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스타전에서 모든 선수들이 탐냈던 선수. 스피드전과 아이템전 모두 수준급 실력을 가지고 있어서 모든 팀들이 탐냈던 선수. 하지만 정작 본인은 자기가 얼마나 잘하는지 잘 몰랐던 선수. 이정도로 하는 것을 당연하게 여겼던 선수. 최근 2년 동안 카트라이더 리그에서 우승을 차지한 유일한 두 팀에 모두 속했던 유일한 선수로 기록될 유창현의 이야기 입니다.

유창현은 이번에 샌드박스 게이밍(샌드박스)에서 한화생명e스포츠(한화생명)으로 이적을 발표하며 다시 한번 이슈의 중심에 섰습니다. 

2020 시즌1이 끝난 뒤 유창현은 돌연 휴식을 선언하며 팬들을 깜짝 놀라게 만들었죠. 당시 생애 처음으로 개인전 결승전에 진출하며 준우승을 차지하는 등 물이 오른 실력을 과시했던 유창현의 휴식 선언이 팬들 입장에서는 이해할 수 없는 일이었죠. 

하지만 당시 유창현은 이미 시즌 중반 그만하고 싶다는 의사를 팀에 전달했다고 합니다. 개인전 준우승이 그 의지를 꺾지는 못했죠. 아마도 어렸을 때 데뷔한 유창현이 앞만 보고 달려오면서, 지쳐있었던 것 같습니다.

한 시즌 휴식을 끝낸 뒤 유창현은 이제 한화생명 유니폼을 입게 됐습니다. 사실 조금은 놀라운 이적 소식입니다. 대부분 샌드박스로 복귀하지 않겠냐는 예상이 지배적이었기 때문이었죠. 하지만 유창현은 그렇게 한화생명으로 복귀를 선언했습니다.

"예전부터 함께 해보고 싶었던 선수들이었어요. 우선 저랑 같은 '01라인'인 박도현, 배성빈도 있잖아요. 재미있을 것 같았죠. 새로운 환경에 다시 적응해야 하고 얼마나 적응하냐에 따라 차기 시즌 성적이 결정될 것 같아요."

부담이 없다고 하면 거짓말일 것입니다. 한화생명은 문호준이라는 이름으로 팬들에게 통합니다. 그런 문호준이 은퇴를 선언하고 그 빈자리에 들어가는 것이 유창현입니다. 아무리 별개의 문제라고 해도, 팬들은 그 상황을 별개로 보지 못할 것입니다.

"부담되요. 하지만 위기는 기회라는 말이 있듯 오히려 좋은 기회로 만들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어요. 새로운 도전이기 떄문에 기존 동료들과 어떤 시너지가 날지 기대도 되고요. 재미있을 것 같기도 해요. 그런데 한화생명이 2연속 우승팀이기에 차기 시즌에 임하는 부담감이 클 수밖에 없을 것 같아요. 제가 샌드박스에서 이벤트전과 정규 시즌 등을 연달아 우승한 뒤 다음 시즌을 맞이했을 때 부담감이 얼마나 심했는지 경험했거든요."

어떤 의미에서든 유창현에게는 부담감이라는 세글자가 따라다닐 수밖에 없습니다. 문호준의 빈자리를 메워야 한다는 부담감, 우승팀으로서 자존심을 지켜야 한다는 부담감 그리고 복귀하고 난 뒤 좋은 모습을 보여야 한다는 부담감 등이 산재해 있습니다. 

하지만 표정은 어느 때보다 편안해졌고 혈색도 훨씬 좋아진 느낌입니다. 프로게이머 생활을 하면서도 체력이 약해 유독 애를 먹었던 유창현이기에 쉬는 동안에는 운동도 하는 등 체력 단련에 집중했다고 합니다.

"쉬는 동안에는 카트라이더보다 다른 게임을 더 많이 했던 것 같아요(웃음). 머리를 식히는데 도움이 많이 됐죠. 더불어 건강 관리를 위해 먹는 것도 잘 챙겨 먹고 운동도 열심히 했어요. 예전보다 살이 많이 쪄서 건강해 보인다는 이야기를 들으니 기분이 좋네요.

지금까지는 카트라이더를 어렵다고 느껴본 적이 없는데 휴식 뒤 다시 본격적으로 하려고 하니 어렵더라고요. 이렇게 어려운 게임인지 처음 알았어요(웃음). 모든 것을 연습으로 극복해야죠. 최선을 다하고 있습니다."

처음 휴식이라는 것을 가져본 만큼 자신이 출전하지 않은 리그를 볼 때의 마음은 어땠을지 궁금해 졌습니다. 전시즌 개인전 준우승자가 자신이 없는 곳에서 1위 다툼을 하고 있는 선수들을 볼 때는 어떤 생각일까요?

"잘하는 팀들이 정말 많아졌더라고요. 예전에는 2강 내지는 3강 정도라고 생각했는데 지금은 5강 구도가 형성되면서 상향 평준화가 된 것 같아요. 개인전도 마찬가지고요. 한 시즌 쉬고 온 만큼 꾸준한 연습을 바탕으로 한화생명이 여전히 강하다는 것을 보여줄 수 있도록 노력해야죠."

차기 시즌이 한달도 채 남지 않았습니다. 새로운 동료들과 합을 맞춰볼 수 있는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는 이야기기도 하죠. 유창현은 누구보다 빠르게 동료들과 합을 맞추고 새로운 팀에 적응해야 하는 숙제를 안고 있습니다.

"생각보다 동료들과의 호흡은 나쁘지 않아요. 물론 맞춰본지 얼마 되지 않았지만 워낙 세명의 호흡이 좋다보니 제가 잘 융화되면 오랫동안 함께 한 팀처럼 움직일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샌드박스, 락스, 아프리카, 한화생명은 항상 라이벌 구도를 형성했고 그들의 대결만으로 팬들에게 관심을 모았죠. 다들 실력이 비슷하다고 생각하고 있어요. 동료들과 호흡 잘 맞춰 지금의 구도를 깨지 않게 하겠습니다. 지켜봐 주세요."

유창현은 지금까지 기다려준 팬들에게도 인사를 전했습니다. 귀여운 외모로 꽤 많은 '누나 팬'을 확보했던 유창현은 변함 없이 응원해 준 팬들에게 "고맙다"며 쑥스러운 듯 웃었습니다.

"팬들의 응원히 큰 힘이 될 것 같아요. 앞으로도 계속 많은 응원 부탁 드리고 한화생명 팬들께도 잘 부탁드린다고 말하고 싶습니다. 실망시키지 않도록 좋은 경기력으로 보답하겠습니다. 지켜봐 주세요."

 

이소라 기자 sora@techm.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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