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성환 넥스트드림엔젤클럽 회장 인터뷰

 

#증권-법률-회계 등 전문직으로 구성

#"좋은 스타트업? 대표를 보고 판단, 투자"

#투자계의 '소셜 살롱'을 꿈꾼다


"스타트업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대표가 포기하지 않는 것이에요. 좋은 스타트업에 투자할 때 사업의 아이디어나 기술을 쫓는 것도 중요하지만, 결국은 사람이 하는 일이거든요."

최근 한 스터디 카페에서 만난 태성환 회장은 이같이 말했다. 다소 놀라웠다. 사업적 가치가 있는 아이템이나 아이디어보다, 스타트업 대표의 '인성'이 투자를 결정하는데 중요한 역할을 한다는 것이 신선하게 들렸다. 이같은 생각을 지닌 태성환 넥스트드림엔젤클럽 회장을 만나 엔젤투자 업계의 보다 자세한 이야기를 들어봤다. 


창업을 꿈꾸던 대학생, 여의도 증권맨되다


태성환 넥스트드림엔젤클럽 회장 /사진= 넥스트엔젤드림클럽 제공
태성환 넥스트드림엔젤클럽 회장 /사진= 넥스트엔젤드림클럽 제공

태 회장의 꿈은 사업가가 되는 것이었다. 그는 고등학교 시절 군고구마 배달을 창업 아이템으로 구상하면서 사업가의 꿈을 키워왔다. 하지만 대학 진학 후 대한민국 창업의 현실을 깨달았다. 

"대학교 때 숭실대학교 벤처중소기업부에서 4년 내내 유통과 물류, 투자 전략 등만 배웠어요. 고등학교 때부터 창업에 관심이 많았지만, 막상 여기에 들어왔더니 창업이 쉽지만은 않다는 것을 시기적으로 느꼈어요. 창업을 하려면 내 돈으로 모든걸 다 해결해야만 했고, 창업한 선배들 중에서도 성공 사례가 별로 없었어요. 그 당시 MB 정부 때라 증권시장이 좋긴 했지만 스타트업이나 벤처보다는 대기업 중심의 취업 정책이 더 많이 나올 때였거든요. 또 그 당시 벤처중소기업부는 신설 과이기도 하고, 경영학과나 경제학과 커리큘럼과는 소외된 느낌이 있었죠."

그럼에도 태성환 넥스트드림엔젤클럽 회장은 쉽게 포기하지 않았다. "친구들과 스키장에 가다가 과태료를 문 적이 있는데, 그 친구가 과태료를 빨리 내지 않는 바람에 연체료가 쌓였던 적이 있어요. 과태료가 연체되면 국가 입장에서도 문제가 생길 수 있기 때문에 과태료를 빨리 회수하기 위한 방법으로 채권을 만들고, 그 과태료에 투자할 수 있는 채권을 만들어보자는 생각이 들었죠."

번쩍이는 태성환 회장의 아이디어에서 투자와 창업에 대한 그의 열정과 가능성을 고스란히 느낄 수 있었다. 그는 "이 아이디어를 몇 장의 제안서로 만들어서 대회에 제출해 상을 받았고, 바로 은행에 입사할 수 있는 기회가 생겼어요. 투자나 창업에 관심이 많았기 때문에 망설임 없이 증권쪽으로 가게 됐어요." 


스타트업 투자에 뛰어든 이유


현재 태성환 회장은 넥스트드림엔젤클럽의 수장으로 활동하고 있다. 넥스트드림엔젤클럽은 지난 2018년 9월 설립돼 창업 초기 스타트업에 투자하는 엔젤투자 클럽이다. 엔젤투자는 창업 초기 기업에게 필요한 투자금을 제공, 경영 조언을 통해 기업 가치를 높인 뒤 자금을 회수하는 투자 방식을 말한다. 지난 1920년 미국 브로드웨이에 있는 영세 오페라단들이 자신을 투자해준 후원자들을 '엔젤(천사)'라 부른데서 명칭이 유래했다. 

"증권사에서 근무하던 중 토스와 마켓컬리 등 지금의 유니콘이라 불리는 스타트업들을 눈 앞에서 놓친 사례가 있었어요. 이렇게 좋은 스타트업이 투자 문의를 해도, 리스크 관리나 심사기준 때문에 통과되기 쉽지 않다는 아쉬움이 있었죠. 그래서 당시 관련 업계 투자 담당 6명과 함께 직접 우리 돈으로 초기 좋은 스타트업에 조금이라도 모아서 투자해보자 했던게 지금의 넥스트드림엔젤클럽입니다."

넥스트드림엔젤클럽이 투자한 스타트업. (왼쪽부터 시계방향으로) 피움, 그랜마찬, 아마다스, 위티, 코발트, 유니드 캐릭터, 얼리슬로스 로고 
넥스트드림엔젤클럽이 투자한 스타트업. (왼쪽부터 시계방향으로) 피움, 그랜마찬, 아마다스, 위티, 코발트, 유니드 캐릭터, 얼리슬로스 로고 

"처음 스타트업을 시작한 대표들은 초기에 자신이 겪고 있는 어려움이나 사업에 대한 이야기를 말할 만한 대상이 별로 없어요. 엑셀러레이터들도 극초기 스타트업보다 어느정도 디자인이나 사업 모델이 안착돼서 보여줄 게 있는 스타트업을 많이 원해요. 반면 넥스트드림엔젤클럽은 베타 서비스가 나오지 않은 스타트업에게도 과감하게 투자를 합니다. 사람만 보고 투자하거든요."

넥스트드림엔젤클럽은 지난 2018년 3월부터 투자를 진행해왔다. 지금까지 총 6개 회사에 8억원 정도 투자한 바 있다. 투자 스타트업으로는 스마트 디퓨저를 만드는 회사부터 무인신선식품 판매기까지 다양하다. 설립 초기 단계라  아직 엑시트 사례는 나오지 않았지만, 후속투자 사례는 있다. 


코로나19가 바꾼 스타트업 투자 문화는?


태 회장은 스타트업 투자 생태계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코로나19) 전후로 많이 달라졌다고 설명했다. 이에 스타트업 대표들의 전략도 달라져야한다고 강조했다. 기존에는 어느 정도 아이디어만 있어도 펀딩이나 투자받기 용이했다면, 지금은 스타트업 생태계가 코로나19에 많이 맞춰져있고, 스타트업들이 펀딩을 받을 때 더 많은 준비가 필요하다는 것.

"스타트업 대표들에게는 굉장히 답답한 시장이 됐어요. 코로나19 이후로 투자자들이 조금 더 보수적인 스탠스에서 눈에 보이는 수치나 정량적 지표를 원하는 시장이 계속될 거에요. (스타트업 대표들이) 이같은 트렌드에 빨리 적응해야하고, 적응하지 못한 스타트업들은 결국 도태될 수 밖에 없어요."

이어 그는 "스타트업은 위험이 크고 성공 확률이 매우 낮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위기 상황을 극복해낼 수 있는 스타트업 대표의 멘탈과 위기 극복 능력이 중요하죠. 그 마음을 누구보다 잘 알기 때문에, 대표가 포기하지 않도록 후속 투자 소개나 네트워킹 등을 통해 지치지 않도록 해주는 것이 저희의 역할입니다"라고 말했다.


"전문직 집단지성으로 투자계의 '소셜 살롱' 꿈꾼다"


넥스트드림엔젤클럽 로고 /사진=넥스트드림엔젤클럽
넥스트드림엔젤클럽 로고 /사진=넥스트드림엔젤클럽

넥스트드림엔젤클럽은 '사람'에 대한 의존도가 높다. 때문에 초기 스타트업 투자 과정에서 중요하게 보는 것도 사람이다. "스타트업 대표들은 보통 자금이 바닥이 나거나, 사업이 잘 되지않아 인력이 유출되는 상황 등의 반복으로 지치는 경우가 많아요. 좋은 스타트업을 고르는 기준은 좋은 비즈니스 모델이나 사업 트렌드도 분명 선행돼야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치지 않는 대표를 찾아내는 것입니다. 

태 회장은 '집단지성'의 힘을 믿는다고 강조했다. 집단지성을 이용하면 여러 사람이 가진 다양한 경험을 가지고 다각도로 바라볼 수 있고, 투자 리스크를 줄일 수 있다는 이유에서였다. 이와 함께 태 회장은 넥스트드림엔젤클럽이 스타트업 투자의 가장 첫 단계로써 하나의 생태계로 인정받고 싶다고 말했다.

넥스트엔젤클럽은 헤지펀드 매니저, 변호사, 변리사, 기업 CFO 등 전문직 위주의 구성원들로 이루어졌다. 스타트업 투자 영역에서 '네트워크'와 '평판'이 중요하다는 사실을 알게 됐기 때문이다.

"넥스트엔젤클럽은 엔젤클럽의 집단지성을 이용해 스타트업의 투자 성공확률을 높이고, 네트워크와 평판을 함께 만들어나갈 수 있는 사람들과 함께 엔젤투자를 해나가고 있습니다."

태 회장은 "투자 업계의 '소셜 살롱'이 되고 싶다"고 말했다. 그는 "국내 다양한 크라우드펀딩 업체가 있지만, 전문직 중심으로 구성된 넥스트드림엔젤클럽은 검증된 이미지를 가지고 실무적인 도움을 줄 수 있는 부분들이 함께 따라온다는 효과가 다른 업체와 차별점"이라며 "엔젤클럽 회원 수가 300명, 500명 계속해서 늘어난다면 그 자체로 플랫폼이 되고, 네트워크 효과가 생길 수 있을 것"이라고 전했다.

이어 그는 "사람들의 집단지성이 모여서 위키피디아라는 온라인 백과사전을 만들어낸 것처럼, 엔젤투자클럽도 집단지성을 이용해 투자를 하고, 성과를 보는 선순환 시스템이 구축됐으면 한다"며 "스타트업 대표들이 기업 가치를 검증받고 성장해 기업가치를 높임으로서 엔젤클럽이 하나의 메이저 생태계로 자리잡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김경영 기자 management@techm.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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