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 말은 많이 들어봤는데 구체적으로 무엇이 나아지는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이후 변화하는 근무 환경에는 어떻게 적응해야 하는가. 이런 의문에 대해 삼성SDS가 기업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의 실제 적용 사례를 공유하며 해답을 제시했다.
9일 삼성SDS는 온라인 콘퍼런스 '리얼 2020' 행사를 통해 차세대 전사적 자원관리(ERP)와 공급망관리(SCM) 등 경영 시스템 혁신 사례를 소개했다.
디지털 전환의 시작, 차세대 ERP 구축
기업의 대표적인 경영관리 시스템인 ERP는 최근 기반 기술에 많은 변화를 겪고 있다. 'S4/HANA'로 대표되는 인메모리 데이터베이스(DB) 기반의 새로운 애플리케이션 아키텍처, 로봇프로세스자동화(RPA), 머신러닝(ML), 인공지능(AI) 등 신기술 접목, 클라우드 기반의 다양한 솔루션 활용 등이 대표적이다. 이런 기술 변화로 실시간 업무 처리 뿐만 아니라 데이터 분석을 통한 인사이트 제공, 업무 최적화 등이 가능하다는 의미에서 최근의 EPR는 '인텔리전트 ERP'로 불린다.
삼성SDS ERP사업담당 김영주 전무는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을 위해선 ERP가 기업 비즈니스 프로세스, 데이터, 시스템 측면에서 가장 핵심적인 역할을 수행한다"며 "이런 의미에서 '디지털 코어'라고 불러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김 전무에 따르면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 추진을 위해선 기업의 핵심 경영 인프라인 ERP를 제대로 구축하는 게 무엇보다 중요하며, 이를 통해 비즈니스 민첩성 향상과 엔드-투-엔드 최적화, 디지털 신기술을 통한 업무효율 향상 등이 가능하다.
이날 소개된 글로벌 제조기업 A사의 경우 인텔리전트 ERP 도입을 통해 자재소요계획(MRP) 수행시간을 5분의 1로 단축하고, 제조원가 계산속도 20배 향상, 시스템 결산시간 40% 단축 등의 효과를 거뒀다. 이를 통해 수시로 시뮬레이션이 가능해져 월 마감 이후 전사 연결손익 계산이 D+5일에서 D+3일로 단축됐고, 경영진은 대시보드에서 실시간으로 다양한 데이터를 분석해 이슈에 대한 근본 원인을 즉시 찾아낼 수 있게 됐다.
차세대 ERP는 다양한 신기술 접목이 가능하다는 것도 강점이다. 일례로 주문입력의 경우 메일에 접수된 주문서에서 광학문자판독(OCR) 기술로 주문 정보를 추출 후 RPA를 통해 자동으로 수치를 ERP에 입력하고, 처리결과는 챗봇을 통해 사용자에게 자연어로 전달할 수 있게 됐다. 이를 통해 수작업으로 일일이 작업하던 수십만건의 주문서 처리를 완벽히 자동화 할 수 있었다.
삼성SDS는 25년 이상 ERP를 구축한 경험과 다양한 업종의 구축 성공사례, 국내 최대 규모의 전문가 확보, SAP와의 전략적 파트너십 등을 무기로 차세대 ERP 사업을 확대하고 있다. 다만 코로나19 이후로 변화한 프로젝트 환경에 대한 고객사의 적응이 필요하다는 점도 당부했다.
김 전무는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상반기에 프로젝트가 취소되거나 연기되는 경우가 있었지만, 종식을 기다릴 수 없는 상황인 만큼 기존과 다른 방식으로 프로젝트를 수행해야만 한다"며 "원격개발 수행체계 확보와 프로젝트 공정 자동화 확대, 실시간 및 투명한 진척관리 등이 선행되고 고객사 현장 적용 측면에서도 원격 적용을 위한 현장 역량 강화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신기술로 이룬 '꿈의 SCM' 구현
삼성SDS 디지털SCM팀장 송해구 전무는 차세대 공급망관리(SCM) 솔루션을 통해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불확실성과 변동이 증폭된 시대에 대응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과거 글로벌 확산에 수개월이 걸리던 예외사항이 수주, 짧게는 수일 안에 전세계로 퍼지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 20년 간 SCM은 기술적 기반의 큰 변화 없이 흘러왔지만, 현재 급속히 변화하는 기업 환경에 맞는 시스템 변경이 필요시 되는 상황이다. 송 전무는 "기업에선 실제 데이터에 기반한 실행 가능한 시나리오 경영과 의사결정을 요구하고 있다"며 "특히 데이터의 홍수 속에 불필요한 정보를 걷어내고 필요한 정보만 발췌해 인사이트를 제공하고 추천도 해주는 분석 서비스를 요구한다"고 설명했다.
이런 상황에 차세대 SCM은 불확실성에 대처한 다양한 시나리오와 실시간 비교 분석 등을 제시해 경영자가 최적의 의사결정을 할 수 있도록 더 '스마트'해졌다는 게 송 전무의 설명이다. 특히 그는 급속히 변화하는 비즈니스 환경 속에 이를 수용할 수 있도록 SCM이 기존의 '기성복'이 아닌 신기술 플랫폼 기반의 '맞춤복'으로 전환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송 전무는 "삼성SDS의 차세대 SCM은 인메모리 DB 기반과 병렬처리 기술, 현업 프로세스 노하우 등을 기반으로 시나리오 플래닝을 현실적으로 구현한다"며 "여러 시나리오를 비교 분석해 최적의 솔루션을 제시하고 변동에 대해 시나리오를 곧바로 반영해 재편성 할 수 있어 20년 전 지향하던 SCM의 진정한 모습을 실현했다"고 말했다.
이밖에 차세대 SCM은 AI 기반의 수요예측 자동화와 자연어 처리 기술, 모바일 도입 등을 통해 업무 활용도를 대폭 높였다. 솔루션 구조도 개방형 플랫폼을 채택해 필요한 기술을 언제든 도입하고 새로운 알고리듬이나 솔루션도 바로 활용할 수 있는 유연성을 확보했다.
송 전무는 "그동안 SCM은 유지보수의 어려움으로 대기업만 활용할 수 있었는데 이제는 서비스형 소프트웨어(SaaS)를 통해 모든 기업에 토탈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게 됐다"며 "삼성SDS는 SCM 침체기에도 매년 30~40개 프로젝트를 수행하며 SCM 전문가 그룹을 구축하고 있는 만큼 새로운 혁신에 최적의 파트너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달라진 업무 환경, 협업을 위한 최선의 도구는
코로나19 팬데믹은 기업의 일하는 방식 자체를 완전히 바꿔놨다. 국내에선 아직 낯설기만 했던 재택근무가 일상이 되고 있고, 화상 회의와 온라인 협업 시스템 도입도 가속화되고 있다.
삼성SDS 솔루션사업부장 임수현 부사장은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은 기업 구성원들의 일하는 방식에도 근본적인 변화를 가져오고 있다"며 "시작점은 어떻게 하면 비대면 환경에서도 업무 효율을 유지할 수 있느냐였지만, 이제는 디지털 기술의 강점들을 십분 활용해 예전에 가능하지 않던 새로운 업무 방식을 실현할 수 있느냐가 중요한 화두가 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인텔리전트 콜라보레이션, RPA, AI 챗봇, 3D 기술 등은 각각 나름대로 업무방식에 혁신을 가져오는 중요한 디지털 기술이지만, 융복합화를 통해서 혁신의 강도를 몇 배 끌어올릴 수 있다"고 강조했다.
삼성SDS가 준비 중인 협업 솔루션 '브리티 팀즈'를 소개한 인텔리전트 워크스페이스 사업팀 창성중 프로는 "메신저를 기반으로 대화형 협업과 영상회의, 드라이브 등 업무 도구를 결합해 업무 맥락을 관리하고 간단한 업무 처리가 가능해졌다"며 "메일을 활용한 전통적인 업무 방식 보다 대화방에서 애자일하게 업무를 처리하는 방향으로 옮겨갈 것"이라고 전망했다.
브리티 팀즈는 '워크스페이스'에 다양한 업무 시스템을 연결해 채팅창에서 곧바로 업무를 처리할 수 있으며, RPA, AI 애널리틱스 등 삼성SDS의 'DT 엔진' 기술과 결합해 업무 지능화를 구현 할 수 있는 게 특징이다. 예를 들어 기업 서버를 실시간으로 관제하는 상황에서 비정상 상황이 발생하면 운영부서의 워크스페이스로 알림이 가고, 할당된 담당자는 대화방에서 클릭만으로 '지라(Jira)' 등 업무 도구에 이슈를 바로 등록할 수 있다. 또 이슈 해결 후에는 처리 내용을 댓글로 동료와 공유할 수 있다.
창 프로는 "우리는 디지털 세상에 연결된 '커넥티드 워커'가 됐다"며 "기업들은 업무 체계와 일하는 방식을 제로 베이스에서 고민해야 하며, 협업 플랫폼, AI 기술, 소통 방식을 깊게 이해하고 사람 중심의 사용 경험을 구축하는 기업들이 앞서 나갈 것"이라고 전망했다.
'AI 워커' 시대, 누구나 '봇'을 만들어 쓴다
삼성SDS는 사람이 수작업으로 하던 여러 사무 업무를 자동으로 수행하는 '브리티 RPA' 사례도 공유했다. RPA는 단순 반복 업무를 자동화하는 수준을 넘어 AI와 결합해 인지 영역을 대체하고 의사결정을 하는 'AI 워커'로 진화하고 있다.
삼성SDS는 브리티 RPA와 '브리티 어시스턴트'를 결합해 임직원 모두가 쉽고 빠르게 개인 봇을 활용할 수 있도록 지원하고 있다. 삼성SDS AI서비스팀 서고은 프로는 "현재 삼성 관계사 대부분이 운영하고 있을 만큼 안정성이 높고 체계적인 관리 기능과 보안 기능을 제공한다"며 "삼성SDS는 2020년 가트너 매직 쿼드런트 리포트에 등재된 16개 글로벌 RPA 기업 중 유일한 국내 기업"이라고 소개했다.
삼성SDS는 브리티 RPA와 챗봇을 결합해 매주 전직원을 대상으로 한 코로나19 문진을 수행하고 있으며, 손익 예산 데이터 분석 자동화, 제조 공정 장애 조치 효율화, 기자재 견적 관리 자동화, 납품 및 지연 관리업무 자동화 등 다양한 성공 사례를 만들어가고 있다. 향후 브리티 RPA는 삼성SDS에서 현재 준비 중인 AI 기반의 '오토메이션 플랫폼'으로 진화할 예정이다.
협업, 보안, 생산성 모두 잡는다
이날 행사에선 3D 설계 데이터를 웹 스트리밍 방식으로 공유해 엔지니어 간 협업을 지원하는 '넥스플랜트 3D 엑설런스'와 통합 인증과 계정 관리 서비스를 제공하는 '서비스형 아이덴티티(IDaaS)' 솔루션도 함께 소개됐다.
삼성SDS 지능화플랫폼담당 안대중 상무는 "제조, ETC 건설 분야로 시작했으나 이를 바탕으로 자동차, 항공, 조선해양, 첨단 설비까지 활용 영역을 지속적으로 확대할 것"이라며 "이를 지원하기 위해 2.0 버전에선 가상, 증강현실(VR, AR)을 통한 원격지 기술협업 서비스를 확대하고 3.0에선 사물인터넷(IoT) 데이터와 결합해 디지털 트윈 기반의 엔지니어링 협업이 가능하도록 서비스를 고도화 할 것"이라고 말했다.
보안솔루션팀 박천덕 그룹장은 "IDaaS는 제로 트러스트의 3가지 원칙과 철학을 바탕으로 허가된 사용자와 디바이스가 접근 정책 준수시 한번의 인증으로 모바일, 클라우드, 온프레미스 환경에서 권한 내 다양한 업무 애플리케이션에 엑세스를 제공한다"며 "IDaaS 플랫폼을 통해 보안사고 50% 예방 효과와 기술 비용 40% 절감 효과, 사용자 생산성 50% 향상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남도영 기자 hyun@techm.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