 와이파이를 탑재하기 시작했고, 문자메시지 하나, 데이터 패킷당 과금을 하던 통신사들은 데이터 무제한 요금을 내놓았다. 아이폰 도입이 통신 분야 혁신을 앞당긴 것은 분명한 사실이다.

물론 카드사의 애플페이 도입을 그때와 단순 비교할 수는 없지만 간편결제 시장의 신선한 자극제가 될 것은 분명하다. 당장 국제 규격에 맞는 애플페이 도입 시 해외 관광객들 결제가 얼마나 간편해질지 생각해보자. 지금은 유명무실한 한국형 저스터치가 애플페이로 인해 활성화될 수도 있을 것이다. 최대 3% 적립 혜택을 주는 애플카드는 1% 적립해주면서 생색을 내는 국내 카드업계에 경각심을 줄 수도 있을 것이다.

애플페이는 당장은 아니지만 언젠가 다가올 미래임이 분명하다. 정부는 오는 2023년까지 NFC 단말기 보급을 위해 400억원을 예산을 마련했고, 삼성전자 역시 NFC 결제망을 늘리기 시작했다.

머잖아 애플과 손잡을 혁신 기업이 나타날 것 같은 기분은 그저 '앱등이'의 착각일까. 그래도 나는 편의점에서 지갑 대신 아이폰을, 대중교통 이용 시 카드 대신 애플워치를 쓰는 그날까지 지치지 않고 '행복회로'를 돌리겠다.


김임수 기자 imsu@techm.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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