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의 디파이가 PC통신이라면...
익스플로러 나오면 터진다?

#증권사도 디지털금융 미래를 들여다본다

#누구나 참여하고 만들어내는 '호기심'

#갈 길 멀지만 금융 효율성 등에 가능성도


"디파이의 미래를 예단할 수 는 없지만, 분명 금융을 새롭게 변화시키거나 한단계 도약시킬 수 있는 의미 있는 변화가 진행되고 있음은 분명해 보인다" 

단 몇개월만에 '블록체인 기반 금융'이라고 불리는 디파이가 폭발적으로 성장했다. 비트코인이 등장했을 때부터 디지털 금융 시장을 지켜보던 일부 전통 증권사에서도 이를 주목하고 있다. 디파이가 지속 가능한 금융 시스템이냐는 질문에는 아직 다양한 시각이 존재하지만, 디지털 금융으로 변화해가는 흐름에 주목해야 할 움직임이라는 것이다. 

지난 18일 SK증권은 '수십~수백% 이자를 준다고? 디파이에 대해 알아보자'라는 보고서를 냈다. 이는 국내 전통 증권사 중 디파이를 다룬 첫 보고서다. 


누구나 금융 서비스 만들고 참여하는 '디파이' 


이 보고서는 그간 금융기관의 단점을 보완하는 '디파이'의 역할에 주목했다. 크게 ▲중앙기관을 거치지 않는 탈중앙화 ▲거래 시간 단출 등 효율성 ▲모든 사람들의 참여 가능성 등을 꼽는다. 

/ 사진=sk증권 보고서
/ 사진=sk증권 보고서

보고서가 언급한 이더리움 기반 대출 플랫폼 '컴파운드(Compound)'를 통해 들여다보자. 컴파운드는 가상자산을 담보로 예치하면 스테이블코인을 비롯 다른 가상자산들을 빌려주는 플랫폼이다. 

이자는 스마트 계약(조건부자동계약체결) 기반으로 설정된다. 자산의 공급과 수요에 기초한 알고리즘에 의해 결정되며, 이는 투명하게 공개돼 있다. 제 3자가 이자를 지정해주거나 거래 당사자 간 협상 개입이 불필요한 것이다. 

보고서는 "전통적인 금융시장에서는 정부나 정부기관, 은행, 증권사 등 중앙 집중화된 기관들이 신뢰의 주체였고, 거래자들의 신뢰를 이들 기관이 담보했다면, 디파이의 경우 이런 신뢰를 보증하는 기관이 따로 없다"며 "(디파이는) 비트코인이나 이더리움 등 암호화자산을 기반으로 하기 때문에 결국 소프트웨어나 코드가 신뢰 주체 역할을 한다"고 설명했다. 

컴파운드에서는 약 50% 수준의 초과담보비율 내에서 다른 가상자산을 대출 받을 수 있다. 은행을 방문해 대출심사를 받기 위해 여러 서류에 서명을 하는 등의 절차와 대조된다. 이에 디파이의 강점으로 주로 거론되는 점이 바로 모든 사람들에게 참여가 열려있다는 점이다. 

보고서는 이러한 디파의 특징을 한 줄로 "블록체인 기술을 기반으로 중앙기관없이 P2P(개인 간 거래) 형태로 금융시스템을 구축하며, 기존 금융시스템의 단점을 보완하는 시스템이기에 탈중앙화, 효율성, 그리고 모든 사람들이 참여 가능하다는 장점을 갖고 있다"고 정리했다. 이러한 특징은 기존 금융서비스를 능가한다고 진단했다. 

일각에서는 이 같은 디파이 서비스에 참여하는 것뿐만 아니라 누구나 디파이 서비스를 만들어 낼수 있다는 측면에 주목한다. 개발자들은 누구나 코드를 확인할 수 있는 '깃허브'와 같은 사이트를 참고해서 또다른 서비스를 만들 수 있기 때문이다. 대표적인 예시가 탈중앙화 거래소 '유니스왑'에서 파생된 스시스왑이 있다. 누구나 서비스를 만들 수 있기 때문에 업계에서는 새로운 디파이 서비스에 참여하고 싶다면 리스크를 최소화하기 위해 짜여진 코드를 참고하라는 조언도 한다. 


거버넌스 토큰 등장하자 분위기 바꼈다


디파이는 국내에서도 업비트의 DXM에서 지향하는 서비스 모델이다. 지난해까지만 해도 디파이는 비트코인이나 이더리움 등 가상자산 보유자들이 예치해두고 이자를 받으려는 사람들, 또는 담보로 가상자산을 맡기고 다른 스테이블코인을 빌려 현금처럼 사용하는 사람들이 이용했다. 혹은 레버리지 투자를 위해 이용하는 사람들도 있었다. 플랫폼간의 금리차를 활용하는 것이다.

보고서는 "컴파운드에서의 스테이블코인 다이(DAI) 대출 이자율은 8.31%, 예치 이자율은 6.55% 인데 반해, 또다른 플랫폼 AAVE에서 예치이자율이 38.49% 일 때가 있다"며 "이때 컴파운드에서 다이를 대출받아서 AAVE에 예치한다면 30% 이상의 마진거래가 가능한 셈"이라고 설명했다. 

글로 쓰기도 어려운데, 이를 실제로 행하기는 더 어렵다. 그야말로 해당 가상자산을 보유한 사람들 가운데 금융 투자뿐만 아니라 디파이 플랫폼에 대한 고도의 배경지식이 있는 사람만이 대응할 수 있는 어려운 시장이었다는 얘기다. 

그런데 최근 몇달 간 '디파이' 플랫폼이 업계에서 대거 주목을 받기 시작했다. 컴파운드를 시작으로 일부 디파이 플랫폼이 자사 토큰을 내놓으면서다. 이 토큰의 탄생 목적은 '탈중앙화'로서 지속 가능한 플랫폼 운영을 위한 의사결정 권한을 주기 위함이었는데, 이 토큰의 발행량이 제한적인데다 대형 거래소에 상장되면서 '투자' 수단으로서 수요가 대거 몰렸다. 

시장에서는 사람들이 컴파운드를 스테이블 코인을 대출받기 위해 찾는 것이 아니라, 이 토큰을 받기 위해 예치하는 현상이 벌어지는 점에 주목하며 '투기'를 우려한 것이다. 

이를 두고 한대훈 SK증권 연구원은 지난 2017년 ICO에 비유했다. 한 연구원은 "ICO의 취지는 투자금을 빌리기 어려운 스타트업, 투자금을 중간에 회수하기 어려운 투자자들에게 좋은 시스템이었으나, 악용하는 사례가 증가하면서 'ICO=사기' 라는 인식이 강해졌다"며 "디파이 또한 취지는 좋으나, 디파이 플랫폼에서 발행하는 토큰을 얻기 위해 찾는 이들이 대거 몰리면서 거품이 끼었다는 지적이 많다"고 진단했다. 


아직은 그들만의 리그지만 그래도 '미래'를 내다본다


아무리 디파이가 현재 지난 ICO만큼의 열풍이 일고 있다고 하지만, 사실 선뜻 참여하기에 쉬운 구조는 아니다. 대개 디파이 플랫폼이 '이더리움' 기반이기에 이더리움을 비롯 이더리움 기반 토큰들을 보관하고 관리하기 위한 지갑 '메타마스크'를 쓸 줄 알아야 한다. 이를 실제 쓰고자 하는 디파이 서비스와 연동해야 하는데, 시작부터 어려움을 겪는 사람들이 대부분일 것이다. 

실제 실사용자 수치만 봐도 디파이 참여자는 '그들만의 리그'로 해석할 수 밖에 없다. 활성화 사용자가 수천에 그치는 서비스가 많기 때문이다. 

이에 한 연구원은 디파이의 현 시장을 인터넷이 등장하기 전 'PC 통신' 단계와 유사하다고 비유한다. 그는 "지금 현 디파이를 사용하기 위한 진입장벽이 높은 점을 봤을 때, 수년 전 인터넷 익스플로러가 등장하기 이전 PC 통신을 통해 정보를 주고받는 시절을 떠올리게 된다"며 "현재는 디파이 생태계가 이제 막 조성되는 단계로 미래 디지털 금융 시대가 됐을 때 은행 역할을 할 수 있는 하나의 후보군으로 보고 있다"고 진단했다. 

아울러 당장 현재보다는 디지털 자산 시대가 오면 이 같은 디파이 기술 경쟁력이 부각될 것이라고 보는 시각도 있다.  '넥스트 파이낸스' 공저자 차두휘 장외파생상품 전문가는 "인도에 괜찮은 자산이 있는데, 이를 연결해주는 통로가 없으면 잠재적 투자자들은 이를 모른다"며 "현재 비금융권 인구가 17억명인데, 이들이 스마트폰을 들고 블록체인 기반으로 자산 투자를 할 수 있는 통로가 열린다고 해보자. 이들이 물론 유럽이나 미국, 중국에 비해 경제 규모가 크지는 않지만, 이들을 모두 합쳐 연결한다고 했을 때 폭발력은 무시못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다만 가상자산이나 디파이 시장이 대중과의 거리를 좁히는 데 상당한 시간이 소요되고, 규제 문제를 풀어야 하는 등 여러 과제가 산적해 있는 것은 사실이다. 보고서는 "디파이가 진입장벽이 높은 만큼, 디지털 자산을 관리하는 문제가 어렵기도 하지만, 국제자금세탁방지기구(FATF)의 가이드라인에 따른 규제도 풀어야 할 숙제"라고 덧붙였다. 

문정은 기자 moon@techm.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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