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상륙한 '오큘러스 퀘스트2'
가성비 끝판왕, 41만4000원으로 느끼는 완벽한 몰입감
'낚시-리듬 게임' 고해상도로 즐기는 VR 콘텐츠
빛샘 현상, 배터리 지속 시간은 아쉬워

기자가 '오큘러스 퀘스트2'를 체험하고 있다. /사진=김경영 기자
기자가 '오큘러스 퀘스트2'를 체험하고 있다. /사진=김경영 기자

"크고 무거운 기기, 번거로운 선, 떨어지는 가성비, 부실한 VR 콘텐츠." 

이 모든 고정관념을 깨는 가상현실(VR) 기기가 세상에 나왔다. 503g의 VR 기기를 썼더니 눈 앞에 신세계가 펼쳐진다. 내가 꿈꾸던 모든 공간이 마치 현실처럼 느껴진다. 컨트롤러를 통해 정교한 손동작이 지원되기 때문에 종이비행기를 던지거나, 공을 잡고 탁구채로 날려버리는 등 모든 것들이 가능하다. VR기기 최대 약점으로 거론됐던 '어지럼증'도 별로 느껴지지 않는다.

지난 2일 SK텔레콤은 페이스북의 최신 VR 기기 '오큘러스 퀘스트2' 국내 공식 판매를 시작했다. SK텔레콤 측에 따르면 현재 오큘러스 퀘스트2는 지난해 10월 글로벌 출시 이후 100만대 이상 판매를 기록했다. 국내에서도 공식 판매 이후 11번가 등 각종 온라인몰에서 조기 물량이 동나는 등 흥행가도를 달리고 있다. 이용자들 사이에서 입소문도 나기 시작했다. 정말 살만한 VR기기가 나왔다는 평가가 각종 커뮤니티를 휩쓸었다.

궁금했다. 도대체 어떻길래... 지난 4일 SK텔레콤의 복합문화공간 'T팩토리'를 방문해 '오큘러스 퀘스트2'를 직접 체험해봤다. 


'입체감+공간감=압도적인 몰입감'

오큘러스2는 PC나 스마트폰 없이 사용 가능한 제품이다. VR 헤드셋을 머리에 착용한 뒤 스트랩을 조절하면 게임을 위한 모든 준비가 완료된다. 오큘러스 퀘스트2의 첫 인상은 마치 스키장에서 쓰는 고글 같았다. 직접 써보니 머리가 휘청거릴 정도의 무거운 기존 VR 헤드셋보다 훨씬 가벼웠다. 

오큘러스 퀘스트2를 실행하면 나타나면 초기 화면.  /사진=SK텔레콤 
오큘러스 퀘스트2를 실행하면 나타나면 초기 화면.  /사진=SK텔레콤 

오큘러스 퀘스트2를 처음 실행하면 VR 설정법과 튜토리얼이 진행된다. 로그인을 하니 '퍼스트 스텝스(First steps)'라고 적힌 메시지가 나타났다. 오큘러스 퀘스트2를 쓴 채 가상의 공간에서 고개를 좌우로 돌리자 종이비행기와 블록 몇개, 복싱 기구, 로켓, 총 등 기본적인 그랩 방법을 학습할 수 있는 물체가 놓여있었다.

이날 기자가 체험해본 게임은 총 2가지였다. 그 중 가장 먼저 체험한 VR 콘텐츠는 리듬 게임인 '비트세이버'였다. 원하는 곡을 플레이한 뒤 리듬에 맞춰 두 손으로 타일을 맞추면 된다. 거대한 장애물이 올 때는 역동적으로 몸을 움직여 피해야하기 때문에 '다이어트 게임'이라고 불리는 이유를 알 것 같았다. 

국내 사업자가 개발해 글로벌 인기를 끌고 있다는 낚시 게임 '리얼 VR 피싱'도 해봤다. 크게 움직이지 않고도 360도로 저수지 뷰(?)를 둘러볼 수 있었고, 고기를 낚는 느낌이 손에서 느껴져 실제 낚시를 하는 것처럼 현실과 구분이 어려웠다. 

이밖에도 넷플릭스나 유튜브 콘텐츠도 VR로 시청 가능했다. 눈 앞에 커다란 빔프로젝트를 설치한 것처럼 압도적인 몰입감을 느낄 수 있었다. 미국스타일 통나무 집에서 화로불을 킨 채 '불멍'도 하고, 방탄소년단(BTS) 콘서트도 대형화면으로 편하게 볼 수 있었다. 발열 현상이나, 화면을 오래 시청했을 때 느껴지는 피로감 등은 전혀 없었다. 


성능은 올리고 무게는 내렸다

오큘러스 퀘스트2의 가장 큰 장점은 '가성비'다. 퀘스트2 국내 판매가는 부가세 포함 41만4000원이다. SK텔레콤 고객은 월 3만4500원에 12개월 약정 방식이나, 월 1만7250원에 24개월 약정으로 구매할 수도 있다. 

(위)오큘러스 퀘스트2 헤드셋과 (아래) 오큘러스 퀘스트2  핸드 스트랩 모습. /사진=김경영 기자
(위)오큘러스 퀘스트2 헤드셋과 (아래) 오큘러스 퀘스트2  핸드 스트랩 모습. /사진=김경영 기자

디자인도 더욱 심플하고 깔끔해졌다. 블랙에서 화이트로 색상을 바꿨으며, 전작과 비교해 착용감도 좋아졌다. 커버 부분에 자리잡고 있던 충전단자도 퀘스트2에서는 기기 좌측면에 배치했다. 

휴대성도 좋아졌다. VR은 디스플레이와 CPU, 배터리 등이 헤드셋 안에 모두 들어가기 때문에 일반적인 헤드셋보다 무겁지만, 퀘스트 2의 경우 503g으로 기존보다 10% 정도 가벼워졌다. 

특히 사양과 성능 측면에서도 기존 제품 대비 향상된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해상도가 높지 않으면 화면이 뿌옇게 보이거나, 어지러움을 쉽게 느낄 수 있다. 1440X1600 픽셀인 퀘스트1에 비해 퀘스트2는 1832X1920 픽셀로 해상도가 높아져 VR 게임을 제대로 즐길 수 있게 됐다.


국내 VR기기 대중화 마중물 될까

이처럼 오큘러스 퀘스트2는 그동안 어설펐던 VR 기기들과 비교했을 때 훨씬 발전했다는 점은 분명하다. 기자는 이번 오큘러스 퀘스트2를 체험한 뒤 가상현실에 함께 있는 다른 사람과 악수를 하거나, 서로 아이템을 주고 받을 수 있는 시대가 멀지 않았음을 느꼈다. 일각에서는 오큘러스 퀘스트2가 국내 VR기기 대중화의 마중물이 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그럼에도 몇가지 아쉬운 점들은 있었다. 

대표적으로 기본 배터리 지속 시간이 낮다는 점을 꼽을 수 있다. 배터리 스트랩이나 보조배터리를 이용하면 오랜 시간 게임을 즐길 수 있지만, 배터리를 완충한 뒤 게임을 2시간 가량 하다 보면 배터리가 소진된다. 

빛이 새는 현상도 있었다. 서양인들의 코 높이에 맞게 설정된 탓인지 코 부분이 살짝 들떠 그 사이로 빛이 들어오는 일명 '빛샘 현상'이 나타났다.  하지만 화면에 집중하면 크게 불편함을 느끼진 못하는 정도다.

콜란 수엘 페이스북 글로벌 세일즈 총괄 부사장은 "오큘러스 퀘스트2는 지금까지 출시된 제품 중 가장 빠르게 판매되고 있는 VR헤드셋으로, 많은 사람들이 가상공간에서 함께 즐기고 소통하고 있다"고 전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밖에서 할 수 있는 활동이 제한된 이번 설 연휴에는 가족들과 함께 오큘러스 퀘스트2로 스트레스를 풀어보는 것은 어떨까. 

 

 

김경영 기자 management@techm.kr 이성우 기자 voiceactor@techm.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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