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 = 네이버증권 캡처
/사진 = 네이버증권 캡처

#IT서비스 기업 주가 저평가

#디지털 전환 전문기업 승부수

#내년부터는 달라지길 기대합니다


올 상반기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경제가 휘청이는 사이 오히려 이전보다 더 주목을 받은 산업이 있습니다.

바로 정보기술(IT) 산업인데요. 오프라인에서 면대면으로 이뤄지던 일상 생활이 코로나19 여파로 급속히 온라인 속 '언택트'(비대면) 환경으로 옮겨오면서 IT기업들이 더 큰 활약을 보이고 있습니다.

대표적으로 네이버, 카카오 등 인터넷 기업들과 엔씨소프트 같은 게임업체, SK텔레콤, KT, LG유플러스 등 통신사들을 꼽을 수 있습니다. 이들 기업은 올 상반기 코로나19 여파에도 불구하고 타 산업 대비 양호한 실적을 거뒀고, 일부 기업들은 '어닝 서프라이즈' 수준의 깜짝 실적을 발표하기도 했습니다.

이런 가운데 기업이나 공공기관의 IT시스템을 구축하고 유지보수하는 역할을 하는 IT서비스 기업들은 울상을 짓고 있어 IT산업 내에서도 희비가 엇갈리는 모습입니다.


상반기 코로나에 운 IT서비스 업계


국내 IT서비스 업계를 대표하는 삼성SDS, LG CNS, SK C&C 등 이른바 '빅3' 기업들은 올 상반기 코로나19 여파를 고스란히 맞아 아쉬운 성적표를 받아들었습니다.

지난 2018년 업계 최초로 매출 10조원을 돌파하며 승승장구하던 삼성SDS는 올 상반기 매출액이 5조27억원으로 5.2% 줄었고, 영업이익은 3679억원으로 19.5% 감소했습니다.

LG CNS 역시 올 상반기 영업이익이 637억원으로 15.2% 감소했고, SK C&C도 같은 기간 41.7% 줄어든 1116억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했습니다.

/ 출처 = 각사 반기보고서 재구성
/ 출처 = 각사 반기보고서 재구성

이들은 일제히 코로나19 여파로 고객사들의 IT투자가 위축되면서 신규 프로젝트 발굴이 어려워졌고, 기존에 예정됐던 프로젝트마저 일부 연기되거나 취소되면서 위기를 겪었다고 설명하고 있습니다.

IT서비스 산업은 기업들의 설비 투자와 밀접히 연관돼있기 때문에 필연적으로 경기 변동에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습니다. 특히 기업들은 경기가 악화될 경우 IT부문 투자부터 보류하는 경향이 있어 이번 코로나19 사태에서도 IT서비스 기업들이 받은 타격이 더 컸습니다.

반면 코로나19 상황이 IT서비스 기업들에게 유리하게 작용할 것이란 전망도 있습니다. 기업들이 언택트 환경에 적응하기 위해 사업 전반을 디지털 신기술 기반으로 탈바꿈하는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디지털 전환)을 가속화할 것이란 예측 때문입니다.

포스트 코로나 시대 기업의 경쟁력은 디지털 활용 역량에 크게 좌우될 것이며, 클라우드, 인공지능(AI), 빅데이터, 블록체인 등 다양한 신기술 역량을 보유한 IT서비스 기업들은 이를 위한 최적의 협력자를 자처하고 있습니다.

이미 코로나19 이전부터 이런 변화의 조짐은 시작됐고 포스트 코로나 시대에는 더 불이 붙을 것으로 전망됩니다. 다만 이런 투자에 대한 의사결정과 실제 집행 간에는 시차가 있기 때문에 당장 IT서비스 기업들의 실적이 좋아지긴 어렵지겠만, 이르면 올 하반기나 내년에 이르러서는 다시 반등할 수 있을 것이란 전망이 우세합니다.


왜 IT서비스 업계는 코로나 수혜주가 못됐나


IT서비스 기업들도 당장 어렵지만 전망이 좋다면 주가에 기대치가 반영돼야 할텐데, 기대감이 생각보다 크지 않은 모양입니다.

IT서비스 업계 대장주인 삼성SDS 주가는 지난 14일 종가 기준 16만9000원으로 2014년 상장 당시 공모가인 19만원에도 미치지 못하고 있습니다. 지난 3월 코로나19 여파로 나란히 급락했던 이후 다시 반등해 코로나19 이전보다 오히려 주가가 2~3배 급등한 네이버와 카카오 등 다른 IT기업들과는 온도차가 커보입니다.

/사진 = 네이버증권 캡처
/사진 = 네이버증권 캡처

증권가에선 이런 낮은 밸류에이션에 대한 이유로 IT서비스 업계의 구조적 문제를 꼽고 있습니다.

현재 국내 매출 상위 IT서비스 기업들은 대부분 대기업 계열사가 차지하고 있습니다. 대기업 전산실에서 시작된 시스템통합(SI) 사업이 현재 주요 IT서비스 업체들의 모체이기 때문입니다.

이런 대기업 계열 IT서비스 기업들은 계열사의 IT시스템 구축과 유지보수를 도맡아 하고 있고, 당연히 내부거래 비중이 높은 상황입니다. 이렇다보니 그룹의 사정에 절대적인 영향을 받고, 각 그룹사마다 경쟁사들이 존재해 외부 일감으로 사업을 확대하기도 녹록지 않습니다.

또 글로벌 기업의 솔루션을 가져다 고객사 입맛에 맞게 구축해주는 인력 관리 중심의 SI 사업 구조로 낮은 수익성을 탈피하지 못하고 있다는 점도 매력도가 낮아 보이는 이유 중 하나입니다.

이런 한계점들이 같은 IT 산업 내에서도 IT서비스 업계의 혁신성이 돋보이지 못하게 발목을 잡고 있는 상황입니다.


IT서비스 기업들 "변해야 산다"


IT서비스 기업들은 포스트 코로나 시대에 더 큰 도전에 직면할 것으로 전망됩니다.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 시장이 빠르게 성장할 것으로 보이지만, 여기에 네이버, 카카오 등 인터넷 기업들은 물론, 5세대(5G) 이동통신을 앞세운 통신사들까지 B2B 시장 확대를 목표로 뛰어들고 있기 때문입니다.

IT서비스 기업들이 기존에 약점들을 그대로 안고 버티기만 한다면 시장을 상당부분 이들에게 내주게 돼겠지요. 이미 카카오가 자회사 '카카오엔터프라이즈'를 설립해 IT서비스 사업에 시동을 걸고 연달아 수주에 성공하고 있는 것처럼 말입니다.

카카오엔터프라이즈 '카카오i 클라우드' 플랫폼 개념도 / 자료 = 카카오엔터프라이즈 제공
카카오엔터프라이즈 '카카오i 클라우드' 플랫폼 개념도 / 자료 = 카카오엔터프라이즈 제공

물론 IT서비스 기업들도 가만히 앉아서 당하고만 있지는 않을겁니다. IT서비스 기업들은 그동안 다양한 업종의 기업들과 밀착해 오랜 기간 IT시스템을 구축해온 노하우가 있습니다. 각 산업별로 사업에 대한 이해도가 높다는 점이 이들의 가장 큰 무기입니다.

여기에 클라우드, AI, 빅데이터, 블록체인 등 신기술에 대한 독자적인 기술력을 갖추고 이를 솔루션과 서비스로 만들어 대외 영역으로 사업을 확장하고 있습니다. 

그동안 기업기밀 유지 등을 이유로 외부 업체에 IT시스템을 열지 않았던 기업들의 인식도 조금씩 변화하고 있고, 다른 기업들과의 합종연횡을 바탕으로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는 점도 변화의 흐름입니다.

전자는 대한항공이 LG CNS에 전사 클라우드 전환 사업을 맡긴 것이, 후자는 최근 클라우드 분야의 경쟁자인 삼성SDS와 NHN이 손을 잡은 것이 사례가 될 수 있습니다.


IT서비스, 하반기를 주목하자


다시 대장주인 삼성SDS를 살펴보면 이 회사는 지난 2017년 홍원표 대표 취임 이후 클라우드, 인텔리전트 팩토리, AI 애널리틱스, 솔루션 등 '4대 IT 전략사업'을 기반으로 대외사업을 확장한다는 목표를 세웠습니다. 국내 최대 기업인 삼성전자의 디지털 전환을 담당한 실력을 바탕으로 다른 기업이나 해외로 시장을 넓히겠다는 전략입니다 .

그 성과로 매해 꾸준히 성장 중인 4대 IT 전략사업 매출은 코로나19로 인한 전반적인 매출 감소에도 불구하고 지난해 1조5800억원에서 올해 1조6400억원으로 성장세를 이어나갈 것으로 전망됩니다.

또 대외매출 비중도 18% 수준까지 올라와 지난해 기준 1조8000억원 수준에 달하고 있습니다. 이미 대외사업만으로 왠만한 중견 IT서비스 기업 이상의 매출을 올리고 있는 셈입니다.

삼성SDS 잠실캠퍼스 / 사진 = 삼성SDS 제공
삼성SDS 잠실캠퍼스 / 사진 = 삼성SDS 제공

포스트 코로나 시대에는 이 4대 IT 전략사업 분야가 기업들의 필수 인프라로 자리잡으며 더 가파르게 성장할 것으로 전망됩니다. 선견지명이 돋보인 시도였던 셈입니다.

코로나19로 IT서비스 업계를 둘러싼 상황이 급변하고 있고, 삼성SDS 뿐만 아니라 다른 업체들도 이런 흐름에 대처하기 위해 기존 SI 사업 일변도에서 벗어나 신기술 중심의 디저털 트랜스포메이션 전문기업으로 변화를 시도하고 있습니다.

이런 역량을 바탕으로 올 하반기 기업들의 IT투자가 대시 재개된다면 IT서비스 기업들이 반등세를 탈 수 있을 것이란게 증권가의 전망입니다. 투자자들이 IT서비스 업계에 대한 기대감을 좀 더 높여봐도 좋을 것이란 생각이 듭니다.

남도영 기자 hyun@techm.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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