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 현장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 가속화

/사진 = 대구카톨릭대병원
/사진 = 대구카톨릭대병원

#인공지능으로 병원 업무 효율화

#협업 솔루션으로 비대면 환경 구축

#다학제 진료도 전용 메신저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바이러스와 사투를 벌이고 있는 의료현장에 디지털 기술이 힘을 보태고 있다. 디지털 기술은 복잡한 병원 업무 환경을 효율화하고, 의료진이 더 원활히 소통할 수 있도록 새로운 길을 열고 있다.


50여 개 복잡한 퍼즐 맞추는 병상 배정


서울아산병원 전경 /사진=서울아산병원 홈페이지
서울아산병원 전경 /사진=서울아산병원 홈페이지

대형병원은 늘 환자들로 넘쳐난다. 입원이 필요한 환자를 병상에 배치하는 일만 해도 쉽지가 않다. 퇴원 환자 목록를 시작으로 병동 현황, 입원 환자 중 병상 변경 환자, 입원 예정자, 응급실 환자 목록 등을 일일이 파악해야 한다.

이후 입원 환자의 진료과 및 질환명, 나이, 성별, 중증도, 수수술, 검사, 마취 종료, 감염 예방을 위한 격리 여부, 의료진 동선 최소화, 환자 안전을 위한 동명이인 식별, 환자 선호 병실, 입원 예약 순서 등 50여 개 이상의 복잡한 기준을 마치 퍼즐조각 맞추듯 반영해 병상을 배정한다.

국내 최대 병원인 서울아산병원의 경우 평균 2600명 이상이 입원해있고, 하루에도 60여개 진료과를 통해 입원하고 퇴원하는 환자수만 700명이 넘는다. 병상 배정 업무 중에 들어오는 예약이 변경이나 취소 요청만 하루 평균 250건에 달한다. 자칫 한 가지 조건이라도 틀어지면 도미노처럼 많은 환자들의 병상을 다시 배정해야 하는 경우도 생길 수 있다.


AI 기술로 병상 배정 업무 자동화


아산병원은 이런 병상 배정을 효율화하기 위해 인공지능(AI)의 힘을 빌렸다. 이 병원은 최근 한국IBM과 '병상 배정 업무 자동화 프로그램'을 개발해 최근 실제 현장에 적용하기 시작했다.

이 시스템을 이용하면 업무 담당자가 입원 예정 환자 데이터와 병상 현황 및 수술 예정 현황 데이터 등 병상 배정에 대한 모든 빅데이터를 내려받아 AI 프로그램에 적용하기만 하면 된다.

/ 사진 = 서울아산병원
/ 사진 = 서울아산병원

이를 실제 업무 현장에 적용해 검증한 결과, 각 진료과별로 최소 7분에서 최대 20분이면 배정을 마칠 수 있었다. 이 중 치료 원칙과 담당자가 미리 설정해놓은 병상 배정 기준에서 벗어난 경우는 단 한 건도 없었다.

인공지능 시대는 생각보다 더 가까이 온 듯 하다. 이번 병상 배정 업무 자동화 프로젝트는 서울아산병원과 한국IBM이 손 잡고 지난 1월 인공지능 시스템 개발에 착수해 단 3개월 만에 완성됐다.

김종혁 서울아산병원 기획조정실장은 "인공지능 시스템이 아직은 전체 병상 배정 업무의 절반 정도를 담당하고 있지만 점차 확대해 최적의 의료 서비스를 제공하고 병상 배정의 투명성도 더욱 높일 계획"이라고 말했다.


코로나19로 '언택트' 요구 높아진 의료 현장


코로나19 사태로 인해 촉발된 '언택트'(비대면) 환경에 대한 요구는 병원에서도 마찬가지였다. 기존 대면 업무를 비대면 협업 환경으로 전환하고, 선별진료소와 음압병동 등 급박한 현장에 있는 의료진들과의 신속히 정보를 교환할 수 있는 창구가 요구됐다.

의료 분야는 생명을 다루는 만큼 의사결정에 고도의 전문성을 요구하며, 이를 뒷받침하기 위해선 안정성이 완벽히 검증된 솔루션이 필요하다. 특히 환자의 민감정보를 다루는만큼 고도의 보안이 필수다.

국내 의료계를 이끄는 견인차 역할을 하고 있는 서울대학교병원은 마이크로소프트(MS)의 협업 솔루션 '팀즈'를 '의료계 비대면 협업의 표준'으로 지목했다.

서울대학교병원 전경 
서울대학교병원 전경 

비대면 협업 솔루션으로 더 유연해진 의사소통


서울대병원은 본원 외에 분당서울대병원과 강남센터를 운영 중이며, 서울특별시보라매병원, 국립교통재활병원, 아랍에미리트(UAE) 왕립 셰이크 칼리파 전문병원 등 국내외 병원을 위탁 운영하고 있다.

서울대병원은 팀즈를 통해 본원과 각 지점간 비대면 협업 환경을 마련했다. 초기에는 대화하는 방법을 카메라와 마이크로 전환하는 데 의미를 뒀으나, 점차 조직문화 전반이 변화하기 시작했다.

서울대학교병원 팀즈 이용 모습 / 사진 = 마이크로소프트
서울대학교병원 팀즈 이용 모습 / 사진 = 마이크로소프트

박경우 서울대학교병원 의료혁신실장은 "코로나19 이후 최전선에 있는 병원의 특성상 원내 감염 확산의 위험을 줄이기 위해 회의를 온라인으로 전환하는 것이 좋을 것 같다는 의견을 냈다"며 "팀즈를 도입한 이후 여러 분원들과의 소통이 쉬워지면서 대화의 빈도도 자연스럽게 늘어났고 기대하지 않았던 유연성이 더해졌다"고 말했다.

현재 서울대병원에선 소규모 모임은 물론, 50~60명이 참여하는 대형 회의도 팀즈를 통해 진행 중이다. 또 원내 의과대학 학생과 레지던트, 전공의 등을 대상으로 한 교육과 수련도 비대면으로 전환했다.

실제 서울대병원은 팀즈 도입 이후 선별진료소와 음압병동 등 현장에 있는 구성원들과의 신속한 정보 교환을 통해 정부 정책과 현장의 괴리감이 크게 감소하는 경험을 했다. 컴퓨터 앞에 앉을 틈조차 없었던 현장의 의료진들은 모바일을 통한 소통으로 검사 방법, 검사 대상자, 병동 관리 등 중요한 판단이 이뤄질 때 현장의 목소리를 전할 수 있었다.


환자를 위한 '디지털 혁신병원'


용인세브란스병원
용인세브란스병원

지난 3월1일 개원한 용인세브란스병원은 '디지털 혁신병원'을 지향하고 있다. 입원 환자의 생체신호를 모니터링해 중증도를 예측하는 시스템을 구축하고, 입원 환자의 병원 내 이동을 확인할 수 있는 '블루투스 스마트밴드'도 적용했다.

이 병원은 환자용 애플리케이션과 신체 측정 무인 키오스크 등 디지털 기술을 활용해 환자들의 편의성도 높였다. 환자용 앱은 환자가 진료나 검사를 받기 위해 이동해야 한느 동선을 지도로 표시해주고, 진료 예약과 검사 확인도 바로 가능하다.

최근 이 병원은 NHN의 의료진 전용 협업 메신저 '토스트 메디컬톡'(TOAST MedicalTalk)을 도입했다. 이 메신저는 다학제 진료를 위한 의료진 전용 헙업 메신저로, NHN의 협업 솔루션 '토스트 워크플레이스 두레이'를 기반으로 클라우드 및 모바일 서비스 플랫폼 전문 개발사인 에스피테크놀로지가 함께 개발했다.


다학제 진료를 위한 협업 메신저


다학제 진료란 한 명의 환자를 위해 여러 진료과 의료진이 협진을 통해 최선의 치료 방안을 찾는 진료 시스템을 말한다. 그동안 병원 내 일반적인 메신저로는 협진을 위해 의료진이나 환자 처방 정보 등을 별도 시스템에서 조회하고 채팅방을 일일이 개설해야만 했다.

토스트 메디컬톡은 이런 다학제 진료를 위한 커뮤니케이션 방안을 최우선에 두고 서비스를 설계했다. 우선 해당 의료진이 토스트 메디컬톡에 접속하면 담당 환자와 협진 환자 목록의 실시간 확인이 가능하고, 환자 기준으로 의료진 목록이 자동으로 생성돼 별도의 검색 과정 없이 곧바로 그룹 대화 등에 참여할 수 있다.

NHN 토스트 메디톡 / 사진 = NHN
NHN 토스트 메디톡 / 사진 = NHN

메신저 안에서 협의된 진료 내용은 필요 사항만 선택해 전자의무기록(EMR)에 즉시 입력 및 저장할 수 있으며, 응급 환자를 위한 긴급 공지 기능도 제공한다. 필요시에는 그룹 대화방에서 화상통화도 진행할 수 있고, 의료진 정보를 담은 전사적자원관리(ERP), 환자의료정보(EMP), 처방정보시스템(OCR) 등 병원 내 다양한 시스템과 연동할 수 있다.

민감정보인 환자의 의료정보 보호를 위한 높은 보안성도 갖췄다. 원외망에서 접속 시에는 지문이나 안면 인식 등을 통한 생체인증과 PIN을 활용한 2차 인증을 적용했다. 또 환자 개인정보보호와 정보보안을 위한 디지털 저작권 관리(DRM) 솔루션을 적용해 텍스트, 이미지, 문서, 동영상 등 미디어의 불법적 유출을 차단하고, 화면 캡처와 메시지 복사 방지 기능도 탑재할 수 있다.

용인 세브란스병원 관계자는 "토스트 메디컬톡을 통해 구축된 ‘Y톡’은 담당, 협진, 협업 환자별 목록을 실시간 확인하고 진료할 수 있도록 설계됐다"며 "환자를 위한 보다 빠르고 효과적인 커뮤니케이션이 가능해질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남도영 기자 hyun@techm.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