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제를 찾아내고 의미를 만들어내라
고민이 많을 때 읽어보면 좋은 책

최인아 님 /캐리커쳐=디미닛
최인아 님 /캐리커쳐=디미닛

이분법을 쓰면 주장을 강하게 펼 수 있다. 단순할수록 센 법이니까. '뉴타입의 시대', 이 책이야말로 그렇다. 올드타입과 뉴타입. 복잡다단한 얘기를 단 두개의 관점으로 비교해서 주장하니 논점이 더 할 수 없이 선명하다. 하지만 세상은 그렇게 간단하게 정리할 수 있는 게 아니라고 부정하고 싶은 마음도 컸다. 그럼에도 읽을 만한 책이다.

이 책은 변화에 관한 책이다. 지금까지의 생각과 행위를 바꿔야 한다는 뜻이다. 이전과는 다른 세상이 됐기 때문이다. 보통 이런 주장은 테크놀로지를 첫번째 변수로 꼽는다.

그런데 저자 야마구치 슈는 다른 각도에서 시작한다. 불만 불편 불안 등 그동안 문제였던 것들이 거의 해결됐다는 거다. 비즈니스란 문제에 대한 해법을 찾아내는 것이고 그런 역량을 가진 사람들을 우대했다. 그런데, 문제가 거의 해결됐으니 해법을 아무리 찾아봤자 가치가 없다는 것이다.

뭐라고? 다들 해법을 찾느라 난리인데 해법이 필요없다고?

한방 먹여놓고 그가 강조하는 것은 문제를 찾아내는 능력, 다시 말해 이것이 문제라고 알려주고 정해주는 '어젠다 세팅 능력'이다. 또한 필요가 충족된 만큼 인류가 잃어버린 것도 있다. 바로 '의미'다. 가치는 희소한 것에 있기 마련이다. 지금은 의미가 부족한 시대인 만큼 의미를 만들어 내는 능력이 필요하고 우대받을 것이라고 저자는 주장한다.

그럼에도 많은 이들이 여전히 For what(무엇을 위해)과 Why(왜)를 생각지 않고 하던대로 효율을 올리고 How(어떻게)를 쫓는다. 이에 대해 저자는 앞으론 어림 없다고 말한다. 그런데 그가 말하는 뉴타입은 언제부터 적용되는 것일까.

'이거 이미 시작된건데', '당연히 이렇게 해야 하는 거 아닌가'하는 생각도 많이 했다.


전문 분야의 경계를 넘나들 때 반드시 필요한 건 '교양'


알다시피 저자는 대학에서 경영학이 아니라 철학과 미학미술사를 공부하고 컨설팅 회사에서 일했다. 그래서인지 전작 '철학은 어떻게 삶의 무기가 되는가'에서 보여주었듯이 그가 비즈니스를 보는 관점은 경영대학원(MBA)을 나온 사람들과 많이 다르고 그래서 신선하다. 특히 직관과 인문 교양을 강조하는 점에서 그렇다. 그의 차별화된 무기이기도 하다.

'뉴타입의 시대'에서 언급한 책도 찾아 읽었다. '교양, 모든 것의 시작'이라는 책이다. 리버럴 아츠(liberal arts), 즉 교양이 뭐냐고, 이 시대에 교양이 왜 필요하냐고 묻고 답하는 책이다. 자동차를 더 잘 만드는 데는 테크놀로지가 필요하지만 그 자동차를 타고 어디를 갈 것인지는 기술이 아니라 교양이 정한다고 책은 말한다.

갈수록 전문화되는 세상에서 전문 분야 사이를 가로지르고 경계를 넘나들 때 반드시 필요한 것이 바로 '교양'이라고 알려준다. 당연하지 않은가. 세상은 점점 더 복잡해지는데 한 분야의 전문성 만으로 해결되는 건 아니니까.

골치아픈 과제들로 고민이 많을 때 읽어보면 좋을 것 같다. 맨날 다니던 길 말고 다른 쪽에도 길이 있음을 알게 해준다고나 할까. 고개를 돌려 다른 데를 보게끔 말이다.

 

글=최인아
정리=허준 기자 joon@techm.kr

<Who is> 최인아 님은?
제일기획에서 카피라이터와 크리에이티브 디렉터로 광고 일을 오래했다. 현재 선릉과 역삼 GFC에서 '최인아책방'을 운영하고 있다. '혼자의서재'와 '최인아책방 북클럽'도 진행하고 있으며, 책 강연 콘서트 등을 통해 독자에게 지적이고 우아하며, 충만한 시간을 선사하고자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