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학생복지 힘쓰던 학생회장, 스타트업 대표되다

# 스마트 신선식품 무인판매기 '밀리박스'

# 현대인의 건강한 식문화 만들어나간다


올해 네번째 사업에 도전한 구교일 그랜마찬 대표는 대학교 학생회장 출신의 청년창업가다. 창업전선에 뛰어든지 어느덧 5년차를 맞았지만 그의 창업과정은 그리 순탄치 않았다. 구 대표는 반찬 배달부터 직장인 도시락 배송까지 여러 사업을 시작했지만 계속되는 실패의 쓴맛을 경험했다.

칠전팔기. 그는 지난 사업을 교훈 삼아 다시 네번째 사업 '밀리박스'와 '밀앤데일리'를 시작한다. 여러번의 사업 실패에도 그가 다시 일어설 수 있었던 이유가 궁금하다.


'학생 복지'에 관심있던 학생회장, 스타트업 대표 된 이유


구교일 그랜마찬 대표(왼쪽에서 세번째) /사진=그랜마찬 제공
구교일 그랜마찬 대표(왼쪽에서 세번째) /사진=그랜마찬 제공

구 대표의 창업은 고향인 대전에서 장사를 하셨던 아버지를 보면서 시작됐다.

"어릴 때부터 사업가가 꿈이였어요. 아버지는 제 멘토같은 분이에요. 아버지께서는 당신처럼 밤낮없이 힘든 장사하지 말고 공무원을 했으면 한다고 말씀하셨어요. 수능이 끝나고 사범대 합격통보를 받았습니다. 하지만 추가합격으로 간신히 들어간 경영전공의 대학교에 가겠다고 말했을 때 아버지께서는 굳이 하겠다면 더 큰 그림을 그리라고 하셨어요. 자신처럼 장사를 하지 말고 큰 사업을 하라고 하셨죠. 그때는 사업과 장사의 차이가 뭘까 고민했어요." 

막연하게 사업을 꿈꾸던 구 대표는 지난 2010년 대학에 입학하면서 첫 자취 생활을 시작했다.

"지난 2014년에 학생회장을 하면서 당시 학생복지에 관심이 많아졌어요. 기숙사 친구들은 기숙사 건물에서 편하게 학식을 먹을 수 있는데, 보통 자취하는 친구들은 인스턴트 음식을 먹거나 배달 음식을 시켜먹는 등 식사를 소홀히 하게 되잖아요. 자취생들은 이렇게 사각지대에 있다 보니 어떻게 하면 이 친구들의 생활 수준을 높여줄 수 있을까 생각했습니다."

그렇게 구 대표는 학생복지 차원에서 반찬배달 서비스를 시작했다.

"당시 저도 자취하면서 집에서 어머니께서 반찬을 보내주셨는데, 어머니께서 아이스팩을 직접 구하고 포장해서 택배 배송까지 보내는 과정이 너무 비효율적이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어머니가 보내주신 반찬 중에서는 집 앞 반찬가게에서 사서 보낸 것도 있었거든요. 우리 학교 주변에는 반찬가게가 없을까 찾아보다가, 우리 학교 학생들에게 일정금액을 받고 반찬 배달 서비스를 하면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죠."

구 대표는 학생회장 임기가 끝날 무렵 3학년 2학기 창업론 수업의 마지막 과제로 사업계획서를 발표했다고 했다. 그때 발표한 아이템이 대상을 타게 됐고, 창업 지원금 500만원을 받았다. 당시 발표한 아이템으로 창업을 하지는 않았지만 이때 처음으로 앱 개발로 사업을 할 수 있다는 것을 알게 되면서 스타트업에 대해 관심을 갖게 됐다는 것이다.


300여개 반찬가게 돌아다니며 시작한 첫 사업... 팀 해산이 되기까지


/사진=그랜마찬 제공
/사진=그랜마찬 제공

대학 입학 후 시도했던 첫 사업은 지역 반찬가게를 중개해주는 플랫폼을 만드는 것이었다.

"배달대행사와 고객, 반찬가게를 연결해주는 플랫폼을 사업화해서 지역에 있는 맛집 반찬가게를 구매로까지 이어질 수 있게끔 만들고, 소상공인 매출을 높이자는 취지로 시작하게 됐어요."

구 대표는 할머니가 만들어준 반찬이라는 '그랜마찬'이라는 이름처럼 맛있는 반찬가게를 많은 사람들에게 알리고 싶었다. 하지만 300여개 반찬가게를 돌아다니며 입점할 매장과 메뉴를 발굴했지만 결과는 실패였다.

"잘되는 가게는 월 매출 1000만원까지 찍었지만, 반찬가게마다 매출 편차가 심하고, 사장님이 한 분이 가게를 운영하는 경우가 많아서 매장을 갑자기 쉬거나 메뉴가 바뀌면 운영에 어려움이 있었죠. 반찬가게 시장 자체가 불안정하고, 서비스를 온라인으로 옮겨오기 힘들다는 판단에 첫번째 사업은 과감히 접었습니다.'

첫번째 실패를 통해 얻은 교훈을 바탕으로 비슷한 사업을 추진했다. 많은 반찬가게를 모두 관리하는 것은 불가능했지만, 4-5곳의 좋은 가게를 발굴해서 전국으로 반찬을 배달하는 방식은 다를 것 같았다.

"전국 맛집 반찬가게를 우리집에서 편하게 즐겨보세요라는 슬로건을 내걸고 당시 대학교 친구들과 함께 다시 사업을 시작했었죠. 각 사이트마다 반찬가게 페이지가 있고, 소비자가 주문하면 사장님이 직접 스티로폼 박스에 아이스팩을 채워서 택배로 보내주는 방식이었어요."

하지만 이마저도 쉽지 않았다. 당시에는 신선식품관련 물류 기반이 완벽하지 않아서 늦은 시간에 도착하기 일쑤였고, 수수료를 많이 가져갈 수도 없는 구조라 사업 운영이 어려웠다. 결국 두번째 사업도 서비스 종료로 막을 내렸다.

"지난 2017년 10월에 함께 사업을 운영하던 대학교 친구들과 결국 팀을 해체하게 되었어요. 지금 생각해보면 회사를 다녀본 적이 없다보니 조직관리에 대한 어려움도 있었고 다방면에서의 경험 등 회사를 운영하기에 많이 부족했던 것 같아요."


"여러번의 사업 실패, 과정 중 하나일 뿐이에요"


연이은 사업 실패로 폐업과 재창업의 기로에 놓인 구 대표는 다시 한번 '도전'을 선택했다.

"당시 가산 구로디지털단지에 있는 사무실에서 혼자 밥을 먹다보니 주변 직장인들을 관찰할 시간이 많았어요. 그때 직장인들에게도 밥 먹는 불편함이 크다는 것을 알게 됐어요. 집에서는 시간이 있다면 만들어 먹을 수 있어요. 하지만 직장에서는 그것도 불가능하죠. 식당에서 파는 음식은 나트륨이 많고, 간편하게 이용하는 편의점 도시락 역시 영양소가 부족하고 나트륨이 너무 높아 제대로 된 건강한 한 끼를 먹기가 쉽지 않더라고요."

이때부터 구 대표는 회사 안에서 편리하게 건강한 한끼를 해결할 수 있는 수단에 대해 고민하기 시작했다. 건강함도 중요하지만 직장인의 상황에 맞게 원할때 언제든 바로 먹을 수 있는 편리함이 꼭 필요하다고 생각했다. 구 대표는 빠르게 실행해보기 위해서 '그랜마찬'의 오피스 버전인 '그랜마찬 오피스'를 시작했다. 회사 안에 냉장고를 넣어주고 원할 때 언제든지 꺼내서 데워먹을 수 있는 건강한 한끼를 제공해보자는 목표였다.

"이맘 때 신촌에서 'IF2018'이라는 스타트업 길거리 전시회가 열렸어요. 당시 스타트업 업계에서 유명한 분이 저희 서비스를 개인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올려주셨는데, 한달만에 200여개 시식 신청이 들어왔죠. 하지만 시식 서비스를 체험하면서 겪었던 중요한 포인트는 불만족하신 고객님들이 70%를 넘었다는 점이에요. 서비스는 편리했으나 생각했던 도시락의 품질에 못 미쳤던거죠."

그랜마찬 오피스 /사진=그랜마찬 제공
그랜마찬 오피스 /사진=그랜마찬 제공

초기 고객으로 시범 운영을 이어가던 중, 네이버와 카카오 등 대형 IT업체에서 팀 단위로 이용하는 고객도 늘어났다.

"50-60인분씩 주문이 들어오는 경우도 있었는데, 데워먹어야 하는 도시락인데 모든 사람이 한 공간에서 동시에 데워먹을 수 없다는 문제가 생겼어요. 따뜻하게 배송을 하자니, 제가 생각했던 회사에서 바로 먹을 수 있는 서비스를 제공하려 했던 방식과 너무 크게 달라지는 모습이었어요. 게다가 한식을 차게 배송해서 데워먹는 방식은 결국 품질의 한계점이 생길 수 밖에 없다는 점을 인정하고 도시락 서비스도 그만 종료해야겠다고 결심했어요."

구 대표는 사실 그랜마찬 오피스는 일종의 테스트 베드였다고 말했다.

"2018년 5월 다시 아이템을 선택했을 때부터 회사에서 식사를 꺼내먹을 수 있는 무인판매기를 꼭 개발해야겠다고 생각했어요. 하지만 학습과 자본이 필요했죠. 그래서 안으로는 공동창업자와 함께 제품개발을 하면서 밖으로는 냉장고를 회사에 넣는 방식을 테스트 해보자고 결정했어요."

구 대표는 도시락 서비스를 종료하고 무인판매기 개발에 집중하면서 판매기에 넣을 상품 레시피를 개발했다. 드레싱이 맛있는 샐러드, 샐러드 보울 브랜드 '밀앤데일리'와, 신선식품 무인판매냉장고 '밀리박스'는 그렇게 탄생했다.


"스마트 신선식품 무인판매냉장고 '밀리박스'로 현대인 건강 책임진다"


반포에 있는 헬스장 '크로스핏 짐'에서 시범 운영하고 있는 밀리박스 모습. /사진=그랜마찬 제공
반포에 있는 헬스장 '크로스핏 짐'에서 시범 운영하고 있는 밀리박스 모습. /사진=그랜마찬 제공

밀리박스는 소비자가 냉장고 문을 열고 원하는 식품을 꺼내먹기만 하면, 알아서 상품을 인지하고 소비자의 결제수단을 통해 결제를 완료하는 스마트한 냉장고다. 헬스장이나 공유오피스, 코리빙하우스 등 밀리박스 입점을 원하는 곳에 설치해주고 렌탈료를 받으며 공간사업자와 수익을 나누는 받는 방식이다. 렌탈료는 한달에 약 10만원 수준이다.

밀리박스에서는 유통기한이 짧은 신선식품의 특성을 고려, 유통기한이 얼마 남지 않은 상품에 대해 할인이나 이벤트를 제공해 판매한다.

"밀리박스는 섭취 가능한 식품을 불필요하게 버리지 않는다는 장점이 있어요. 또 내가 고른 상품을 키오스크에 직접 입력할 필요 없이 냉장고에서 꺼내고 문을 닫으면 알아서 결제된다는 편리함이 있죠."

특히 밀리박스에서는 편의점에서 쉽게 찾아볼 수 없는 다양한 식품 브랜드를 24시간 만나볼 수 있다.

"밀리박스 안에 들어가는 식품 가격은 프로틴 음료가 3000원대, 샐러드의 경우 5000원 후반대에서 6000원 후반대까지 다양해요. 우리가 평소에 마트나 편의점에서 만날 수 있는 제품과 최대한 겹치지 않게끔 상품을 소싱하여 건강한 간편식, 신선식품 위주로 선보이려고 하고있어요."

현재 밀리박스는 현재 시범적으로 반포 소재 국내 최대 규모의 '크로스핏 짐(Cross-fit GYM)' 입점을 시작으로 올해 하반기 50대, 내년까지 150대의 무인판매냉장고 설치를 앞두고 있다.

"사실 매일 매일이 어려워요. 더 나은 사람이 되어야 한다는 부담감을 항상 느끼죠. 회사의 성장속도를 쫓아가기 위해서 개인도 발전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첫번째로는 팀원들이 계속 다니고 싶은 회사, 좋아하는 일을 하는 회사가 됐으면 좋겠어요. 그 다음으로는 팀원들이 더 발전할 수 있고, 더 많은 것을 가져가고, 더 값어치 있는 사람이 될 수 있는 회사였으면 좋겠어요. 그리고 밀리박스를 통해 대한민국의 모든 사람들이 건강한 먹거리를 더 쉽게 경험하면서, 그들의 삶을 건강하게 만드는 기업이 되고 싶습니다."

 

김경영 기자 management@techm.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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