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기정통부 대기업 참여제한 제도 개선안 공청회

정부가 지난 2013년 시행된 공공 소프트웨어 사업 대기업 참여제한 제도를 7년 만에 손본다고 나섰습니다.

28일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공청회를 열고 '대중소기업 상생·발전을 위한 공공 소프트웨어 사업 제도개선 방안'을 발표했습니다.

이번 방안에서 과기정통부는 ▲공공 소프트웨어 시장 예측 가능성 제고 ▲해외 진출 등 소프트웨어 시장 외연 확대 ▲대·중소기업 상생 협력 강화 ▲공공SW 사업 품질 제고 등 4대 분야를 중심으로 12대 과제를 수립해 추진하겠다고 밝혔습니다.

/자료 = 과기정통부
/자료 = 과기정통부

대기업 참여제한 제도는 삼성SDS, LG CNS, SK㈜ C&C 같은 대기업 계열 업체들이 시장을 독식하는 것을 막고 중견·중소 소프트웨어 기업들을 키운다는 명분으로 만들어졌습니다. 하지만 제도가 시행되는 동안 대기업들이 레퍼런스를 만들지 못해 수출길이 막힌다거나 중소·중견 기업들이 공공 사업에만 매달려 수익성이 악화되는 등의 부작용이 생기기 시작했습니다.

이 때문에 대기업 참여제한이 소프트웨어 산업 생태계의 경쟁력을 키우는 데 별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목소리가 나오기 시작하자 정부가 제도를 개선키로 한 것입니다.


대기업 참여제한, 왜 이슈인가?


최근 대기업 참여제한 제도의 문제점이 다시 부각된 건 교육부가 4세대 교육행정정보시스템, 일명 '차세대 나이스(NEIS)' 구축 사업에 대기업을 참여시켜 달라고 거듭 요청한 일 때문입니다.

현 제도상 상호출자제한 기업집단으로 지정된 기업은 원칙적으로 모든 공공 소프트웨어 사업에 참여할 수 없도록 규정돼 있습니다. 하지만 이 제도는 '예외'를 둬 과학기술정보통신부에 신청을 하면 심의위원회 심의를 거쳐 '대기업 참여제한 예외사업'으로 지정을 받을 수 있습니다.

위원회는 해당 사업이 예외 요건인 국가 안보에 관련된 사업이거나 신기술이 적용되는 사업에 해당하는지를 판단합니다. 교육부는 나이스 사업이 국가 안보와 관련된 사업이라며 3번을 신청했는데 모두 반려됐고, 지난 8월 다시 신기술 적용 분야로 4번째 신청을 했으나 이마저도 받아들여지지 않았습니다.

사업을 준비하던 대기업들은 결국 허탕을 쳤고, 반복된 신청 기간 동안 교육부 사업도 지연됐습니다. 발주처인 정부 부처마저 대기업 참여가 꼭 필요하다며 사업 시기마저 늦추고 예외 신청을 하는 마당에 대기업 참여제한 제도가 현실적으로 필요한지, 타당성 문제가 다시 수면위로 올라오게 됐습니다.


왜 대기업을 제한하는가?


애초에 대기업 참여제한 제도를 시행한 건 당시 공공 소프트웨어 시장이 대기업 계열사들이 독식하던 구조였기 때문입니다. 이미 민간 시장은 대기업 계열사들이 자사 사업을 독점하고 있는 상황에 공공 사업까지 이들에게 맡기면 중소·중견 기업들이 설 자리가 없다는 명분이었습니다.

이날 과기정통부에 따르면 대기업 참여제한 제도 시행 이후 공공 소프트웨어 시장 내 중소기업 매출 비중은 2010년 18.8%에서 2018년 62.1%로 증가했고, 기업 수는 1.2배, 일자리는 1.7배가 늘었습니다. 대기업이 빠진 자리에 더 많은 중견·중소기업들이 들어와 시장이 성장했다는 얘기입니다.

/자료 = 과기정통부
/자료 = 과기정통부

하지만 중견기업의 양적성장은 이뤄졌으나 오히려 수익성은 하락하고, 중소기업은 하청을 주는 주체가 대기업에서 중견기업으로 바뀌었을뿐 혜택이 없다는 지적도 꾸준히 제기돼 왔습니다.

실제 소프트웨어정책연구소 보고서에 따르면 전체 중견 소프트웨어 기업의 평균 영업이익률은 2010년 8.21%에서 2017년 3.41%로 떨어졌고, 특히 공공매출 비중이 20%가 넘는 기업들은 영업이익률이 2010년 2.31%에서 2017년 0.41%로 급감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무엇이 문제인가


결과적으로 대기업 참여제한이 국내 소프트웨어 산업의 경쟁력을 높이지 못하고 중견·중소기업들은 수익성이 낮은 공공사업에만 메달리게 만들었다는 비판이 나오게 됐습니다.

교육부가 대기업 참여를 간절히 원한 건 나이스가 교육행정의 핵심적인 역할을 하는 중요한 시스템이기도 하고, 과거 이 시스템에서 오류가 났을 당시 구축을 맡았던 대기업이 100억원대 비용을 들여 수습해 준 경험이 있기 때문입니다. 이런 일이 다시 벌어진다면 중소·중견기업은 감당하기 어려울 것이란 불안감이 깔려 있다는 얘기입니다.

/사진 = EBS 온라인 클래스 사이트 캡쳐
/사진 = EBS 온라인 클래스 사이트 캡쳐

여기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온라인 수업이 전격 시행되면서 EBS의 '온라인 클래스 시스템'에서 장애가 발생하자, 결국 LG CNS의 전문가들이 급파돼 무상으로 문제를 해결한 사례도 대기업 참여의 필요성을 역설하는 계기가 됐습니다.

특히 소프트웨어 분야에 인공지능(AI), 빅데이터, 클라우드, 블록체인 등 디지털 신기술 활용이 크게 늘어나고 있는데, 이를 '예외'로 두고 대기업을 참여시키는 게 타당하냐는 의문도 제기되고 있습니다. 예외적이지 않은 일을 예외로 두니, 대기업도 중견·중소기업도 모두 불만입니다.

결국 대중소기업이 동반성장하지 못하고 각자도생하면서 전반적인 기술 경쟁력을 높일 기회를 만들지 못했고, 이는 수출 감소로도 이어지고 있는 상황입니다. 실제 전자정부시스템 수출 규모는 2015년 6300억원대에서 2018년 3000억원대로 반토막이 났습니다.


어떻게 바뀌나


이번 개선안은 나이스 사례에서 드러난 문제점을 해결하는 데 많은 부분을 할애했습니다. 대기업 참여제한 예외인정 여부에 대한 '조기심사제'를 도입해 현재 같이 입찰공고 직전이 아닌 사업기획단계에서부터 심의 신청을 가능하도록 개선하고, 대기업 참여제한 예외신정 신청여부를 내부 검토 중인 사업 정보까지 공개해 기업들의 예측가능성을 높인다는 계획입니다. 대신 교육부처럼 계속 예외 신청을 하느라 행정력을 허비하는 사례가 없도록 대기업 참여제한 예외인정 심의 신청횟수는 2번까지로 제한하기로 했습니다.

/ 자료 = 과기정통부
/ 자료 = 과기정통부

대기업 참여제한 예외사업 기준도 기존 신기술 적용여부에서 '신시장 창출효과'와 '혁신창출수준' 등으로 바꾸고 사업유형도 세분화하기로 했습니다. 또 해외진출과 관련해 가능성이 있어가 대기업 참여가 필요할 경우 대중소 동반진출 조건을 달아 예외사업으로 인정해 줄 계획입니다.

대기업이 무조건 키를 잡는 게 아니라 중견·중소기업이 주사업자인 사업에 대기업이 총 사업비의 20% 범위 내에서 공동수급인으로 참여하는 '부분인정제'도 도입됩니다. 또 EBS 온라인 클래스 사례처럼 긴급 장애대응 등의 경우에도 대기업의 하도급 참여 방식이 도입될 예정입니다.

과기정통부는 공청회 이후 개선안을 확정해 연구용역이 필요한 일부 과제를 제외한 나머지 개선안들을 올해 말부터 시행한다는 계획입니다.


근본적인 해결책은 못 돼


하지만 이번 개선안에 대해 대기업과 중견·중소기업 모두 떨떠름한 모습입니다. 사업 참여 기회가 확 늘어나길 기대한 대기업이나, 여전히 대기업 참여를 두려워하는 중견·중소기업이나 모두 만족하지 못하는 모습입니다.

대기업들은 개선안에서 제시한 '신시장 창출효과'나 '혁신창출수준'이 제대로 반영이 될 수 있을지 의문입니다. 부분인정제도로 사업에 참여했을 때 해외에 나가서 레퍼런스로 제시할 수 있을지도 회의적입니다.

국내 IT서비스 상위 3대 기업 / 사진 = 테크M
국내 IT서비스 상위 3대 기업 / 사진 = 테크M

반대로 중견·중소기업들은 부분인정제도 때문에 사업을 따기 위해 다시 대기업에 손을 벌려야 하거나 일부 대기업에 '줄서기'를 해야 하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를 나타내고 있습니다. 또 이렇게 대기업 참여 기회를 점점 늘리면 애초에 참여를 제한한 의도가 제대로 지켜지지 않을 것이란 근본적인 의문도 던집니다.

하지만 결국 대기업 참여를 원칙적으로 제한하고, 예외적으로 허용하는 형태가 지속되는 한 업계의 불만은 계속될 것입니다. 정부 입장에서도 법적으로 예외인 사항을 당연한 것처럼 계속 열어줄 순 없는 노릇입니다. 눈에 보이는 문제점만 땜질하는 식의 처방전이 아니라, 좀 더 근본적인 해결책이 필요한 것으로 보입니다.

남도영 기자 hyun@techm.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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