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택진 엔씨소프트 대표(왼쪽부터)와 김정주 NXC (넥슨 지주사) 대표, 방준혁 넷마블 이사회 의장/ 캐리커쳐 = 디미닛
김택진 엔씨소프트 대표(왼쪽부터)와 김정주 NXC (넥슨 지주사) 대표, 방준혁 넷마블 이사회 의장/ 캐리커쳐 = 디미닛

 

엔씨소프트가 인공지능(AI) 기술을 앞세워 금융업 진출을 본격화한 가운데, 국내 대표 게임 '빅3'가 나란히 금융업을 신시장 개척의 교두보로 삼고 있어 주목된다. 카카오와 토스, NHN, 이스트소프트 등 인터넷 기업의 금융업 진출이 잇따르고 있는 가운데 이젠 게임사까지 MZ 세대를 잡기 위해 금융업을 택한 모습이다.


 AI 투자시장 노리는 택진이형…KB증권과 '맞손'


7일 엔씨소프트는 KB증권-디셈버앤컴퍼니와 함께 합작법인을 출범한다고 밝혔다. 이를 통해 엔씨소프트의 AI 기술, KB증권의 금융투자 노하우, 디셈버앤컴퍼니의 로보어드바이저 기술 융합을 통한 새로운 형태의 디지털 증권서비스 개발에 나선다는 계획이다. 

합작법인은 디셈버앤컴퍼니에 엔씨소프트와 KB증권이 각각 300억원씩 투자하는 방식으로 구성됐다. 엔씨소프트 관계자는 "KB증권의 제안으로 AI 기반의 기술 협력 방안을 상호 검토했고, 금융 AI 기술 확보와 AI 경쟁력 고도화를 목표로 합작법인 참여를 결정했다"고 설명했다. 

합작사가 설립되면 신한금융이 지난해 만든 신한 AI와 비슷한 사업을 벌일 것으로 추정된다. 신한 AI는 지난 1월 말 AI 플랫폼 NEO를 활용한 공모펀드와 일임운용 투자상품을 각각 신한BNP파리바자산운용, 신한금융투자를 통해 내놨다. 쉽게 말해 AI가 투자상품을 선택 또는 분석해 추천해주고 향후 기대수익률까지 알려주는 방식이다. 


"MZ세대 잡아라" 게임 '빅3' 나란히 금융업 진출 


사실 엔씨소프트와 더불어 게임 '빅3'로 불리는 넥슨-넷마블은 일찍부터 직간접적으로 금융업 진출을 타진해왔다. 지난해 가상자산 거래업체 '빗썸' 인수를 추진했던 넷마블은 가상자산 사업 대신, 인터넷전문은행 카카오뱅크 출범 당시 3.9%의 지분을 확보했다. 현재까지 구체적인 협력 모델은 공개되지 않았지만 카카오뱅크가 내년 IPO를 추진 중인 만큼, 추후 넷마블이 영위하는 게임업 외에도 넷마블 관계사인 코웨이-빅히트엔터테인먼트 등을 묶는 사업모델이 등장할 가능성이 높다. 

아울러 넷마블은 카카오의 블록체인 플랫폼 클레이튼의 운영사인 거버넌스 카운슬에 가입하며, 블록체인 기반의 금융생태계 진출을 타진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넥슨 또한 올초 디지털 자산 트레이딩 플랫폼 개발을 위한 자회사를 직접 설립하며 투자서비스 출시에 속도를 내고 있다. 이른바 MZ세대라 불리는 밀레니얼과 Z세대를 겨냥해 신설법인 '아퀴스'를 출범하고 최근 핀테크 서비스 개발에 매진하고 있다. 

아퀴스는 대화형 기반의 도입부와 타이쿤 게임(경영 시뮬레이션 게임)적인 요소를 차용해 투자자들이 자산을 직접 키우고 가꾼다는 느낌과 기존 서비스와 달리 간편함이 강조된 사용자 인터페이스를 지향한다. 자체 트레이딩팀에서 고안해낸 다양한 알고리즘 기반의 투자전략이 거부감 없이 제시되기 때문에 이용자들은 투자 경험이 없더라도 금새 트레이딩 세계에 빠질 수 있게 구성된다.

김성민 대표는 "빅데이터, 머신러닝, 분산 서버 등의 다양한 기술을 바탕으로 금융의 영역에서 새로운 도전을 하고 싶었다"며 "항상 투자 관련 앱을 실행하면 보이는 캔들스틱, 차트 등과 같은 것을 벗어나, 누구나 쉽고 편하게 트레이딩을 할 수 있는 서비스를 구현하고 싶다"고 말했다.

이처럼 게임 빅3가 나란히 신사업으로 금융업을 택한 이유는 IT 서비스에 익숙한 2030세대를 타깃으로 한 금융서비스가 각광을 받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최근 저금리 기조가 이어지고 있고, 금융사들이 인터넷 기업과의 제휴에 목말라 있다는 점도 게임사의 금융업 진출을 용이하게 하는 이유로 작용하고 있다. 

업계 한 관계자는 "MZ세대는 경제적 안정성을 위해 고군분투하는 성향이 있고, 저축 목적이 매우 다양하며, 또한 계획적인 소비보다 즐거움을 위한 소비에 더 관심을 두고 있다는 점이 특징"이라며 "이렇게 자산관리 및 투자의 트렌드가 변함에 따라, 미국 현지에서도 로빈후드, 베터먼트, 웰스프론트 등과 같이 기존의 금융과 투자 애플리케이션의 사용자 경험을 탈피한 서비스가 잇달아 출시되며, 젊은 층의 인기를 모으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수호 기자 lsh5998688@techm.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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