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노버 '요가 슬림 7i 카본' 리뷰

레노버 '요가 슬림 7i 카본' 패키지 / 사진 = 남도영 기자

"요가복 샀어?"

택배 상자에서 'YOGA'라고 쓰여진 박스를 꺼내자 아내가 기대하듯 물었다. 이 인간이 맨날 재택한다고 집에서 먹고 자고 살만 찌더니 드디어 정신차리고 '홈트'(홈트레이닝)라도 하는 줄 알았나보다. 허나 그럴리가 있겠는가. 이거 노트북이라고.

레노버의 노트북 신제품 '요가 슬림 7i 카본'(이하 요가 슬림)은 박스부터 요가복으로 착각할만큼 작아 보인다. 제품을 꺼내자 '이거 13인치 맞아?'라는 생각이 절로 든다. 기존에 집에서 쓰던 같은 회사 제품인 'X1 카본'(4세대)과 비교하니 격세지감마저 느껴진다. 샤프하게 깎인 디스플레이 베젤부터 군더더기 없는 하판까지 작지만 알차게 채워 넣었다.

레노버 '요가 슬림 7i 카본' / 사진 = 남도영 기자

가볍기는 더 충격적이다. 기자에게 짊어진 노트북의 무게는 자신의 몸무게나 다름 없다. 늘 다이어트가 필요하다. 1Kg에서 4g을 더 뺀 무게 996g의 요가 슬림은 '확찐자'에게 반드시 필요한 다이어트다. 한 손에 들어도 '가볍다'는 느낌이 바로 온다. 아내가 들어보더니 '얼마냐'고 물어보며 눈독을 들인다.

작고 가벼우니 혹시 튼튼하지 못한 게 아닌가 의심이 들만 하다. 요가 슬림은 탄소섬유(카본 파이버) 소재로 몸을 감싸 무게는 줄이면서 내구성은 높였고, 특히 미국 국방부가 제정한 군사 규격인 '밀스펙' 9개 항목을 통과했다고 한다. '너 나랑 일 좀 하자'고 하고 싶어진다.


태블릿, 너 나와


이제는 일상이 되버린 '집콕 라이프'에서 노트북의 중요성이야 두말하면 잔소리다. 재택근무, 화상회의, 원격수업 등 '언택트'(비대면) 사회생활을 위한 필수품일 뿐만 아니라, 코로나 시대가 허락한 여가생활인 넷플릭스 보고 게임도 해야 한다.

요가 슬림은 이런 집콕 생활을 함께 해나기에 흡족한 제품이다. 크기와 무게를 크게 줄이면서 재택 시장의 라이벌이 된  태블릿과 이동 편의성과 사용성 측면에서 붙어볼 만해졌다.

요가 슬림 7i 카본의 무게는 한 손에 들기에도 충분히 가볍다. / 사진 = 남도영 기자

요가 슬림은 책상에 앉아 일하다 휙 들고 나와 소파에 앉아 동영상을 보는데 어색함이나 불편함이 없다. 무릎에 올려 놓고 쓰면 오히려 태블릿보다 훨씬 더 안정적인 느낌이다. 무게만 봐도 아이패드 프로 12.9인치 모델이 677g, 스마트 키보드 폴리오를 부착하면 1048g으로 요가 슬림이 더 가볍다.

허나 지금까지 태블릿처럼 다용도로 노트북을 쓰기 어려웠던 이유 중 하나는 '반응이 무겁다'는 이유가 컸다. 노트북은 부팅 과정은 둘째치고 절전모드에서도 원하는 작업에 도달하기까지 태블릿만큼 빠릿하게 움직이지 못했다.

애플 '아이패드 프로 12.9 인치'(왼쪽)과 레노버 '요가 슬림 7i 카본' / 사진 = 남도영 기자

하지만 요가 슬림은 안면인식을 활용한 '제로 터치 로그인'과 절전 상태에서 빠르게 부팅이 가능한 '인스턴트 온' 등 다양한 기능을 통해 이런 격차를 크게 줄였다. 한 마디로 '뚜껑을 여는 순간 켜진다'는 감각으로 사용할 수 있다. 이 정도면 굳이 노트북과 태블릿을 따로 쓰지 않아도 직장과 가정 어디서든 만족스럽게 사용할 수 있는 성능이다.


일하다 놀다, 하나면 돼


레노버 '요가 슬림 7i 카본' / 사진 = 남도영 기자

요가 슬림은 인텔의 고성능, 고효율 모바일 PC 인증 제도인 '이보(Evo)' 플랫폼 인증을 받은 제품이다. 이보 인증을 받기 위해선 11세대 인텔 코어 프로세서를 기반으로 절전 모드에서 1초 내에 시스템이 재가동되는 초고속 반응성과 뛰어난 배터리 수명, 고속 충전 등의 요소를 갖춰야만 한다.

요가 슬림의 50WHr의 대용량 배터리는 15시간 비디오 재생 또는 최대 13시간 업무를 지원하는 전력을 공급하며, '래피드 차지 부스트' 기술로 단 15분 충전을 통해 최대 2시간까지 사용할 수 있다. 실제 체험상으로도 하루 이상 충전기 없이도 충분히 옮겨 다니며 사용할 수 있는 수준이었고, 특히 고속 충전 속도가 인상적이었다.

레노버 '요가 슬림 7i 카본'에서 게임 '원신'을 구동한 모습. / 사진 = 남도영 기자

빛 반사를 줄이고 밝기를 300니트(nit)까지 높여 실내외 어디서든 선명한 화면을 제공하는 디스플레이도 요가 슬림의 사용성에 큰 몫을 한다. 형광등이든 자연광이든 구애 받지 않고 문서 작업이나 영상 시청 등이 가능하다. 사용자가 자리를 비우거나 뒤에서 누가 쳐다보면 저절로 화면을 흐리게 만드는 보안 기능은 카페에 앉아 일을 할 수 없는 지금은 쓸 일이 없지만, 실외 사용이 늘어난다면 꼭 써보고 싶은 유용한 기능이다.

요가 슬림은 가볍게 들고 다니며 어디서든 쓰기 좋은 '올라운드 플레이어' 성향의 제품이다. 가지고 놀기도 좋지만, 일도 잘한다. 특히 16대 10 화면비로 세로 비율을 충분히 둬 문서 등을 볼 때 한 줄이라도 더 많은 정보를 담아내는 점이나 씽크패드 특유의 쫀득한 키감을 슬림한 바디에 담아낸 점 등은 비즈니스 노트북의 강자인 레노버의 장점을 잘 살린 요소로 꼽고 싶다.


더 넓어진 노트북의 세계


레노버 '요가 슬림 7i 카본' / 사진 = 남도영 기자
레노버 '요가 슬림 7i 카본' / 사진 = 남도영 기자

요가 슬림은 지겨운 집콕 생활을 버텨내고 다시 집밖에서 일할 때까지 쭉 함께 하고픈 제품이다. 작고 가벼우면서 튼튼하고, 배터리 오래가고, 성능도 빵빵하니 더 이상 바랄게 없다. 다만 한가지 아쉬운 점은 화이트 색상밖에 없다는 점.

레노버는 면밀한 리서치를 통해 요가 슬림을 국내 소비자들이 가장 선호하는 '문 화이트' 컬러로 선보였다고 한다. 하지만 인싸가 아닌 자의 순전히 개인적인 취향에서 보자면 화이트 컬러는 썩 맘에 들진 않는다.

레노버 'X1 카본'(왼쪽)과 '요가 슬림 7i 카본' / 사진 = 남도영 기자

첫 노트북 'X61'부터 지금 쓰는 'X1'까지, 레노버 노트북을 계속 써 온 건 시크한 '올 블랙'인 이유가 절반은 된다. 외관부터 풍겨오는 '오직 비즈니스만을 위한 제품'이라는 뚜렷한 정체성 때문이다. X 시리즈 제품을 구매할 때마다 '일을 위해 최선의 선택을 한다'는 생각이 강했다.

'X'가 수트를 입은 대기업 사원이라면, 'YOGA'는 사이드잡에 능한 디지털 노마드 느낌이다. 이제 더 이상 노트북이 앉아서 문서 작업만 하는 도구가 아니라는 점에서 보다 대중적인 옷을 입은 요가 슬림의 모습을 받아들여야 한다는 생각은 든다. 이젠 '일잘러' 보다 'N잡러'가 선호되는 세상이니까.

그래도 역시 카본은 블랙인데…

레노버 '요가 슬림 7i 카본' / 사진 = 남도영 기자
레노버 '요가 슬림 7i 카본' / 사진 = 남도영 기자

 

[요가 슬림 7i 카본 상세 스펙]

구  분

내   용

프로세서

최대 11세대 인텔 코어 i7-1165G7 프로세서

운영체제

최대 Windows 10 Pro

그래픽

인텔 Iris Xe

디스플레이

13.3인치 QHD (2560x1600), NTSC 72%, 300 니트(nit) 밝기100% 어도비 sRGB, 91% AAR, 돌비 비전 지원

메모리

최대 16GB LPDDR4

저장장치

최대 1TB PCle SSD M.2

배터리

50WHr, 래피드 차지 부스트(Rapid Charge Boost) 탑재

크기/무게

295.88 x 208.85 x 14.25~15.00 mm / 966g

색상

문 화이트(Moon White)

가격

i5: 110만원대 / i7: 140만원대

 

남도영 기자 hyun@techm.kr

관련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