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전자 스마트폰 철수설로 곤욕
야심작 'LG 롤러블' 기대감 있지만...
기울어진 판세 뒤집긴 쉽지 않을 전망

CES 2021 LG전자 프레스 콘퍼런스에 등장한 'LG 롤러블' / 사진 = LG전자 제공
CES 2021 LG전자 프레스 콘퍼런스에 등장한 'LG 롤러블' / 사진 = LG전자 제공

소비자들의 관심이 시들했던 LG폰이 연초부터 화제의 중심에 섰다. 지난 'CES 2021'에 깜짝 등장한 'LG 롤러블' 덕분이다. 10초도 안되는 티징 영상에 국내는 물론 외신까지 열광했고, 일약 침체된 LG폰의 구원투수로 떠올랐다.

기쁨도 잠시, 곧 이어 LG전자의 스마트폰 사업을 담당하는 MC사업본부의 철수설이 흘러나왔다. 회사 측은 '절대 아니다'라는 공식 입장을 밝혔지만, 소문이 쉽게 수그러들지 않는 모양새다. 충분히 그럴만한 '썰'이기 때문이다.

MC사업본부는 지난해 4분기까지 23분기 연속 적자를 이어가고 있다. 이정도면 이미 언제 사업을 접어도 이상할 게 없다. 그동안 스마트폰이 워낙 전자산업에서 중요한 제품이었기 때문에 쉽사리 포기할 수 없었지만, 이제 '바퀴 달린 스마트폰'으로 불리는 전기차라는 대안이 있다.

/사진=LG전자 제공
/사진=LG전자 제공

LG전자는 이미 자동차 전장사업에 단단히 꽂힌 모습이다. 최근 LG전자가 세계 3위 자동차 부품업체인 마그나와 합작법인 'LG 마그나'를 설립한다는 소식에 12년 만에 주가가 상한가를 기록하도 했다. 시장에서도 전장사업을 키우는 게 옳다는 강한 신호를 보낸 셈이다.

일각에선 철수까지 아니더라도 MC사업본부의 축소는 불가피하다는 예측을 내놓고 있다. 전장사업에 집중하기 위해 이미 조직정비에 들어갔다는 설도 제기된다. 블라인드 등 사내 커뮤니티에선 직원들이 동요하는 모습도 비쳐지고 있다.

이런 상황에 MC사업본부에 남은 유일한 희망은 역시 롤러블이다. 과연 롤러블은 철수설을 잠재우고 스마트폰 시장의 판세를 뒤집을 수 있을까.


이형 스마트폰으로 역전 노린다


현재 주류인 바(bar)형 스마트폰은 눈에 띄는 변화가 없는 상황이다. 기껏해야 후면 카메라 모습이 제품마다 다를 뿐이고, 전면에 노치나 카메라 구멍이 사라지는 게 형태상 마지막 변곡점이 될 전망이다.

사실상 혁신이라 할만한 변화가 없어지면서 스마트폰 교체 주기가 점점 길어지고, 비싼 플래그십 보단 가성비가 높은 중저가형 제품이 인기를 끌고 있다. 플래그십 스마트폰을 팔아야 많이 남기는 제조사 입장에선 좋지 않은 흐름이다.

'갤럭시 Z 폴드2'와 '갤럭시 Z 플립 5G' /사진 = 삼성전자 제공
'갤럭시 Z 폴드2'와 '갤럭시 Z 플립 5G' /사진 = 삼성전자 제공

이런 흐름을 바꾸기 위해 제조사들이 공을 들이고 있는게 '이형(異形) 스마트폰'이다. 대표적인 제품이 삼성전자가 주도하는 '폴더블폰'으로, '접으면 폰, 펼치면 태블릿'이란 새로운 카테고리를 만들며 선전하고 있다.

'V'와 'G' 시리즈를 포기하며 사실상 플래그십 스마트폰 시장에서 밀려난 LG전자 역시 이형 스마트폰 시장에 희망을 걸고 있다. 그나마 경쟁력이 남은 중저가폰은 제조업자개발생산(ODM)으로 돌리고, 개발력은 이형 스마트폰에 집중시키는 전략을 펼친다. LG전자는 이를 '익스플로러 프로젝트'라고 부른다.


유일한 희망 LG 롤러블


지난해 LG전자는 익스플로러 프로젝트의 첫 제품 'LG 윙'을 선보였다. 화면을 돌리면 숨은 보조 화면이 등장하는 '스위블폰'으로 이형 스마트폰 시장을 노렸으나, 결과는 신통치 않았다.

LG 윙이 기발하지만 먹기엔 약간 애매한 애피타이저였다면, LG 롤러블은 좀 더 구미가 돌게 만드는 본식이다. 예고된대로 제품이 출시된다면, 현재 나온 이형 스마트폰 중에 가장 앞선 기술력을 과시할 것으로 보인다.

LG 롤러블폰 예상 렌더링 / 사진 = 렛츠고디지털
LG 롤러블폰 예상 렌더링 / 사진 = 렛츠고디지털

폴더블폰에는 약점이 있다. 접으면 2배로 두꺼워진다는 점, 펼쳤을 때 가운데 주름이 생긴다는 점이다. 이런 태생적 단점은 물리적으로 당분간 쉽게 해결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롤러블폰은 디스플레이만 내부에 말아 놓았다가 펼치는 형태이기 때문에 이론상으론 폴더블폰보다 두께를 줄일 수 있고 주름도 생기지 않는다. 그러면서 펼치면 태블릿급 대화면이 된다는 장점은 가져올 수 있다.

혁선성에 있어 LG 롤러블은 가장 주목받을 수밖에 없는 제품이다. 다만, 아무도 가지 않은 길인 만큼 개발 역시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업계에선 이번 CES에서 LG전자가 롤러블의 구체적인 정보를 전혀 공개하지 않은 점을 들어 제품 출시에 상당한 시일이 걸릴 것이란 전망을 내놓고 있다. 예상 출시 시점은 오는 3월에서 6월, 더 늦게는 9월까지 거론되고 있다.


약한 기반이 아쉽다


롤러블은 상용화까지 상당히 많은 난제들을 갖고 있고, 개발 이후에도 팔릴 만한 가격을 책정해야 하는 어려운 숙제를 남겨놨다. 어렵게 출시에 성공한 들, 실질적으로 MC사업본부를 먹여살릴 만한 제품이 될 지도 여전히 미지수다.

아직 제품은 검증되지 않았고, 시장도 충분히 여물지 않았다. 생산량도 수십만대 규모에 불과할 전망이다. 성공해도 롤러블 이외에 뚜렷한 대표제품이 없는 LG전자의 상황은 여전히 애처로울 것으로 보인다. 아무리 뛰어난 구원투수가 나타난들, 애초에 주전투수가 없는 상황에 리그에서 승리하길 기대하긴 어렵다.

스마트폰 시장은 점점 더 '생태계'가 중요해지고 있다. 점점 더 아이폰을 쓰던 사람은 아이폰만, 갤럭시를 쓰던 사람은 계속 갤럭시만 쓰게 된다. 애플과 삼성이 사용자의 데이터를 더 많이 클라우드에 올려놓게 만들고, 무선 이어폰이나 스마트 워치를 만들어 같이 파는 것도 이런 '락인'을 더 공고하게 만들기 위해서다.

삼성전자 모바일 제품군 / 사진 = 삼성전자
삼성전자 모바일 제품군 / 사진 = 삼성전자

삼성전자는 'S'와 '노트'가 있기에 '폴드'를 시장에 성공적으로 투입할 수 있었다. 시간을 두고 서서히 시장을 바꿔나갈 여유가 있다. 삼성전자도 롤러블폰을 개발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지만, 급히 내놓을 이유가 없다. 여전히 돈을 벌어 오는 건 S와 노트다. 이제 막 폴더블폰 테스트를 시작한 애플도 마찬가지다.

LG폰은 이런 주력 제품군과 생태계 기반이 약하다. 소프트웨어 면에서도 구글, 마이크로소프트 등과 강한 동맹 관계를 유지하고 있는 삼성이나, 자체 운영체제(OS)를 보유한 애플과는 상황이 다르다. 폼팩터 혁신에 성공해도 앱 생태계가 함께 따라와 줄지가 가장 큰 변수 중 하나다.

LG폰은 다시 궤도에 오를 때까지 원가절감을 통해 마른 수건을 짜내며, 롤러블이 가까스로 살린 약한 불씨에 기대 추운 계절을 버텨야만 한다. 이미 바퀴 달린 스마트폰에 꼽힌 경영진이 얼마나 기다려줄 지 모르지만, 그리 길진 않을 것으로 보인다. 일단 LG 롤러블까진 나와봐야 알겠지만, 이후에도 철수설, 축소설이 계속 나올 것만 같다.

 

남도영 기자 hyun@techm.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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