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혁 님 /캐리커쳐=디미닛
김정혁 님 /캐리커쳐=디미닛

"사람들은 떠나고 싶어 하죠
사는데서 벗어나 휴가를 즐기러
훌쩍 비행기를 타고 마이애미 해변과 헐리우드로~"

1976년 빌리 조엘이 발표한 'New York State of Mind'는 당시 인기를 얻지는 못했지만 언제 들어도 좋은 뉴욕 맨해튼을 대표하는 멜로디이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사라지면 가장 하고 싶은 일 중 하나는 훌쩍 떠나는 여행일 것이다. 휴가는 물론 야외활동까지 어려워진 일상에 대한 애절함을 한 뉴요커의 노래에서 간절한 희망을 엿볼 수 있다.

거리두기가 멈추지 않는 비대면 사회는 경제적 어려움에다 심리적 불안도 늘어만 가고 있다. 백신 접종으로 바이러스가 종식된다면 가장 먼저 기차와 비행기를 타고 떠나는 여행은 우리의 일상을 회복시켜주기에 충분하다.

뉴욕 땅을 밟고 처음 간 곳은 세계 자본주의 시장을 대표하는 뉴욕증권거래소(NYSE)이다. 90년대 중반 한국 증권시장은 몇 가지 중요한 프로젝트로 한밤중에도 불을 켜고 있었다. 주식 매매체결 완전 전산화, 외국인 주식시장 개방, 불공정거래에 대한 시장감시 강화 등이 주요 현안이었다. 전 종목 증권거래 전산화에 대비한 주가감시 시스템 개발을 위해 세계 최대 규모의 증권거래소 염탐은 불가피했다.

당시 한국과학기술연구원, 한국증권거래소, 한국증권전산으로 구성된 TF팀은 월스트리트의 상징인 뉴욕증권거래소의 고함 섞인 주식거래와 방대한 거래 데이터를 활용한 통계분석 프로그램 화면들을 카메라에 열심히 담아냈다.

세계 금융 심장부 현장의 브로커, 트레이더, 스페셜리스트들과 거대한 트레이딩 컴퓨터가 만들어내는 매매체결 시장의 현란함에 놀라고 실시간으로 이상매매를 추적하는 감시망에 부러움을 감추지 못했다. 

견학을 마치고 맨해튼 고층 빌딩 숲속을 지나 찾아간 코리아타운 한국 음식 리스트는 지친 심신을 달래줬다. 가장 먼저 현대화된 도시이자 첨단을 질주하는 타임스퀘어 밤거리는 휘황찬란한 뮤지컬 무대 위를 거니는 느낌이었다.


뉴욕엔 '실리콘앨리'... 금융맨들의 창업 성지

뉴욕 최고의 전망을 선사하는 엠파이어스테이트 빌딩 아래 햇볕이 들지 않는 맨해튼 다운타운과 월스트리트 골목상권에 첨단기술 스타트업들이 모여들기 시작한 시점도 이때다. 뉴욕에는 샌프란시스코의 '실리콘밸리'처럼 '실리콘앨리'가 있다. 우뚝 솟은 건물 사이 골목길에 비어있는 사무실에 벤처기업들이 늘어가고 있었다.

실리콘앨리는 풍부한 투자자본과 인적 자원이 몰려들면서 '닷컴 붐' 시작과 '닷컴 버블' 붕괴 역사를 실리콘밸리와 함께 나눴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직후 뉴욕은 혁신적인 핀테크 스타트업 생태계로 또 다른 디지털혁신의 미래를 주도하고 있다. 

당시 기술금융 르네상스를 일으킨 뉴욕은 실리콘밸리에 버금가는 벤처 캐피털의 투자금액이 모이고 성장률도 최고치를 기록했다. 최근 뉴욕 스타트업 투자 비중은 모바일 기반 비즈니스와 핀테크 외에도 인공지능, 헬스케어, 로보틱스 등이 주류를 이루고 있다.

세계 금융과 여행의 도시 뉴욕은 이제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의 각축장으로 진화하고 있다. 신기술 창업자와 개발자들이 보여준 미래가치에 글로벌 벤처 자본과 뉴욕시의 지원 정책이 뒤따르면서 세계 테크놀로지의 본거지로 부흥하고 있다. 

실리콘밸리의 하이테크 기반과 달리 뉴욕 실리콘 앨리에서는 금융회사 출신들이 스타트업을 창업하고 있다. 기존의 재미없고 변화 없는 금융프로세스를 흥미롭고 간편한 디지털뱅킹으로 바꾸며 치고 나가고 있다. VIP가 아니더라도 이용이 가능한 자산관리 알고리듬 로보어드바이저, 밀레니얼 맞춤형 소액금융, 소비자 친화적 모바일금융, 온라인 건강보험 등이 금융방정식을 허물고 있다.

아마존, 우버, 구글이 뉴욕으로 사옥을 이전하는 배경은 고물가에 신음하는 '탈 실리콘밸리' 영향만은 아니다. 뉴욕이 짧은 스타트업 역사에도 강력한 금융IT 기반 빅테크 창업허브를 구축하고 예술과 패션, 무역 중심지다운 역동적이고 활발한 미래성장 생태계의 매력을 발산하고 있기 때문이다. 


빌리조엘의 실패와 도전의 노래... 뉴욕 스타트업에겐 '희망 찬가'

혁신적이고 새로운 금융기술로 창업에 나서는 월가의 금융맨들의 각오는 서로 다르지 않다. '끊임없이 스스로를 재창조하고 유연한 사고방식으로 불확실성을 받아들이고 문제 해결 능력을 갖추는 것'을 강조한다. 고난과 역경을 딛고 일어선 핀테크 산업이 빠르게 성장하듯, 세상의 금융시장 변화 속도 또한 가파르다.

뉴욕 브롱크스에서 태어난 빌리조엘은 친구들과 결성한 밴드의 민망한 실적과 저조한 인기 그리고 멤버들과의 불화로 성공과는 거리가 먼 상업적 실패를 거듭했다. 흥행 부진으로 골목길 펍에서 피아노 연주자로 전락한 빌리조엘은 좌절하지 않고 뉴웨이브와 펑크에 로큰롤까지 다양한 변화를 시도한다. 

그의 슬프고 암울한 시절, 웃음기 사라진 추억을 작사 작곡한 'Piano Man'은 단번에 그를 스타덤에 올려놓은 기념비적인 노래다. 뉴욕 어두운 골목상권 공실에서 고진감래한 스타트업들은 어쩌면 빌리조엘의 실패와 도전의 노래를  들으면서 성장했을지도 모른다.

삶의 해답을 얻는 길은 어렵지 않다. 끊임없이 공부하고 도전하고 일어서는 것이다. 참고 견디며 살아온 혁신적인 싱어송라이터 피아노맨의 뉴욕을 향한 사랑은 지금도 맨해튼의 중심부 매디슨 스퀘어가든 무대에서 빛나고 있다. 
 

글=김정혁
정리=김현기 기자 khk@techm.kr


<Who is> 김정혁 님은?
글로벌 디지털금융 스타트업 한패스에서 디지털혁신실장을 맡고 있다. 서울사이버대학교 빅데이터정보보호학과 겸임교수로 핀테크보안, 블록체인과 암호화폐 강의를 진행 중이며 한국금융ICT융합학회, 한국디지털혁신얼라이언스, 한국블록체인협회, 부산블록체인규제자유특구사업분과 등에서 활동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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