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 = 네이버웹툰
사진 = 네이버웹툰

그간 국내 증시를 주도해온 미디어 콘텐츠 중 게임·인터넷 플랫폼과 드라마 제작사에 밀려 상대적으로 소외됐던 웹툰주가 뒤늦게 주목을 받고 있다. 대표주자인 키다리스튜디오는 레진엔터테인먼트와 델리툰 등 자회사 편입 효과에 힘입어 일주일새 주가를 2배 가까이 끌어올리며 52주 신고가를 갱신했다. 

이같은 분위기는 다른 웹툰 관련주로 번지는 양상이다. 무엇보다 웹툰 기반의 오리지널 콘텐츠가 드라마 및 영화로 재탄생, 잇따라 흥행 성과를 내면서 관련 시장 규모는 빠르게 팽창하는 모습이다. 


패션왕·미생부터 스위트홈까지...웹툰 IP 영화·드라마 100편 돌파


10년전인 2012년, 웹툰 작가 기안84의 '패션왕'을 시작으로 지난해 '스위트홈'까지, 웹툰 IP 기반으로 제작된 드라마는 무려 80여편에 달한다. 이중에서 2012년 '패션왕'과 2014년 '미생', 2016년 '치즈인더트랩', 2020년 '이태원 클라쓰', '경이로운 소문', '스위트홈'이 흥행에 성공했다.

웹툰 IP 기반의 흥행 영화도 꾸준히 등장하고 있다. 지난 2010년 윤태호 작가의 영화 '이끼'가 300만 관객을 기록한 이후, 2013년 '은밀하게 위대하게', 2015년 '내부자들'이 각각 696만, 901만명의 관객을 모았다. 2017년과 2018년에는 '신과함께' 시리즈가 연이어 1000만 관객을 돌파하며 웹툰 영화 전성시대를 활짝 열었다. 

K-웹툰의 힘은 좁은 국내시장을 넘어 해외에서도 인정받고 있다. 지난해 방영된 '킹덤2'와 '이태원 클라쓰', '인간수업', '경이로운 소문', '스위트홈' 등이 모두 글로벌 동영상 플랫폼을 통해 웹툰 한류시대를 열었다. 특히 스위트홈은 넷플릭스에 공개된지 4일만에 한국 포함 대만, 싱가포르, 태국, 쿠웨이트 총 11개국에서 1위를 차지했다. 또한 70여개국에서 Top10에 들었고 미국에서는 한국 콘텐츠 최초로 3위까지 랭크되며 미국 드라마 시장을 휩쓸었다. 

카카오페이지 이진수 대표(왼쪽), 메리크리스마스 유정훈 대표 / 사진 = 카카오페이지 제공
카카오페이지 이진수 대표(왼쪽), 메리크리스마스 유정훈 대표 / 사진 = 카카오페이지 제공

증권가에선 K-웹툰의 이같은 흥행 비결로 "참신하고, 탄탄한 스토리"를 꼽는다. 윤창민 신한금융투자 연구원은 "아시아를 넘어 글로벌 시장에서도 성공하는 K-웹툰은 참신하고, 탄탄한 스토리를 기반으로 할리우드를 뛰어넘는 다양한 소재를 다루고 있는 것이 특징"이라며 "로맨스, 조폭, 멜로 등 장르가 한정적이었던 국내 문화 업계에 다양성을 넓히고 있고, 콘텐츠 업계는 K-웹툰을 발판 삼아 전세계에서 성공하는 작품들을 쏟아내고 있다"고 분석했다. 

무엇보다 글로벌 동영상 플랫폼 시장 경쟁이 가속화되며 K-웹툰 기반의 콘텐츠 확보 경쟁에 더욱 불이 붙는 모습이다. 웹툰의 인지도가 높아지면서 원천 IP로써 웹툰의 가치가 점점 높아지고 있는 것. 웹툰 흥행에 힘입어 게임으로 제작되는 사례도 속속 등장하고 있다.

카카오게임즈의 모바일 MMORPG 게임인 '달빛조각사'가 대표적인 사례다. 원작은 2007~2019년에 단행본으로 발행된 동명의 소설로 완결까지 85만부가 판매됐으며, 게임 판타지라는 장르소설임에도 재미있고 편하게 읽힌다는 호평을 받았다. 이후 게임으로 재탄생해 흥행에 성공한 바 있다. 


웹툰 제작사에 자본이 몰린다 


이처럼 웹툰의 가치가 기하급수로 성장하며 제작사를 향한 러브콜이 잇따르고 있다. 최근 네이버웹툰은 북미 법인을 통해 'Vertigo Entertainment', 'Rooster Teeth Studios', 'Bound Entertainment' 등 국내외 3개의 영상 제작 스튜디오들과 파트너십을 맺었다. Vertigo Entertainment는 영화 '링', '인베이젼', '레고무비' 등 인기 할리우드 영화를 제작한 미국의 콘텐츠 제작사다. 대형 할리우드 플레이어들과의 협업도 앞두고 있고, 미국 내 IP 사업을 위한 전용 플랫폼 '웹툰 스튜디오'도 출시했다.

네이버웹툰은 해당 업체들과 함께 국내외 주요 웹툰 IP를 활용한 드라마 및 영화, 애니메이션 제작에 착수한다는 계획이다. 아울러 투자를 집행한 스튜디오호랑, 더그림엔터테인먼트, 플레이리스트 등 10여개의 웹툰 제작사와의 협업 준비도 한창이다. 

카카오페이지 역시 올해부터 향후 3년간 65개의 웹툰 기반 프로젝트를 진행하겠다고 밝힌 상태다. 먼저 SF작품 '승리호'가 영화로 제작돼 넷플릭스에서 방영될 예정이고, 아이돌 이야기를 다룬 '이미테이션'도 상반기 KBS 드라마로 방영을 앞두고 있다. 이 과정에서 웹툰 제작사를 향한 자금 투입 가능성이 높다는 관측이다. 실제 카카오페이지는 디앤씨미디어 이외에도 수많은 CP사들에 지분투자를 진행하는 동시에, 해외 플랫폼 업체를 인수하며 진출국가 확장를 꾀하는 모습이다. 

키다리스튜디오 대표작 / 사진 = 키다리스튜디오
키다리스튜디오 대표작 / 사진 = 키다리스튜디오

 


관련주 살펴보니... '키다리스튜디오-디앤씨미디어-대원미디어'


이처럼 팽창하는 웹툰 시장 속에서 가장 주목을 받고 있는 기업은 최근 레진엔터테인먼트를 인수한 키다리스튜디오다. 실제 신한금융투자 등 증권가 매수추천 리포트가 발간된 지난 19일, 키다리스튜디오는 주당 1만4650원에 거래를 마치며 일주일새 2배 가까이 주가를 끌어올렸다. 

지난해 추정 실적은 매출 470억원, 영업이익 55억원으로 전년동기대비 2배 가량 몸집을 불렸다. 무엇보다 자회사인 프랑스 자체 플랫폼 델리툰이 고성장하고 있다는 점이 관전포인트다. 키다리스튜디오는 유럽 현지에서 로맨스 판타지, 로맨스 장르를 앞세워 유럽 웹툰 시장을 주도하고 있다.

윤창민 신한금융투자 연구원은 키다리스튜디오의 목표가를 1만8000원으로 책정하고 "레진 인수로 국내와 유럽(델리툰)에 국한됐던 진출 국가가 미국, 일본까지 확장됐다"며 "국가별로 제2의 델리툰, 봄툰, 레진 플랫폼을 만들어 세부 타겟 시장 별로 공략을 가속화 할 것으로 보인다"고 평가했다.

디앤씨미디어의 웹툰 나 혼자만 레벨업 / 사진 = 카카오페이지
디앤씨미디어의 웹툰 나 혼자만 레벨업 / 사진 = 카카오페이지

카카오페이지의 관계사로 '나 혼자만 레벨업(Solo Leveling)', '황제의 외동딸 (Daughter of the Emperor)' 등의 대표 콘텐츠를 보유한 디앤씨미디어는 카카오 콘텐츠 사업 확장의 수혜주로 꼽힌다. 카카오페이지 IPO에 대한 기대감과 함께 일본과 미국을 비롯, 동남아와 유럽 진출까지 앞두고 있어 기대감이 상당하다. 

대원미디어 또한 올해 영업이익이 전년대비 25% 가량 순증할 것으로 전망돼 올해 국내 웹툰 기대주로 꼽힌다. 웹소설 론칭 이후 흥행작을 웹툰화하는 OSMU(One Source, MultiUse) 전략을 지향하며 '101번째 여주인공', '흰 사슴 잉그리드' 등 흥행 라인업이 상당하다. 특히 대원미디어는 디앤씨미디어와 마찬가지로 카카오페이지와 지분 관계에 놓여있어 카카오 그룹간의 시너지가 기대된다.

지난해 8월 카카오페이지는 대원미디어의 자회사인 대원씨아이 지분 20%를 인수한 바 있다. 대원씨아이는 출판업을 영위하는 곳으로 국내외 작품을 웹툰화하는데 주력할 전망이다. 
 

 

이수호 기자 lsh5998688@techm.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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