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픽 = 디미닛
그래픽 = 디미닛

'야동이나 보겠지...선도 길고, 비싸고...백화점 쇼핑몰에 있는 어트렉션 정도?'

주가부양용으로만 활용되며 수년째 군불만 지피던 가상·증강현실(VR·AR) 시장이 올 들어 본격적으로 무르익는 모습이다. 기술이 진화하며 뭇매를 맞던 긴 선이 무선으로 바뀌고, 5세대 이동통신의 대중화로 최대 약점으로 지적됐던 어지럼증 문제도 해소되고 있다. 관련 콘텐츠도 빠르게 보급되고 있다. 

삼성전자와 애플 등 빅플레이어 뿐만 아니라 테슬라를 발굴한 투자사 아크(ARK)까지 VR·AR 시장을 탐내고 있다. 지난 2014년 페이스북의 오큘러스 인수 이후, 큰 힘을 쓰지 못했던 VR·AR 시장이 콘텐츠 산업의 새로운 촉매제가 될 지 여부에 이목이 쏠린다.


애플-삼성 도전장? 오큘러스2 괜찮네!

23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최근 애플과 페이스북, 삼성전자 등 글로벌 IT 기업들이 잇따라 VR·AR 신제품 출시 가능성을 높이고 있다. 

그간 VR·AR 시장을 외면해온 삼성전자가 지난 2018년 내놓은 VR 헤드셋 '오디세이 플러스' 이후 3년만에 새로운 VR 헤드셋(가칭 갤럭시 VR)을 출시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고 있는 것. 실제 유출 전문 인플루언서 워킹캣은 최근 '삼성 글라스 라이트(가칭)'라는 이름의 삼성전자 AR 글라스 콘셉트 영상을 트위터에 공개했다. 전세계 1위 스마트폰 제조사인 삼성전자가 AR 글라스를 내놓을 경우, 시장 팽창은 불보듯 뻔하다. 

삼성이 하면 애플도 움직일 수 밖에 없다. 최근 한 외신은 "애플이 AR 관련 제품을 올해 내놓을 것"이라며 "새 프로젝트는 사실 애플카가 아닌 AR/VR 헤드셋"이라고 보도했다. 실제 애플은 최근 신제품 단말에 AR 기능을 대거 추가하며 시장 확산 가능성을 꾸준히 타진 중이다. 이를 위해 아이패드에는 AR용 카메라도 대거 장착했다. 

사실 VR·AR 하드웨어의 선도 기업은 단연코 페이스북이다. 페이스북은 8년전 인수한 오큘러스를 활용, 새 VR 모델인 퀘스트2를 앞세워 글로벌 VR·AR 시장을 빠르게 잠식하고 있다. 지난해 10월 출시 이후, 어느덧 100만대 이상의 판매고를 기록 중이며 국내서도 3일만에 1만대 가량을 판매하며 VR·AR 대중화에 속도를 내고 있다. 5G 콘텐츠 발굴에 목마른 SK텔레콤이 직접 국내유통사를 맡고 있다.

무엇보다 퀘스트2는 기존 소니 플레이스테이션 VR과 달리 가벼운 무게와 무선 기능, 대당 40만원대의 저렴한 가격을 앞세우고 있다. 100만대라는 글로벌 판매량은 지난 2007년 아이폰 초기 모델 판매량과 흡사한 수준이다. 

사진 = SK텔레콤
사진 = SK텔레콤

 


대세는 메타버스...현실화된 '레디플레이어원'

관련업계에선 이른바 '메타버스'로 불리는 가상현실 콘텐츠가 VR·AR 시대를 앞당기고 있다고 입을 모은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을 계기로 비대면 산업이 팽창하면서 게임와 영상 등 엔터테인먼트 분야에서 메타버스가 각광을 받고 있는 것. 

실제 성인물과 '포켓몬고'로 대표되는 게임 외에도 최근에는 소셜네트워크와의 연계를 통해 실생활과 메타버스를 연결하는 시도가 꾸준히 이뤄지고 있다. 북미 게임사 로블록스는 가상화폐를 통해 가상세계 구축을 추진하고 있고, 페이스북은 '호라이즌'을 통해 가상 커뮤니티 구축에 속도를 내고 있다.

네이버 또한 '제페토'를 통해 MZ용 가상세계를 만들고, 한류 스타의 공연 외 커머스까지 접목시키며 메타버스의 외연을 넓히고 있다. 1020세대가 가상세계에서 소통하며 친구를 사귀고 직접 쇼핑하고 한다. 인스타그램에 밀려 사장 위기에 놓인 싸이월드 또한 최근 AR 콘텐츠를 앞세운 메타버스를 구축, 기존 SNS와 차별화를 띄우겠다고 선언했다.   

 

네이버의 글로벌 증강현실(AR) 아바타 플랫폼 '제페토' / 사진 = 네이버
네이버의 글로벌 증강현실(AR) 아바타 플랫폼 '제페토' / 사진 = 네이버

이처럼 VR·AR 시장이 커지면서 돈냄새를 맡은 굴지의 투자사들도 잇따라 지갑을 열고 있다. 실제 테슬라 초기투자사로 알려진 아크(ARK)는 최근 스마트글라스 기업 Vuzix를 ARKQ ETF에 편입했다. ARK 못지 않은 수익을 내고 있는 LOUP ETF 또한 VR·AR 스타트업에 연일 투자를 이어가는 모습이다. 

정용제 미래에셋대우 연구원은 "페이스북의 퀘스트2 판매 호조 이후 스마트폰을 잇는 신규 하드웨어로서 AR/VR이 더욱 각광받고 있다"며 "애플의 2022년 VR 헤드셋 출시와 2023년 AR 글래스 루머가 나오는 동시에 삼성전자도 AR 글래스 루머가 나오고 있다는 점은 향후 기대감으로 이어질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어 그는 "이처럼 하드웨어 보급이 증가하면 순차적으로 소프트웨어 및 콘텐츠 시장이 열릴 수 있으며 과거 2015-2016년 당시 AR/VR 열풍과 이번은 조금 다르게 흘러갈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수호 기자 lsh5998688@techm.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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