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에서의 인기 높은 이유?
“솔직히 우리도 잘 모르겠다”

올인원 생산성 앱 노션의 한국어 버전이 11일 공식 출시됐다. /사진=노션 웨비나 화면 캡처
올인원 생산성 앱 노션의 한국어 버전이 11일 공식 출시됐다. /사진=노션 웨비나 화면 캡처

올인원 생산성 앱 노션(Notion)의 한국어 버전이 11일 공식 출시됐다. 노션의 첫번째 글로벌 서비스 진출이다.

이날 노션 측은 한국어 버전 출시와 함께 언택트 방식의 기자간담회를 열고 한국 시장 진출의 의미와 전략에 관해 소개했다. 이 자리에서 노션은 자신들의 서비스를 "레고블록을 쌓듯이 상상하는 무엇이든 자유롭게 만들 수 있는 앱"이라 정의했다.


쏘카-리디-당근마켓이 사용하는 협업툴


이날 오전 줌(ZOOM) 웨비나 형태로 진행한 노션 한국어 버전 출시 관련 기자간담회는 이반 자오 노션 최고경영자(CEO)와 악샤이 코타리 최고운영책임자(COO) 등 주요 임원이 직접 참여했다. 이반 자오 노션 CEO는 "마치 처음부터 한국어로 된 제품인 것처럼 사용자가 자연스럽게 받아들이도록 번역하는 것에 가장 신경을 썼다"며 “이를 위해 25만개에 달하는 단어를 번역했다”라고 전했다.

이반 자오는 "노션에게 미국 이외의 서비스 진출 국가로 한국은 분명한 선택이었다. 한국은 미국 다음으로 많은 사용자 수를 갖고 있을 뿐만 아니라 가장 빠르게 증가하고 있는 국가 중 하나"라며 "쏘카, 리디, 당근마켓 등 한국 기업들이 협업툴로 노션을 채택해 사용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나이키, 월스트리트저널, 맥도날드, 버라이즌 등 많은 글로벌 기업들이 노션을 이용하고 있다”고 전했다.

노션의 장점은 다른 협업툴과 달리 유연하게 만들어져 개인별 맞춤화가 가능하다는 데 있다. 이반 자오는 "노션은 마치 레고블록처럼 상상하는 무엇이든 만들어 낼 수 있다는 것이 장점"이라며 "모든 사람과 기업이 문제 해결을 위해 가장 적합하고 맞춤화된 도구를 활용한다면, 우리에게 당면한 크고 중요한 문제를 잘 해결하고 더욱 나은 세상이 될 것으로 믿는다"고 전했다.


'밀레니얼'이 노션에 열광하는 이유


노션은 메모, 문서, 일정, 프로젝트 관리, 위키 등을 하나로 통합해 생산성을 끌어올리는 서비스다. 다양한 서비스를 노션 하나로 해결할 수 있고, 모든 정보를 한곳에 모아 쉽게 관리할 수 있다. 기업은 노션을 통해 다양한 문서를 통합적으로 관리해 협업툴로 사용할 수 있고, 수십 수백개의 프로젝트 관리나 채용, 신입사원 교육 등에도 활용할 수 있다.

지난 2016년 출시 이후 노션은 전세계 400만명의 사용자를 확보하며 빠르게 성장했다. 한국의 경우 지난 1년간 사용자가 4배 이상 늘었다고 한다. 국내 잘나가는 IT 기업들이 노션을 협업툴로 잇따라 채택하면서 알려지기 시작했는데, 이 과정에서 노션은 한국이 잠재력이 큰 시장으로 보고 상당한 투자를 진행한 셈이다. 

노션의 한 직원이 한국어 버전 사용 방법을 설명하고 있다. /사진=노션 웨비나 화면 캡처
노션의 한 직원이 한국어 버전 사용 방법을 설명하고 있다. /사진=노션 웨비나 화면 캡처

노션 측에 따르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으로 인해 재택근무가 늘면서 기록적인 수준의 가입 증가 추세를 보였다고 한다. 비대면 업무가 늘면서 일의 맥락(Context)이 달라지거나 바뀌는 경우가 빈번해 직원들을 잘 연결해 줄 수 있는 서비스의 필요성이 대두되던 차, 노션이 디지털 오피스 환경을 발빠르게 재현하면서 인기를 끌게 됐다는 것이다.

특히 노션은 심플한 디자인을 바탕으로 마치 다이어리를 꾸미듯이 자신에게 맞는 페이지를 만들 수 있어 개성을 중시하는 밀레니얼 세대에게 높은 지지를 얻고 있다. 젊은 사용자가 많아지자 노션은 올해 무제한 페이지 생성이 가능하도록 정책을 바꾸기도 했다. 업로드 용량을 늘리는 등의 추가 기능을 사용하려면 월 4달러인 유료 버전을 써야하며, 기업용은 1인당 월 8달러의 비용이 든다.

노션은 올해 4월 20억달러(약 2조4000억원) 기업가치를 평가받으며 5000만달러(620억원) 자금을 유치했다. 노션은 글로벌 투자자들의 연락을 피하기 위해 한때 사무실 주소를 비공개로 돌리기도 했다.


"한국에서의 인기 이유 우리도 궁금해"


노션 측은 한국에 별다른 마케팅 활동을 하지 않았음에도 자발적으로 사용자 커뮤니티가 만들어지고 관련 책이 출간돼 베스트셀러에 오르는 등의 상황에 놀라면서 관심있게 지켜봤다고 한다. 유달리 한국에서 인기가 많은 이유에 관해서는 "솔직히 우리도 잘 모르겠다"고 말했다. 

이반 자오는 "몇 가지 이론이 있기는 하다. 한국은 전세계에서 인터넷 환경이 가장 발달한 나라다. 이를 기반으로 노션이 지닌 디자인과 품질에 대한 가치를 빠르게 알아주신 것이 아닌가 생각한다"면서 "한국의 얼리어답터들이 자발적으로 커뮤니티를 형성하고 알린 것도 도움이 됐던 것 같다. 코로나19 사태가 진정되면 직접 한국으로 건너가 이들을 직접 만나 이야기를 듣고 싶다"라고 전했다.

이날 기자간담회에서 노션은 기자들의 질문과 건의사항을 신속하게 받아들이는 모습으로 눈길을 끌기도 했다. '한국어 버전으로 바뀌면서 이미 영어 단축어를 잘 사용하던 사용자들이 새로 익혀야 하는 불편함이 생겼다'는 한 기자의 이야기에 악샤히 코타리 노션 COO는 "영어와 한국어 단축어를 모두 지원할 수 있을지 곧바로 알아보고 결과를 알려드리겠다"며 신속하게 대응했다.

노션이 한국 시장에 본격 진출하면서 국내 협업툴 시장 경쟁은 한층 치열해질 전망이다. 네이버의 경우 자회사 모바일웍스를 통해 '라인웍스'를 서비스하고 있고, 카카오 역시 올해 기업용 메신저인 '카카오 워크'를 출시한다. 글로벌 서비스인 '슬랙' 역시 한국어판 출시를 예고한 상황이다.

이들 서비스는 노션과 비교해 메시징이나 이메일 연동 등에 장점이 분명해 기업 입장에서 어떤 도구를 활용해야 효율적일 지에 대한 고민이 깊어지게 됐다.

노션에서 제공하는 한국어 템플릿 /사진=노션 홈페이지
노션에서 제공하는 한국어 템플릿 /사진=노션 홈페이지

 

악샤히 코타리 COO는 "한국의 네이버와 카카오가 협업툴을 갖고 있다는 것을 잘 알고 있다. 협업툴은 경쟁이 치열하면서 빠르게 혁신하고 있는 에버그린 필드"라면서 "노션은 10개 이상의 다양한 서비스를 하나로 통합해냈다. 기존 협업툴들이 경직화돼 사용자가 도구에 맞춰야 하는 것과 달리 노션은 개인 맞춤화를 통해 도구를 나에게 맞춰 사용할 수 있다는 것이 강점"이라고 전했다.

 

김임수 기자 imsu@techm.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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