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성숙 네이버 대표 / 캐리커쳐 = 디미닛
한성숙 네이버 대표 / 캐리커쳐 = 디미닛

 

공정거래위원회를 비롯 정치권의 '네이버 옥죄기'가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네이버가 주 고객인 소상공인을 대상으로 한 지원책을 꾸준히 내놓고 있어 주목된다. 이용자 편익 뿐만 아니라 주 파트너인 소상공인을 키워 명분과 실리를 모두 잡겠다는 전략으로 해석된다. 이를 반기는 소상공인들이 꾸준히 네이버쇼핑으로 몰려들고 있어, 네이버의 든든한 우군으로 자리잡은 모습이다. 


"무럭무럭 자라줘" 네이버의 핵심고객은 SME!  


19일 네이버에 따르면 지난 3년간 '성장포인트' 프로그램을 통해 약 8만명의 초기 창업자가 약 200억원 상당의 성장포인트를 지원받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중 핵심 타깃은 SME라 불리는 소상공인이다. 네이버는 스마트스토어를 개설한지 1년 미만인 판매자를 대상으로 성장포인트를 지급, 구매고객에게 적립포인트를 지급하거나 검색광고 집행비용으로 쓸 수 있도록 했다.

쉽게 말해 플랫폼 사용료를 받지 않고, 더나아가 광고까지 무료로 집행할 수 있도록 네이버가 밀어주고 있다는 얘기다. 소상공인의 장터로 불리는 네이버 스마트스토어는  입점 수수료를 받지 않는, 철저한 무료서비스로 출범한 온라인 쇼핑플랫폼이다. 대기업의 상품이 중심이 되는 브랜드스토어와는 차별화된다. 

네이버는 스토어 개설부터 상품 등록, 판매수수료 모두 무료로 제공하는 대신 네이버쇼핑 내 매출연동수수료 2%와 네이버쇼핑 결제수수료만 받고 있다. 신용카드 수수료는 3.74%, 계좌이체의 경우 1.65%에 불과하다. 사실상 매출의 90% 이상을 중소상공인이 가져가는 구조다.

특히 중장년층에게 높은 장벽 중 하나로 꼽히는 카메라 촬영 기술과 온라인 마케팅, 브랜딩 등 다양한 운영 노하우까지 무료로 제공하고 있다. 최근 쇼핑의 대세로 자리잡은 라이브 커머스 툴을 어떻게 활용해야 효과적인지 세세하게 알려주는 것도 특징. 상대적으로 젊은층을 타깃으로 한 마케팅 역량이 부족한 중장년층 입장에선 네이버가 장사수완까지 제공해주는 것이다. 

물론 여기서 네이버가 별도로 운영하는 광고노출 유료상품을 활용하면 지출은 더 늘어나지만 경쟁사와 비교해도 효율면에선 네이버가 경쟁사를 압도한다. 기존 오픈마켓을 통해 판매하는 것보다 많게는 두배 가까이 이윤이 더 남는다는 것이 업계 관계자들의 공통된 설명이다. 특히 첫 장사에 나서는 소상공인의 경우, 성장포인트 외에도 네이버가 최대 1년간 수수료를 대신 내주는 사례도 적지 않다. 

 

사진 = 네이버쇼핑
사진 = 네이버쇼핑

 


이젠 대출까지? 소상공인은 "공정위가 미워요"


네이버가 스마트스토어 육성에 이처럼 공을 들이는 이유는 쇼핑 자체의 수익보다는 쇼핑을 플랫폼 영향력 확대의 도구로 활용하기 위해서다. 과거 검색으로 네이버가 덩치를 불렸다면 이제는 쇼핑을 통해 네이버 전체의 인프라를 키우겠다는 전략이다.  

예컨대 스마트스토어의 가장 큰 장점으로 5000만 네이버 회원의 인프라가 꼽힌다. 전국민이 사용해 상대적으로 광고 효과가 큰 데다 네이버가 장사에 필요한 대부분의 기술을 제공해 손 쉽게 물품을 판매할 수 있다. 이 과정에서 쇼핑과 직접적인 연관이 없는 유료 서비스가 뿌리를 내릴 공산이 크다. 

실제 네이버는 최근 출시된 네이버플러스 멤버십 등 새로운 미끼수단을 지속적으로 꺼내고 있다. 멤버십 회원은 네이버페이와의 연계를 통해 구매가의 약 5~8%의 적립이 이뤄지지만, 스마트스토어 입점사에 한해 이에 대한 부담 모두 네이버가 책임진다. 아울러 네이버는 최근 자사가 투자한 물류스타트업과의 연계를 통해 중소상공인의 배송까지 대행해주는 서비스를 내놨다. CJ대한통운과의 지분 제휴를 통해 배송서비스를 내재화할 공산이 크다. 

또한 최근 네이버는 홈쇼핑과의 경쟁이 가능한 라이브쇼핑 서비스도 속속 내놓고 있다. 별도의 툴 없이도 스마트스토어 운영 계정을 연동, 상품을 등록하면 원하는 시간에 나만의 홈쇼핑을 가능하게 해준다. 이밖에도 상품-판매관리 기능을 통해 상품 등록과 배송정보 관리, 고객관리에 필요한 선물증정, 복잡한 부가세 신고 및 세금계산서 조회까지 원스톱으로 대행해준다. 다양한 B2B 솔루션을 판매할 기회가 열리고 있는 것이다. 

여기에 네이버가 최근 금융자회사 네이버파이낸셜을 통해 스마트스토어 입점사를 대상으로 한 금융상품까지 내놓겠다고 밝힌 만큼, 소상공인과 네이버의 공생 효과는 더욱 가시화될 전망이다. 증권가의 한 관계자는 "금융시장이 경색되고 있는 와중에 네이버파이낸셜을 앞세워 중소상공인 맞춤형 대출 상품이 등장할 경우, 입점사들의 충성도는 더욱 강화될 공산이 크다"면서 "대기업이 아닌 소상공인과의 공생으로 네이버 역시 적잖은 수익을 거둠과 동시에 새로운 비즈니스 기회를 창출해나갈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수호 기자 lsh5998688@techm.kr 

관련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