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즈원 팬의 유니버스 체험기
'프라이빗 콜'은 불통, 서버는 먹통
불안정한 서버, 엔씨가 이럴줄은...

K팝 팬덤 플랫폼 '유니버스' 출시 / 사진=엔씨소프트
K팝 팬덤 플랫폼 '유니버스' 출시 / 사진=엔씨소프트

지난달 28일 엔씨소프트가 K팝 팬덤 플랫폼 '유니버스'를 134개국에 동시 출시했다. 게임회사의 K팝 시장 진출과 아이즈원, 강다니엘, (여자)아이들 등 인기 K팝 스타의 플랫폼 합류에 이목이 집중됐다. 팬들 사이에서도 '유니버스'는 그야말로 '핫'했다. 나의 '덕력'을 마음껏 뽐낼 수 있는 플랫폼이 드디어 나올 것만 같았다.

기자 역시 마찬가지다. 기자는 아이즈원 팬이다. 2018년 발매한 앨범 'COLOR*IZ'의 타이틀곡 '라비앙로즈'를 듣고 입덕했다. 최애 멤버는 안유진이다. 유니버스 사전예약까지 참여하며 출시날을 손꼽아 기다렸다. 그리고 드디어 출시, 직접 유니버스를 써봤다.


아티스트와 프라이빗 콜? AI와의 프라이빗 콜!

아이즈원 멤버 안유진과의 '프라이빗 콜' / 사진=이성우 기자
아이즈원 멤버 안유진과의 '프라이빗 콜' / 사진=이성우 기자

유니버스가 처음 공개됐을때, 가장 많은 사람들이 주목한 서비스는 바로 엔씨소프트가 핵심 서비스로 내세운 '프라이빗 콜'이다. 프라이빗 콜은 아티스트와 1:1로 전화통화를 할 수 있는 서비스다. 내 '최애'와 1:1 통화라니... 생각만 해도 좋지 않은가. 하지만 베일을 벗을 '프라이빗 콜'은 실망 그 자체였다. 

엔씨소프트의 인공지능(AI) 음성 합성 기술로 만든 아티스트의 AI 보이스로 프라이빗 콜 서비스를 제공한다. ▲애칭 ▲대화주제  ▲반말과 존댓말 ▲전화 수신 시간 등을 설정할 수 있었다. 이 서비스를 이용하기 위해선 멤버십을 유료결제를 해야 한다. '최애' 안유진과 통화를 하기 위해 7900원짜리 '유니버스 멤버십+프라이빗 1인권'을 구매했다. 설레는 마음으로 유진이에게 오는 전화를 받았다. 

그런데 전화를 받자마자 실망했다. 안유진의 목소리가 흘러나왔지만, 말투가 자동응답기처럼 상당히 어색했기 때문이다. 애칭, 문장과 문장 사이, 긴 문장을 말할 때 특히 부자연스러웠다. 사람하고 이야기를 한다는 생각은 들지 않았다. 

게다가 상호 소통이 아니라 30초 가량 아티스트의 AI 음성이 재생되는 형식이었다. 대화 패턴도 비슷한 경우가 많았고, 갑자기 뜬금없는 소리를 한다고 느껴질 때도 있다.

답이 없는 (여자)아이들 멤버 미연과의 '프라이빗 메시지'' / 사진=이성우 기자
답이 없는 (여자)아이들 멤버 미연과의 '프라이빗 메시지'' / 사진=이성우 기자

아티스트와 문자를 주고 받는 '프라이빗 메시지' 서비스도 있었다. 그런데 아이즈원 아티스트들과의 프라이빗 메시지는 지원하지 않았다. 기자는 아쉬운대로 (여자)아이들의 멤버와의 프라이빗 메시지 서비스를 신청했다. 그런데 며칠이 지나도 답장이 오지 않는 상태다. 이에 대한 어떤 설명도 찾아볼 수 없었다.


아직 캐릭터는 '덕질' 대상이 아닌가봐

아이즈원 캐릭터로 만든 뮤직비디오 / 사진=이성우 기자
아이즈원 캐릭터로 만든 뮤직비디오 / 사진=이성우 기자

아이즈원 실제 멤버들의 모션캡쳐 및 바디스캔을 통해 만들어진 캐릭터들도 있었다. 팬들은 '스튜디오' 항목에서 이 캐릭터들을 스타일링 할 수 있다. 이에 더해 스타일링한 캐릭터들로 조명과 배경, 카메라 앵글까지 조정해 뮤직비디오 제작도 가능했다.

전에 보지 못한 서비스라 새롭긴 했다. 스타일링 하는 재미도 있고 내가 만드는 뮤직비디오 제작도 신선했다. 그런데 문득 '누가 캐릭터를 보려고 유니버스를 쓰나'라는 생각이 스쳤다. 팬들은 K팝 그룹 멤버들의 가상 캐릭터를 보려고 덕질하는 게 아니라 실제 멤버들을 보기 위해 덕질을 한다. 

게다가 캐릭터들이 실제 아이즈원 멤버들과도 닮지 않았다. 어떤 캐릭터가 누구를 본뜬 것인지 모를 지경이라면 큰 문제이지 않을까?  


엔씨에 '서버 문제'라니...

사진 = 이성우 기자
사진 = 이성우 기자

서버관리도 실망스러웠다. 기자는 출시하면 바로 사용해 보기 위해 사전 예약을 마치고 애플리케이션(앱)까지 미리 깔아뒀다. 출시 당일, 설레는 마음으로 접속을 시도했지만 유니버스에 들어갈 수 없었다. 전세계에서 접속자가 몰리면서 서버가 견디질 못한 것이다.

그렇게 유니버스는 정식오픈 2시간만에 긴급점검을 시작했다. 이후에도 서버는 안정을 찾지 못했다. 결국 출시 첫날에는 유니버스 사용을 포기할 수밖에 없었다.  지난달 30일과 31일에도 연달아 임시점검을 실시했지만 문제는 해결되지 않았다. 뮤직비디오가 끊기거나 대기화면이 계속 이어지는 등의 현상이 일어났다.

이런 지연현상은 유니버스앱을 사용하는 내내 불편함을 줬다. 앱이 멈추면, 앱을 껐다가 다시 실행시키는 경우가 허다했다. .

오리지널 콘텐츠가 부족하고 소통체계가 제대로 구축되지 않은 점도 아쉬웠지만, 이 문제는 출시된지 일주일 밖에 안됐으니 이해하고 넘어갈 수 있다. 하지만 기본이 되는 서버 관리에서 문제가 지속되는 점은 상당히 실망스러웠다. 이미 여러 대작 게임을 제작하고 운영해온 엔씨소프트여서 더 그랬다.


이제 달라진 '유니버스'가 필요해

오는 14일 유니버스의 합동 콘서트 '유니-콘(UNI-KON)'이 예정돼 있다. 팬들은 서버가 또 터질까 걱정이다. 

오는 14일 개최될 콘서트 포스터 /사진=엔씨소프트 제공
오는 14일 개최될 콘서트 포스터 /사진=엔씨소프트 제공

이제는 달라진 모습을 보여줘야 한다. 성공적인 '유니-콘' 콘서트를 통해 팬들의 걱정을 덜어주고, 1:1 프라이빗콜 기능을 보다 자연스럽게 업그레이드해야 한다. 그리고 팬들의 마음 속으로 더 깊게 들어가야 한다. 온라인도 좋지만 오프라인에서 아티스트를 만날 수 있는 온라인과 오프라인을 연결하는 다양한 시도가 필요해 보인다. 

첫술에 배부를 수는 없다. 하지만 그 시간이 너무 길어지면 떠나는 팬들이 다시 돌아오기 힘들 수 있다. '위버스' 같은 경쟁 플랫폼들도 이미 곳곳에 많다는 점을 잊지 말아야 한다.

 

이성우 기자 voiceactor@techm.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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