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ES 2021 LG전자 프레스 콘퍼런스에 등장한 'LG 롤러블' / 사진 = LG전자 제공
CES 2021 LG전자 프레스 콘퍼런스에 등장한 'LG 롤러블' / 사진 = LG전자 제공

23분기 연속 적자 늪에 빠진 LG전자 MC사업본부가 결국 '백기'를 들었다. 회사 측은 본부 매각을 비롯해 축소, 합병 등 모든 가능성을 열어 두고 사업 운영 방향을 검토하고 있다고 공식 입장을 밝혔다.

20일 LG전자는 "모바일 사업과 관련해 현재와 미래의 경쟁력을 냉정하게 판단해 최선의 선택을 해야 할 시점에 이르렀다고 보고 있다"며 "사업 운영 방향이 결정되면 구성원에게 투명하고 신속하게 공유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헤어나올 수 없는 적자의 늪


LG전자의 스마트폰 사업을 담당하는 MC사업본부는 2015년 2분기 이래 23분기 연속 영업적자를 이어오고 있으며, 지난해 말까지 누적 영업적자는 5조원 규모에 달하고 있다.

LG전자는 MC사업본부의 사업구조 개선을 위해 지난 2019년 스마트폰 국내 생산을 중단하고 공장을 베트남 등으로 이전했으며, 제조사개발생산(ODM)을 확대하는 등 다양한 시도를 해왔다.

/사진=LG전자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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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지난해 기존 'V''G' 플래그십 라인업을 단종하고 출시한 전략 스마트폰 'LG 벨벳'과 'LG 윙' 등이 시장의 외면을 받으며 턴어라운드에 대한 전망을 어둡게 했다.

올해 출시 예정인 'LG 롤러블' 역시 최근 열린 'CES 2021'에 티징 영상을 공개하며 기대를 모았으나, 아직 시장이 무르익지 않은 200만원 후반대 초고가 이형 스마트폰이라는 점에서 MC사업본부를 다시 일으킬만한 제품은 아닌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여기에 미국 무역 제재로 점유율이 크게 하락한 화웨이의 빈자리를 두고 삼성은 물론 샤오미, 오포, 원플러스 등 중국 제조사들의 공세가 거세 LG전자의 설자리가 점점 더 좁아지고 있는 상황이다. 이들과 경쟁하기 위해선 막대한 마케팅 비용을 감당해야 하지만, 적자 늪에 빠진 MC사업본부 입장에선 여력이 없는 상황이다.


'폰' 보다는 '카'…사업 방향 튼 LG


MC사업본부의 철수 가능성은 최근 LG전자의 사업 포트폴리오 전환과도 연관된 것으로 풀이된다.

그동안 LG전자는 큰 적자를 떠안고도 스마트폰 사업을 버리지 못했다. 스마트폰은 모바일 환경의 핵심으로, '홈 사물인터넷(IoT)'의 허브 역할을 하는 만큼 회사의 주력 사업인 가전과의 연관이 크기 때문이다. 또 LG디스플레이, LG이노텍 등 부품 계열사와의 관계도 작용했다.

특히 모든 전자기기가 모바일 기술을 중심으로 디지털화 되는 가운데, 스마트폰 사업 없이는 관련 인력 수급이 쉽지 않아 LG전자는 그동안 적자에도 불구하고 MC사업본부를 유지해왔다.

사진 = LG전자
사진 = LG전자

하지만 최근 LG전자는 세계 3위 자동차 부품업체인 마그나와 합작법인 'LG 마그나'를 설립하는 등 자동차 전장사업에 보다 집중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IT 산업의 중심 축이 스마트폰에서 '바퀴 달린 스마트폰'으로 불리는 전기차 중심으로 빠르게 전환되고 있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업계에선 LG전자가 MC사업본부를 매각 혹은 축소하고 관련 인력을 전장 사업에 배치해 사업 확장을 가속화 할 것이란 관측이 나오고 있다. 최근 이런 분석이 구체적인 철수설로 만들어져 확산되자, LG전자는 이날 공식 입장을 통해 실제 철수 가능성이 있음을 공식 발표했다.


MC사업본부 '축소' 유력…'매각' 가능성도 열려있어


MC사업본부는 기존 본부 체계를 유지하긴 어려울 것으로 전망된다. 매각 가능성도 열려있지만, 일단 본부를 격하해 HE사업본부 등 다른 사업본부 산하로 이관하는 방안이 가장 현실적인 안으로 꼽힌다.

업계에 따르면 MC사업본부는 롤러블을 제외한 개발 프로젝트를 중단하고, 관련 인력들의 재배치가 이뤄지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향후 자체 개발을 최소화하고, 미국과 신흥국을 중심으로 경쟁력을 갖고 있는 중저가폰을 ODM으로 돌려 사업을 이어나갈 것으로 예상된다.

하지만 일단 회사 측이 모든 가능성이 열려있다고 전한 만큼, 매각에 대한 가능성도 남아있는 상황이다. 글로벌 생산기지를 갖춘 LG전자 스마트폰 사업이 매물로 나올 경우, 관심을 가질 만한 기업들은 충분하다는 게 업계 평가다.

권봉석 LG전자 사장 / 사진 = 마그나
권봉석 LG전자 사장 / 사진 = 마그나

최근 이 같은 철수설이 확산되면서 MC사업본부 임직원들이 동요가 커지자, 이날 권봉석 LG전자 사장이 직접 나서 고용 유지를 약속하며 구성원 달래기에 나서기도 했다.

권 사장은 이날 본부 구성원들에게 이메일을 통해 "MC사업본부의 사업 운영 방향이 어떻게 정해지더라도 원칙적으로 구성원의 고용은 유지되니 불안해 할 필요 없다"고 전했다.

LG전자는 조만간 MC사업본부의 거취를 결정할 것으로 보인다. 최근 철수설에선 오는 26일 중대 발표가 있을 것이란 전망이 나오기도 했다. 회사 측은 "사업 운영 방향이 결정되면 구성원에게 투명하고 신속하게 공유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남도영 기자 hyun@techm.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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