넘쳐나는 유동성으로 비트코인도 다시 '부각'

2020년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과 함께 끝나가고 있다. 연초부터 시작된 바이러스의 확산은 잠시 주춤하는가 싶더니 연말에 다시 대유행 조짐을 보이고 있다. 코로나19로 기존과는 전혀 다른 삶을 살고 있는 요즘이다. 코로나19는 우리를 힘들게 하고 있지만, 아이러니하게도 정보기술(IT)의 중요성을 다시 한번 일깨워주기도 했다. 연말을 맞아 테크M은 다시 중요성이 부각되고 있는 IT를 조망한다. 이미 뉴노멀이 돼버린 IT, 이젠 모든 산업에 IT를 빼놓고 얘기할 수 없다. <편집자 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확산되면서 사회적 거리두기가 강화됐다. 사람들은 식당을 이용할때마다 자신의 이름과 연락처, 주소 등을 남겨야 했다. 개인정보 노출 위험이 어느때보다 높아진 상황에서 많은 사람들에게 잊혀져 가던 블록체인이 개인정보 지킴이로 다시 부각됐다.

국내 대표 블록체인 기업 중 하나로 손꼽히는 아이콘루프는 코로나19 확산 속에서 '비짓미 전자방명록 서비스'를 선보였다. 이는 코로나19 확진자 동선 파악을 위해 수기로 작성했던 방문자 명부를 디지털화한 'QR 전자명부' 서비스다. 업장에 비치한 QR코드를 방문자가 스마트폰으로 스캔하면 바로 방문인증이 가능하다.

블록체인 기술이 활용된 '제주안심코드' 서비스 /사진=아이콘루프 제공
블록체인 기술이 활용된 '제주안심코드' 서비스 /사진=아이콘루프 제공

코로나19로 블록체인 인증에 관심 커졌다


이 서비스 이용자 수는 서비스 개시 3개월만에 10만명을 돌파했다. 폴바셋, 맘스터치 등 요식업 프랜차이즈부터 공유오피스, 대형 호텔 등이 비짓미 전자방명록 서비스를 이용하고 있다. 

이 회사는 최근 제주도의 관광방역에도 참여하고 있다. '제주안심코드' 개발에 참여한 것. 지난 21일부터 본격 가동되기 시작한 '제주안심코드'는 코로나19 확진자 방문 이력과 접촉자를 속하게 파악함으로써 집단 감염에 효과적으로 대응하기 위한 제주형 관광방역 시스템이다.

김종협 아이콘루프 대표는 "블록체인 기술을 적용한 제주안심코드를 통해 제주도민, 관광객 모두 안심할 수 있는 방역 체계가 구축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할 것"이라며 "코로나19로 평범하게 여겼던 일상의 많은 것들이 변하고 있는 지금, 블록체인 기술이 보다 안전하고 신뢰할 수 있는 세상을 만드는 데 일조할 수 있도록 계속해서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 사진=코인플러그
/ 사진=코인플러그

비단 아이콘루프 뿐만이 아니다. 코인플러그와 람다256 등이 블록체인 기반 신원인증 서비스를 앞다퉈 선보이고 있다. SK텔레콤을 주축으로 한 이니셜 연합 역시 블록체인 기반 모바일 운전면허증을 선보이면서 블록체인 기술을 하나씩 실생활과 접목하기 시작했다. 요원할 것만 같던 블록체인 기반 서비스의 대중화가 아이러니하게도 코로나19 확산 덕분에 조금씩 이뤄지고 있는 셈이다.


디지털 자산에 주목한 카카오, 'NFT' 띄운다


대기업들의 행보도 블록체인 기술에 대한 긍정적인 시선을 가지게 하기에 충분했다. 국내 대표 인터넷 기업인 카카오의 블록체인 계열사인 그라운드X는 블록체인 플랫폼 '클레이튼'을 본격 가동하고 모바일 메신저 카카오톡에 가상자산 지갑 '클립'을 선보였다. 아울러 '썸씽' 등 클레이튼 기반 블록체인 앱들이 실제로 서비스되면서 이용자들의 시선도 바뀌기 시작했다.

그라운드X가 내놓은 가상자산 지갑서비스 '클립' / 사진 = 그라운드X
그라운드X가 내놓은 가상자산 지갑서비스 '클립' / 사진 = 그라운드X

온라인 상의 고유한 아이템으로 주목받고 있는 'NFT'도 이용자들에게 다가가기 시작했다. 비상장 주식 소유 증명을 NFT로 해준다거나 미술품의 소유권을 증명하는 등 NFT의 활용도가 높아지고 있다. 랜선 팬미팅 인증 카드 등도 NFT로 지급되기 시작했다. 

한재선 그라운드X 대표는 "블록체인은 디지털 자산화에 최적화 된 플랫폼"이라며 "올해가 디지털 자산 기반의 서비스가 나오기 시작한 원년이라면 내년엔 더 많이 쏟아져 나올 것"이라고 전망했다.


다시 뛰는 비트코인, 역대 최고가 돌파


블록체인 기술이 다시 조명받으면서 아래가 어딘지 예상하기 힘들만큼 곤두박질쳤던 가상자산 가치도 다시 우상향하기 시작했다. 이 역시 코로나19가 영향을 미쳤다. 각 국가들이 코로나19로 인한 경제위기를 돌파하기 위해 양적완화 정책을 폈다. 돈의 가치는 계속 떨어졌다. 그냥 돈을 가지고 있으면 앉아서 손해를 보는 세상이 됐다. 어딘가 투자를 해야만 하는 상황이다.

/사진=픽사베이
/사진=픽사베이

이렇게 시장에 유동성이 넘쳐나기 시작했다. 갈길을 잃은 유동성은 결국 가상자산도 넘보기 시작했다. 27일 0시 가상자산 거래소 업비트 기준으로 비트코인은 개당 2800만원에 거래되고 있다. 역대 최고가다. 올해 초 900만원대로 출발한 것을 감안하면 올해만 3배나 가격이 올랐다. 특히 10월 이후 급등세다.

업계에선 비트코인 급등 배경으로 전세계적인 유동성 급증과 더불어, 페이팔, JP모건 등 전통적 산업의 가상자산 사업 확장에 대한 기대감 등이 반영된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일각에서는 3000만원 돌파도 멀지 않았다는 분석도 나온다. 지난 2017년 급등 후 폭락했던 것과 달리 내년에도 계속 상승할 것이란 전망도 설득력을 얻고 있다.


개정 특금법 내년 3월 시행, 과세안도 확정


가상자산 거래에 관심을 가지는 사람들이 많아지면서 가상자산 투자에 대한 가이드라인을 마련하는 작업도 착착 진행되고 있다. 전세계적인 현상이다. 미국 증권거래위원회는 선물펀드를 승인했고 영국도 크립토 자산 가이드라인을 제시하고 비트코인과 이더리움이 증권이 아니라고 분명히했다.

우리나라에서는 내년 3월부터 특정 금융거래정보의 보고 및 이용 등에 관한 법률(특금법) 개정안이 시행된다. 가상자산 거래소 운영 기준 등이 마련되고, 거래소 신고제 등을 통해 이용자들이 안전하게 가상자산을 거래할 수 있도록 하는 법이다. 이와 함께 가상자산 거래 소득에 대한 과세방안도 확정되면서 투자자들이 투자를 가로막는 장애물은 이제 대부분 사라졌다.

업계 한 관계자는 "올해 초만해도 블록체인과 가상자산 관련 불확실성이 훨씬 컸는데, 연말이 되면서 특금법 시행령도 마련되고 과세 기준도 나오는 등 투자자를 위한 안전장치가 하나씩 마련되고 있다"며 "이미 사업자들이 NFT 등 블록체인을 활용한 서비스들을 선보이고 있는 만큼 내년에는 신원인증과 함께 업계를 대표할만한 킬러 서비스의 탄생을 기대해볼만 하다"고 전했다.

 

허준 기자 joon@techm.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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