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통3사, '양자암호통신' 기술 개발 경쟁 치열
다양한 산업군과 융합 시 시너지 효과
산업 고도화될수록 중요한 '보안'… 양자암호 특성상 해킹 불가능

SK텔레콤과 KT, LG유플러스 이동통신 3사가 최근 양자암호통신을 활용한 애플리케이션(앱)이나 보안토큰을 개발하는 등 관련 사업 분야를 선점하기 위해 공을 들이고 있다.

양자정보통신은 빛 알갱이(양자)인 광자나 전자, 원자 등을 정보통신 분야에 적용하는 차세대 정보통신 기술이다. 여기서 양자암호통신기술은 원거리 통신에서 비밀키를 안전하게 전송할 수 있는 암호통신 기술을 뜻한다. 양자암호통신은 물리학적 특성상 복제가 불가능하고, 어떤 입자의 운동량과 위치를 동시에 파악할 수 없다. 때문에 해킹이 불가능하고, 보안성이 뛰어나다는 장점이 있다. 


이통사가 '양자정보통신'에 주목하는 이유

국내와 글로벌 양자정보통신 시장 전망. /자료=삼정KPMG
국내와 글로벌 양자정보통신 시장 전망. /자료=삼정KPMG

양자정보통신은 '차세대 방패' 등으로 불리며 전세계에서 최근 큰 관심을 받고 있는 연구 분야다. 구글과 IBM 등 글로벌 IT 기업 뿐만 아니라 AT&T, NTT 등 글로벌 통신기업도 양자정보통신 기업에 주목하고 있다.

이처럼 대규모 투자가 이루어지면서 기술 개발이 이루어지는 글로벌 시장과 달리, 국내 양자정보통신 시장은 아직 도입 단계에 머물러 있다. 삼정 KPMG 보고서에 따르면 국내 양자정보통신 시장 규모는 지난해 707억원, 오는 2025년 1조4000억원으로 성장할 것으로 기대된다. 

국내 이통사들이 양자암호통신 개발에 앞장서는 이유는 사물인터넷(IoT)나 자율주행 기술, 클라우드 기반 로봇, 의료, 인공지능, 빅데이터 등 다양한 산업 분야와 융합됐을 때 큰 시너지를 낼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자율주행차에 양자정보통신기술을 적용하면 사람이 타지 않고도 움직이는 무인주행 수준인 완전자율주행 (레벨5) 단계에도 도달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최근 '탈통신'을 선언하며 모빌리티, B2B 등 신성장 사업을 찾고 있는 이통사 입장에서는 양자암호통신 시장 선점이 필수적이다. 5G 통신망을 이용한 신사업 분야에 양자암호통신기술을 적용하면, 다양한 산업의 경쟁력을 키울 수 있는 기회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뿐만 아니라 기술의 발전으로 보안의 중요성이 나날이 커지고 있는 상황에서, 기존의 암호체계만으로는 개인정보 등을 지키는데 한계가 있다. 양자암호통신을 이용하면 강력한 보안이 필수적인 금융이나 의료, 통신망 등에서 '철통 보안'을 지킬 수 있다.


국내는 아직 도입 초기 단계...이통사 선점 경쟁 '치열'

/사진=SK텔레콤 제공
SK텔레콤 자회사 IDQ(ID Quantique) 연구진들이 SK텔레콤 분당사옥에서 '갤럭시 A 퀀텀' 스마트폰과 양자난수생성(QRNG) 칩셋을 테스트하고 있다. /사진=SK텔레콤 제공

국내에서는 이통 3사 중심으로 기술 개발에 속도가 붙기 시작했다. 그중에서도 양자정보통신 개발에 가장 적극적인 행보를 보이고 있는 곳은 SK텔레콤이다. 지난 2011년 SK텔레콤은 양자기술연구소 '퀀텀테크랩'을 만들고, 지난 2013년에는 '퀀텀정보통신연구조합' 설립을 주도하는 등 국내 양자정보통신 기술 개발을 위해 양자암호통신 시장을 가장 먼저 개척한 바 있다. 

앞서 지난해에는 양자난수생성기 칩셋이 포함된 스마트폰 '갤럭시 A 퀀텀'을 출시한 바 있다. 갤럭시 A 퀀텀 이용 고객이 'T아이디'로 로그인을 하면 기존 아이디 로그인에 양자보안 기반의 일회용 비밀번호(OTP) 인증이 추가돼 이용자의 계정을 더 안전하게 보호해 준다. T아이디는 현재 11번가와 T맵, 웨이브 등 SK텔레콤의 주요 28개 서비스에 적용됐다. 

특히 지난해 11월에는 SC제일은행과 손잡고 시중은행 모바일 OTP 서비스에 양자보안을 적용한 서비스를 선보였다. 갤럭시 A 퀀텀 이용자는 양자보안 기반의 모바일 OTP로 비대면 가입, 계좌 개설, 송금 등 안전한 금융 거래를 할 수 있다.

서울 서초구 KT연구개발센터에서 연구원들이 양자암호 비화통신 기술을 시연하는 모습. /사진=KT 제공
서울 서초구 KT연구개발센터에서 연구원들이 양자암호 비화통신 기술을 시연하는 모습. /사진=KT 제공

KT는 10일 양자암호기술로 별도의 전용 단말 필요 없이 일반 스마트폰 단말기에서 도청을 방지할 수 있는 비화 통신 기술을 개발했다. 이 기술을 적용하면 민간 기업들의 기밀 유출 방지 용도나, 법률 소송 진행 중인 변호사와 고객이 통화 내용의 기밀을 유지할 때 활용될 수 있다. 

이종식 KT 인프라연구소장(상무)은 "KT는 국내 양자암호통신 산업 생태계 확립에 기여하고 '디지털 플랫폼 기업(디지코)'으로 혁신을 주도하기 위한 연구개발을 지속하겠다"고 말했다.

앞서 지난 9일 KT는 강원도청과 함께 양자정보통신 공모사업 및 기술개발·전문인력 양성 공동 추진하는 협약을 체결, 국내에서 개발한 양자정보통신 기술의 국제 표준화를 선도하고 중소기업 기술지원과 연구개발(R&D) 사업 협력을 강화하는데 핵심 역할을 하기로 했다. 

LG유플러스 직원들이 양자내성암호 기술을 검증하고 있는 모습. /사진=LG유플러스 제공
LG유플러스 직원들이 양자내성암호 기술을 검증하고 있는 모습. /사진=LG유플러스 제공

LG유플러스는 양자내성암호를 광통신장비(ROADM), USB형 보안토큰(Q-PUF USB), 그리고 앱까지 활용 범위를 넓히며 양자컴퓨팅시대에도 유효한 보안체계를 만들어가고 있다.

특히 지난 2월 LG유플러스는 을지대학교병원의 의료정보시스템에 양자내성암호(PQC) 기술을 적용한 바 있다. 양자내성암호를 활용하는 앱을 개발해, 환자의 민감한 의료정보 데이터 열람 시 보안을 강화했다. 앞서 지난해 12월에는 IoT 단말용 '양자보안칩'을 개발했다. 이르면 올해 상반기 중 자율주행차, 드론, 기업·홈CCTV 등 다양한 IoT 기기의 보안에 적용할 방침이다.

구성철 LG유플러스 유선사업담당은 "통신망은 물론 데이터가 고객에게 전달되는 모든 구간에서 양자컴퓨팅시대에도 유효한 강력한 보안을 구축하겠다"고 말했다.


김경영 기자 management@techm.kr

관련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