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고있나, 삼성
내가 애플을 못 떠나는 이유

삼성전자가 준프리미엄급 스마트폰 '갤럭시 S20 FE'를 선보인다. 이르면 내달 국내 출시되는 애플의 아이폰12를 견제하기 위한 제품으로 80만원대임에도 인공지능(AI) 고성능 카메라, 대용량 배터리, 120Hz 주사율까지 알차게 담았다

하지만 개인적으로는 아이폰12를 대체할 만한 제품으로 느껴지지 않는다. 기본앱 광고 때문이다.


동영상 자동재생? 선 넘은 거지


삼성전자는 올해부터 갤럭시 스마트폰 날씨, 삼성페이, 삼성헬스 등 기본앱에 광고(인앱애드)를 내보내고 있다. 관련 업계에 따르면, 최근 삼성은 갤럭시스토어에 동영상이 자동재생되는 광고까지 띄우기 시작했다. 앱을 열면 내가 원하지 않아도 동영상 광고를 봐야 하는 셈이다. 

삼성전자 갤럭시 스마트폰 기본앱 화면. 무작위로 광고를 내보내기 시작했다. /사진=김임수 기자
삼성전자 갤럭시 스마트폰 기본앱 화면. 무작위로 광고를 내보내기 시작했다. /사진=김임수 기자

유명 IT 유튜버를 비롯한 일부 사용자들이 동영상 광고에 관한 불만을 제기하자 삼성 측은 "상단 동영상은 갤럭시스토어가 추천하는 게임을 보다 실감나는 영상으로 보여드리고자 준비한 콘텐츠 영역"이라는 다소 엉뚱한 답변까지 내놨다. 

삼성과 달리 애플은 날씨, 건강 같은 기본앱에 광고를 띄우지 않는다. 앱스토어의 경우 광고가 존재하지만 스토리가 있는 브랜디드 콘텐츠 형태로 가공해 사용자에게 거부감이 들지 않도록 만든다.

유튜브에서 띄우는 광고가 싫어 매달 돈을 내고 프리미엄 서비스를 구독하고, 구글과 페이스북 맞춤광고 기능도 모두 꺼놓은 입장에서 삼성의 기본앱 광고를 쉽게 받아들이기 힘들다. 삼성이 기본앱 광고를 시작하자 LG전자 역시 자사 스마트폰 기본앱에 광고를 띄우기 시작했다. 


애플은 '맞춤광고'와 전쟁 중인데...


삼성과 달리 자체 모바일 운영체제(iOS)를 지닌 애플은 매우 폐쇄적인 생태계를 지녔다. 애플은 아이폰12 출시를 앞두고 최근 대대적인 소프트웨어 업데이트(iOS14)를 진행했는데, 안드로이드OS에서는 이미 십수년전부터 사용한 위젯 홈 화면 배치와 동영상 PIP 기능을 이제서야 사용할 수 있게 했다.

애플 아이폰 화면. 기본앱의 겨우 별도 광고영역이 없다./사진=김임수 기자
애플 아이폰 화면. 기본앱의 겨우 별도 광고영역이 없다./사진=김임수 기자

이 때문에 ‘뒷북’이라는 조롱을 받기도 하지만 이번 iOS14의 의미는 조금 다른 곳에 있다. 현재 애플은 광고식별자(IDFA) 비활성화를 통해 사용자 추적을 원천 차단하는 쪽으로 생태계를 바꾸고 있다. IDFA는 모바일 기기에 부여하는 고유한 식별 값으로 IT 기업들은 이를 통해 앱 사용자 데이터를 모은 뒤 이를 분석해 맞춤광고 등에 활용한다.

구글과 페이스북과 같은 글로벌 IT 기업들은 IDFA를 원천 차단할 경우 광고 수익이 크게 감소할 것이라며 강력하게 반발하며 애플과 대립 중이다. 이에 애플은 해당 기능을 내년에 적용하겠다며 연기한 상태다.

삼성이 약관상 사용자 동의가 필요하지 않다는 이유로 기본앱 광고 파이를 키우는 동안 애플은 사용자들이 광고에 최대한 노출되지 않도록 좁히고 있는 셈이다.


안드로이드, 내 위치가 그렇게 궁금해?


애플은 이번 iOS14 업데이트를 통해 앱마다 정확한 위치 제공을 거부할 수 있는 기능을 추가하기도 했다. 날씨, 데이팅앱과 같이 구태여 이용자의 정확한 위치를 알 필요가 없는 경우 설정에서 끌 수 있다. 설사 동의를 받더라도 앱개발사는 사용자의 정확한 위치가 아닌 대략적인 위치를 제공받는다.

애플 아이폰 설정 화면. 앱마다 정확한 위치 정보를 끌 수 있다. /사진=김임수 기자
애플 아이폰 설정 화면. 앱마다 정확한 위치 정보를 끌 수 있다. /사진=김임수 기자

안드로이드OS를 운영하는 구글의 경우 과거 사용자가 위치기록을 꺼도 정보를 저장해온 사실이 여러차례 드러난 바 있다. 구글의 사용자 위치정보수집은 광고수익으로 직결되기 때문에 쉽게 포기할 수 없는 영역이다.

문제는 국내 안드로이드OS 점유율이 80%에 육박할 정도로 압도적이고, 이들 대다수가 삼성전자 스마트폰을 이용하고 있음에도 이 부분에 대한 고민이 보이지 않는다는 점이다.

애플은 앱스토어를 비롯해 애플 뮤직, 애플TV, 애플아케이드 등 서비스 수익이 높지만 삼성은 하드웨어 판매에 수익 구조가 집중돼있다. 삼성은 애플과 달리 삼성페이 사용에 따른 별도의 수수료 부담도 지우지 않고 있어 광고를 통해 돌파구를 마련하려는 것도 이해못할 바는 아니다.

하지만 100만원 이상 큰 돈을 주고 갤럭시 브랜드를 선택한 사용자들에게 광고에 대한 스트레스를 줄이고 개인정보보호에 대한 고민이 덜어줄 책임까지 없어지는 것은 아니다.

한 스타트업 개발자는 "주변에서 스마트폰 개인정보보호 어떻게 하면 되냐고 물으면 그냥 아이폰을 쓰라고 말한다"며 "유명 정치인과 연예인이 아이폰을 즐겨쓰는 것도 휴대폰에 담긴 개인정보가 새어나갈 위험이 적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이 개발자는 "아이폰이 인앱애드를 띄운다고 생각하면 끔찍하다"며 "아이폰보다 저렴하고 국내 사용 환경에 더 잘 맞고 삼성페이까지 사용할 수 있는 갤럭시 스마트폰으로 넘어가는 것을 주저할 이유가 없을 것"이라고 전했다.

김임수 기자 imsu@techm.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