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히트작 '배틀그라운드 모바일'을 개발한 펍지의 모회사 크래프톤이 이르면 올해 말 기업공개(IPO)에 착수할 것으로 전망되는 가운데,  1년새 장외 추정 시가총액이 2배 가까이 불어나며 투자업계의 주목을 받고 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코로나19) 확산을 계기로 미래성장주에 대한 관심이 높아진데다, 연간 1조원의 영업이익을 거둘 것으로 추정되는 배틀그라운드가 전세계에서 변함없는 인기를 누리고 있기 때문이다. 일각에선 IPO 시, 지난 2017년 시총 13조원을 기록하며 코스피에 입성한 넷마블의 기록을 새로 쓸 것으로 보고 있다. 


'연간 1조원' 영업익 시대 여는 크래프톤 …이젠 게임 빅4 시대 


26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에 따르면 크래프톤은 지난 1분기 연결기준 매출액 5082억원, 영업이익 3524억원을 기록, 전년동기대비 각각 99%, 256% 늘어난 실적을 거뒀다. 1분기 영업익 기준으로는 국내 게임 상장사 가운데 엔씨소프트(2414억)와 넷마블(204억)을 큰폭으로 추월했고, 일본 도쿄 증시에 상장한 넥슨(4540억원)과의 격차도 크지 않다.

크래프톤 호실적은 배경은 자회사 펍지가 개발한 배틀그라운드에 있다. 배틀그라운드는 PC와 콘솔, 모바일 등 플랫폼을 막론하고 전세계에서 인기를 끌고 있다. PC-콘솔부문에선 출시 3년만에 7000만장을 판매하며 일본의 슈퍼마리오(슈퍼마리오 브라더스)와 포켓몬 시리즈(1세대)를 제쳤다. 이같은 흥행세가 앞으로도 이어질 경우, 전세계 최고 히트 게임으로 불리는 GTA 시리즈와 어깨를 나란히할 전망이다. 

배틀그라운드 모바일 역시 매분기 역사를 새로 쓰고 있다. 올 1분기 크래프톤의 모바일게임 매출은 4215억원으로 해외 매출 비중이 95%에 달한다. 이 매출 대부분이 사실상 배틀그라운드 모바일에서 나왔다. 특히 중국 텐센트가 서비스하는 '화평정영'의 로열티 매출 또한 크래프톤의 몫으로 추정된다. 

현재 일평균 배틀그라운드 모바일 전세계 이용자는 약 1억명으로 추산된다. 이중 중국 이용자가 절반 가량인 것으로 알려졌다. 월 2000억원의 매출이 발생하고 있는 것으로 추정되며 매달 신규 이용자가 유입되고 있다. 

 


반년새 2배 급등한 크래프톤 장외거래가…주당 100만원선 코앞 


사실 올초만해도 크래프톤 IPO에 대한 시장의 기대감은 높지 않았다. 실제 지난 2월, 글로벌 투자사 힐하우스캐피털은 크래프톤 주식 8만주를, 주당 50만원대에 구매한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전체 발행주(804만주)를 감안하면 기업가치는 약 4조원대로 추산됐다. 이어 진행된 국내외 기관투자자 대상의 Pre-IPO에서도 이와 비슷한 3조원 후반의 기업가치를 평가받은 것으로 확인됐다. 두 사례 모두, Pre-IPO인 탓에 절대적인 기준이 될 수는 없지만 텐센트가 5000억원(7~8조원 기업가치 기준)이라는 뭉칫돈을 투자한 지난 2018년과 비교하면 확연히 기업가치가 크게 줄어든 것이다. 

그러나 지난 1분기 호실적에 이어 배틀그라운드의 전세계적인 인기가 이어지면서, 크래프톤의 장외주가는 다시 치솟고 있다. 이날 투자업계에 따르면 크래프톤의 장외주가는 90만원선으로 단순 시총을 환산하면 약 8조원 규모다. 

아울러 2년전과 비교해 크래프톤의 재무구조가 훨씬 단단해졌다는 점도 IPO 진행 시, 가산점으로 작용할 전망이다. 지난해 6월 기준, 크래프톤의 부채비율은 450%에 달했으나 지난해 8월에는 90%대로 크게 줄었다. 유동성 확보를 위해 투자유치 때마다 발행된 총수익스와프(TRS)와 상환전환우선주를 모두 보통주로 전환하는 작업을 마무리 한 것. 쉽게 말하면, 투자자가 현금성자산으로 투자금을 환수하지 않고 크래프톤 주식을 그대로 보유하기로 한 것이다.

빚이 사라졌으니, 부채율은 낮아졌고 크래프톤 주식의 가치는 반대로 올라간 것이다. 아울러 대통령 직속 4차산업위원회 수장을 맡아, 한동안 현장을 떠나있었던 장병규 크래프톤 이사회 의장이 회사로 돌아와 고강도 조직개편을 비롯한 체질개선 작업이 한창인 점도 크래프톤 IPO를 기대하는 이유 중 하나다. 장 의장은 게임 개발부터 유통까지 게임 전분야에 노하우가 깊다. 크래프톤이 다양한 핵심 지식재산권(IP)을 직접 보유하고 있다는 점도 매력적이다. 


지금은 게임주 전성시대…예상 시총이 얼마야?


현재 플랫폼을 막론하고 K-게임의 대표주자는 단연코 배틀그라운드다. 전세계 주요 모바일게임 순위 대부분 톱10 자리를 꿰차고 있는데다, 이를 통해 연간 벌어들이는 순이익 규모만 1조원에 달할 전망이다. 

특히 증권가에선 최근 코로나19를 계기로 비대면 수혜주인 게임주에 대한 가치를 높게 보고 있어 일각에선 크래프톤 IPO 시, 예상시총을 10조~20조원 규모로 추산한다. 비슷한 이익을 내는 기업군의 시총이 이미 수십조원에 달하는 만큼, 타이밍을 잘 맞추면 30조원도 가능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증권가 한 관계자는 "크래프톤과 비슷한 규모의 실적을 갖춘 게임사들의 주가수익비율(PER) 30~40배를 보이고 있다는 점을 미뤄볼 때 크래프톤의 기업가치 또한 이와 유사한 수준을 보일 것"이라며 "약 PER 30배를 기준으로 크래프톤의 기업가치는 10조원을 훌쩍 넘어설 것"이라고 내다봤다.

실제 투자업계에선 지난 1분기를 계기로 크래프톤의 기업가치 재산정이 한창이다. 비슷한 규모의 순이익을 내고 있는 엔씨소프트의 경우 시가총액이 이미 18조원에 이른다. 크래프톤의 경우, 엔씨소프트와 비교해 히트작이 많지 않지만 배틀그라운드가 전세계적인 인지도를 갖고 있다는 점이 차별점이다. 

투자업계의 한 관계자는 "카카오게임즈 역시 증권가의 예상을 뛰어넘는 기업가치로 IPO를 이뤄낼 것으로 보여, 현재 게임주의 가치를 액면그대로 이해하긴 힘들다"면서 "배틀그라운드는 국내 게임 중 가장 해외 인지도가 높은 타이틀인데다 피어그룹 PER와 비교하면 보수적으로 접근해도 시총 20조원은 달성할 수 있을 것"이라고 추정했다. 

 

이수호 기자 lsh5998688@techm.kr

관련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