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폰12' 흥행에 한국 시장 공략 가속화
고압적인 AS 정책과 이통사 '갑질' 논란도

예상대로 '아이폰' 돌풍이 현실이 됐다. 그동안 세계 최대 IT회사인 애플도 한국에선 터줏대감인 '갤럭시'에 밀려 기세를 펴지 못했으나, 올해는 분위기가 사뭇 다르다.

신제품 '아이폰12'를 필두로 한국 시장에서 위상이 올라가면서 애플은 직영점 '애플스토어'를 추가 출점하는 등 영역 확장에 나서고 있다. 하지만 국내 소비자와 이동통신사 등을 향한 '갑질' 논란이 여전해 성장만큼 그림자도 짙어지는 모양새다.


잘 팔린다, 아이폰12


30일 업계에 따르면 애플 아이폰12는 최근까지 한 달간 이동통신 3사를 통해 약 50만대가 판매된 것으로 알려졌다. 여기에 통상 이통 3사 판매량의 15~20%가 풀리는 자급제 물량까지 고려하면 총 60만대 이상이 팔린 것으로 추산된다.

이는 전작 대비 20% 이상 높은 수치일 뿐만 아니라, 삼성전자의 대표 플래그십 스마트폰 '갤럭시 S20'의 초반 판매량에 버금가는 수치인 것으로 업계는 분석했다.

아이폰 12 프로 /사진=애플
아이폰 12 프로 /사진=애플

아이폰12는 사전예약부터 자급제 물량이 불과 몇 분 만에 '순삭'(순식간에 매진됨) 될 정도로 인기를 끌며 흥행을 예고했다. 애플의 첫 5G 스마트폰이란 상징성과 과거 '아이폰 4·5' 시대 향수를 불러일으키는 각진 디자인이 누적된 교체 수요를 자극했다는 게 업계 분석이다.

총 4종류로 출시된 아이폰12는 일반 모델 '아이폰11'의 반응이 좋았던 전작과 달리 상위 모델인 '아이폰12 프로'가 판매량의 절반 수준을 차지하며 가장 잘 팔리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올해 코로나19 여파로 소비자들의 가격 민감도가 어느 때보다 높았던 점을 고려하면, 그동안 억눌렸던 프리미엄 스마트폰 수요를 아이폰12 프로가 상당 부분 흡수한 것으로 풀이된다.

뒤를 이어 '소형 플래그십' 수요를 새로 개척한 '아이폰12 미니'와 카메라 성능을 극대화 한 최상위 모델 '아이폰12 프로 맥스' 순으로 판매된 것으로 알려져 다양한 수요층 공략에 성공한 것으로 보인다.


MZ세대 마음 잡으며 상승곡선


그동안 국내에선 삼성전자 갤럭시 스마트폰이 점유율 60% 이상을 차지하며 독보적인 위치를 차지해왔다. 시장조사업체 스트래티지애널리틱스(SA)에 따르면 코로나19 여파로 아이폰 신제품 출시가 미뤄진 올 3분기의 경우 국내 갤럭시 점유율이 72.3%로 역대 최대치를 기록하기도 했다.

/ 자료 = 카운터포인트리서치
/ 자료 = 카운터포인트리서치

하지만 이미 국내에서 아이폰은 상승세를 타고 있었다. 시장조사업체 카운터포인트리서치에 따르면 올 상반기 국내 스마트폰 판매량 1위 제품은 애플의 '아이폰11'이 차지했다. 중저가폰 '아이폰 SE' 2세대 제품과 '아이폰11 프로' 제품도 각각 6위와 8위에 이름을 올렸다.

아이폰 열풍은 'MZ세대(밀레니얼+Z세대, 1980년대 초반~2000년대 초반 출생자)'가 이끌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올해 한국갤럽 조사에 따르면 아이폰은 만 18~29세 연령층에서 갤럭시와 동등한 수준까지 이용률이 올라갔고, 특히 20대 여성의 경우 이미 갤럭시 이용률을 넘어선 것으로 나타났다.


달라진 한국 시장의 위상


한국 시장에서 입지가 높아지고 있음을 감지한 애플은 본격적인 확장에 나서고 있는 모양새다. 아이폰에 이어 아이패드, 애플워치, 맥 등 여러 신제품들이 코로나19 이후 수요가 늘며 국내 소비자들에게 좋은 반응을 얻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세계 최초 5G 상용화로 빠르게 인프라를 확대 중인 한국 시장을 전 세계 5G 시장 공략의 '테스트베드'로 삼으려는 전략이 엿보인다.

이에 대한 일환으로 이번 아이폰12 시리즈에서 한국은 1.5차 출시국에 포함됐다. 이전까지 한국은 3차 출시국으로 미국, 중국, 일본 등에 비해 한 달 이상 늦게 출시가 됐으나, 아이폰12의 경우 일주일 밖에 차이가 나지 않았다.

애플 여의도 전경 / 사진 = 애플코리아 제공
애플 여의도 전경 / 사진 = 애플코리아 제공

이날 애플은 직영 리테일 매장인 '애플스토어' 2호점 '애플 여의도' 개장 소식도 알렸다. 지난 2018년 1월 서울 강남구 신사동에 문을 연 '애플 가로수길'에 이어 2년 여 만에 생긴 2호점이다. 또 내년에는 명동에 3호점이 문을 열 것으로 예상된다.

애플이 그동안 소중히 챙겨온 일본과 중국에 비해 '찬밥' 취급이었던 한국 시장에도 공을 들이기 시작하면서 소비자들도 그동안 열악했던 고객서비스가 개선되길 기대하고 있다.

아이폰12는 초기 어두운 공간에서 화면이 깜빡거리는 '번개현상'과 붉은빛이 도는 '벚꽃현상', 녹색빛이 도는 '녹조현상' 등 디스플레이 결함이 보고 됐으며, 제품 외관에 흠집이 있거나 단차가 발생한 사례도 다수 발견돼 논란이 됐다. 애플도 이런 문제를 인지하고 있으나 아직까지 공식적으론 '조사중'이란이란 입장만 밝힌 상태다.


여전히 고압적인 자세로 논란도 함께 커져


시장에서 애플의 상승세와 반대로 오히려 등을 돌리고 있는 '애플팬' 들의 마음을 되돌리는 것도 과제다. 최근 논란이 된 '빅서 게이트'가 대표적인 사례다.

빅서 게이트는 한 소비자가 애플의 최신 맥 운영체제(OS) '빅서(Big Sur)' 업데이트 이후 맥북 프로가 먹통이 되는 '벽돌 현상'을 겪은 뒤, 애플스토어에 수리를 요구했다가 '구형 제품을 쓴 소비자 책임'이라는 식의 응대를 받은 사건을 말한다.

/ 사진 =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 캡쳐
/ 사진 =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 캡쳐

이 사건을 겪은 소비자가 올린 청와대 국민청원에 3000명 이상이 동의를 표할 정도로 애플의 사후관리에 대한 소비자들의 불만이 큰 상황이다.

특히 이번 사건을 계기로 제품 결함을 소비자 책임으로 떠넘기거나 고가의 수리비를 청구하는 등 오랜 기간 행해진 애플의 고압적인 AS 정책에 대한 소비자들의 쌓였던 분노가 커뮤니티 등을 통해 터져나오면서 '다시는 애플 제품을 사지 않겠다'는 식의 불매운동에 가까운 반응이 나오고 있다.

애플은 그동안 충성 고객들을 앞세워 이동통신사에 '갑질'을 해왔다는 혐의도 해결해야 한다. 공정거래위원회는 애플이 이통사에 광고비를 전가하고 아이폰 등의 무상 수리비용을 떠넘기는 등 거래상지위남용행위를 했다며 심의를 진행했고, 현재 애플 측의 요청에 따라 동의의결 절차가 진행 중이다.

애플이 내놓은 자진시정안에는 국내 소비자와 중소사업자를 위한 1000억원 규모의 상생지원안과 이통사를 상대로 한 거래질서 개선 시정방안 등이 담겼다. 하지만 정치권에선 '값싼 면죄부'에 불과하다며 더 강도 높은 제재가 필요하다는 입장을 피력하고 있다.

통신업계에선 아이폰12 관련해 광고비 전가나 마케팅 과정의 과도한 간섭 등 애플의 갑질이 여전하다는 지적이다. 아이폰 수리 비용이나 구형 재고를 떠넘기는 행태도 서슴지 않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렇다보니 자진시정안에 대한 애플의 '진심'이 느껴지지 않는다는 반응이 나온다.

남도영 기자 hyun@techm.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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