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마트 콘택트렌즈의 진화 어디까지?

얼마 전 드라마를 보는데 미래의 경찰이 눈 안에 심은 렌즈로 내가 바라보고 있는 사람의 개인 정보, 전과 기록까지 다 읽어내는 장면이 나오더라고요. 지금이야 눈에 안경 대신 끼는 콘택트렌즈를 미용 목적의 안경 대용으로 쓰지만요. 먼 미래에는 '내 앞에 사람이 어떤 사람인 지 검색 포털에서 검색하듯 렌즈만으로 찾아내는 편리하고 공상 영화 속 같은 세상이 오지 않을까' 이런 생각이 드는 순간이었습니다. 그런데 이게 먼 미래가 아닌 것 같아요. 프랑스 연구진이 실제로 이런 렌즈를 개발했다고 합니다. 


레이저 쏘는 스마트 콘택트 렌즈 개발됐다 


최근 프랑스 연구진이 영화 엑스맨의 히어로 이름을 딴 싸이클롭스(cyclops) 렌즈를 개발했다고 합니다. 이 렌즈를 끼면 내가 보고 있는 것을 '레이저'로 가리킬 수 있다고 합니다. 한마디로  눈에서 레이저를 방출할 수 있다는 얘기죠. 이 같은 연구는 네이처에도 실렸는데요. 유기 반도체 폴리머로 만들어진 이 막이 방출하는 레이저는 세계에서 가장 작고 가벼운 레이저라고 합니다. 일단 소의 눈으로 테스트했을 땐 안전했다고 하는데요. 아직 사람 대상의 렌즈는 아니지만 사람이 사용할 수 있을 거라는 기대감도 나오고 있다고 합니다. 

사진=네이쳐(Nature)
사진=네이쳐(Nature)

 

그럼 도대체 이 레이저가 어디에 쓰일까요? 흔히들 '눈에서 레이저 쏜다'라고 하는데 혹시나 정말 누군가를 째려보기 위해서 쓰는 것일까요? 그러면 세상이 너무 각박해지겠죠. 영화 속에서처럼 악당들과 싸우는 용도도 아닐 것이고요. 컴퓨터를 사용할 때 마우스나 키보드를 쓰죠. 가끔 뭘 먹으면서 키보드 치고 싶은데 답답한 적 있는 여러분들은 좋아하실 소식이네요. 내가 쳐다보는 곳을 렌즈의 레이저가 가리키면서 마우스 클릭 대신 레이저로 클릭, 키보드로 터치 대신 레이저로 터치가 되는 걸 목표로 한다고 합니다. 컴퓨터에서 끝이 아닙니다. BMW에서는 운전자가 시선만으로 차량 내부를 제어할 수 있는 'BMW i 인터랙션(Interaction) EASE' 콘셉트를 공개했습니다. 탑승객 시선이 외부 물체에 고정되면 그 물체와 관련된 정보를 제공합니다.

                                                                                                                          사진=BMW
                                                                                                                          사진=BMW

 

BMW는 내년에 출시할 전기차 'i넥스트'에 이 기술을 적용할 계획입니다. 앞 유리 전체를 덮는 '파노라마 헤드업 디스플레이'는 증강현실(AR) 인터페이스가 됩니다. 이 기술을 활용하면 운전자들이 길가에서 레스토랑을 지나다가 쳐다만 봐도 메뉴와 오픈 시간, 예약 가능 여부를 알 수 있죠. 바로 이 '시선 인식'을 가능케 해 줄 렌즈가 나온 겁니다. 또 다른 용도로는 디지털 바코드, 보안 태그가 있을 텐데요. 군인들이 이 렌즈를 쓰면 폭발물을 탐지할 수 있고요. 경찰들이 쓰면 정말 범죄자를 탐지할 수 있겠죠. 


스트레스, 당뇨병 체크에도 쓰인다


건강을 위한 스마트 콘택트렌즈 개발도 활발하게 이뤄지고 있는데요. 올해 7월 이런 뉴스가 나왔습니다. 연세대 연구팀이 눈물 속 스트레스 호르몬을 감지해서 정확히 측정할 수 있는 스마트렌즈를 개발했다는 소식이었죠. 현대인 치고 스트레스 없는 사는 사람이 있을까요? 사실 스트레스 관리라는 게 정말 뜬구름 잡는 일이거든요. 내가 어느 정도 스트레스를 받고 있는지 측정하기도 쉽지 않고요. 적절히 관리하지 않으면 만병의 근원이 되니 측정을 하긴 해야 하지만 그를 위해서는 병원이나 연구실 같은 전문시설에 가야만 했죠. 기존에는 스트레스 측정 센서도 전기화학 분석이나 섬광 분석 같은 복잡한 방식이라 일상적인 실시간 측정이 어렵다는 문제가 있었습니다. 

이걸 해결하기 위해 연구팀은 측정 기계를 렌즈로 만들어 눈에 넣어버리는 걸 택했습니다. 눈물 속에는 스트레스 호르몬 ‘코티졸’이 있는데 이걸 실시간으로 측정하는 거죠. 꿈의 신소재라 불리는 그래핀을 사용해서 투명하고 유연하면서 무선 통신이 가능한 코티졸 센서도 구현했습니다. 센서는 그래핀 표면에 결합하는 코티졸 농도를 실시간 분석하고 그래핀의 미세한 저항 변화를 읽어내 스트레스 수치를 실시간으로 검출해내는 원리입니다. 나노와이어를 그물망 구조로 만들어 투명전극과 안테나를 만듭니다. 그 후 3D 인쇄로 전극, 안테나, NFC 칩을 연결해 소프트 렌즈에 내장시키죠. 이제 렌즈 속 NFC 칩이 센서에서 읽어낸 코티졸 농도를 스마트폰으로 무선 전송까지 가능합니다. 렌즈 착용 후 스마트폰을 눈 가까이 가져가면 스트레스 수치를 실시간으로 측정해 활용할 수 있고요. 뭐 이렇게 되면 내가 어떤 일을 하며 스트레스를 받는지, 누구를 만나면 스트레스를 받는지 알 수 있게 되는 날도 오지 않을까요. 


구글도 시도했던 스마트 콘택트렌즈


이런 시도는 처음이 아니었습니다. 분야는 다르지만 당뇨병에 주로 활용되어 왔었는데요. 이미 2014년 구글 글래스를 탄생시킨 엑스 프로젝트에서 재밌는 웨어러블 디바이스의 아이디어를 들고 나왔었죠. 이름하여 '스마트 콘택트 렌즈'입니다. 주위에 당뇨병 환자나 당 수치 높은 분들 계시면 아시겠지만 혈당 측정하려고 매일 아침 바늘로 손끝에 상처를 낸 뒤 그 피로 혈중 포도당 수치 측정하는 거 이거 쉬운 일이 아니거든요. 구글이 고안한 스마트 콘택트 렌즈를 착용하면 눈물에 포함된 포도당 수치를 판단해서 당 수치를 측정할 수 있게 된다는 아이디어였죠. 스마트렌즈 센서가 1초에 1회 눈물의 포도당 수치를 측정하고 초소용 LED를 통해 당뇨병 환자들에게 혈당 수치가 오르고 내리는 걸 알리는 것이죠. 구글은 제약사 노바티스와 함께 야심찬 개발 계획을 밝혔지만 안타깝게도 구글은 아직까지 상용화에 성공하지 못했습니다. 

사진=구글 X
사진=구글 X

콘택트렌즈는 부드러워야 합니다. 부드러운 렌즈에 이런 고도의 기술이 탑재되면 과연 우리 눈이 버틸까 의문이 드는데요. 아직 초기 연구 단계라  실제로 우리가 사용하기까지는 이런 기술적 난관들을 해결해야 할 것입니다. 물론 이게 성공적으로 개발된다고 해도 FDA 같은 식약처 허가나 각종 규제를 통과해야 하고요. 아직은 먼 나라 이야기 같지만 기술의 발전으로 많은 것이 달라지고 있는 지금, 콘택트렌즈가 어디까지 진화할 수 있을지 생각해 볼만한 것 같습니다.

양손에는 무거운 짐을 들고 눈으로 엘리베이터를 호출하고 매일 타는 차의 문도 렌즈 속 센서로 열고 닫는 시대, 눈에 렌즈만 껴도 내가 어디가 아픈 지 스트레스는 얼마나 받는지 측정할 수 있는 시대가 온다면 우리의 삶은 얼만큼 바뀌어 갈지 궁금해집니다. 

 

 

 

신지은 기자 sophie@techm.kr / 김보경 에디터 clara@techm.kr

관련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