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우성 이스트소프트 딥아이 이사 / 사진 = 이스트소프트
전우성 이스트소프트 딥아이 이사 / 사진 = 이스트소프트

 

네이버 책임마케터, 토스 브랜딩 리더, 스타일쉐어&29CM 브랜딩 디렉터, 미국 I.D.E.A 디자인 어워드 브랜딩부문 금상, 독일 IF 디자인 어워드 및 레드닷 디자인 어워드 브랜딩부분 위너, SK그룹-네이버 사내 브랜딩 전략 강연 등...

삼성전자와 네이버, 토스 등 굴지의 기업을 거치며 국내 대표 제품 브랜딩 전문가로 불리는 전우성 씨. 그가 잘 나가는 토스를 떠나 차기 행선지로 이스트소프트를 택하자, 관련업계에서도 "도대체 왜?"라는 반응이 나왔다. 이스트소프트가 '알약'과 '알집', '줌닷컴' 등으로 개발자 시장에선 인지도가 높지만, 사실 보안회사라는 선입견이 강하기 때문. 공공사업 등으로 안정적인 매출이 장점으로 꼽히지만, 도전적인 그의 성향을 생각해보면 업계에서도 쉽게 납득을 하지 못했다. 

이에 대해 그가 내놓은 답변은 "섹시한 서비스를 만들 수 있는 기회가 보였다"는 것이다. 


"안경점 사장님 눈치보지마!" 아이웨어 즐겁고, 쉽게 사자

지난 12일 서울 서초구에 위치한 이스트소프트 본사에서 만난 전우성 이스트소프트 딥아이 BX실 이사는 최근 팀을 만든 탓에 한창 바쁜 모습이었다. 전 이사는 <테크M>과 만나 "안경점 사장님 눈치보지 말고, 즐겁고 재미있게 아이웨어를 살 수 있도록 만들고 싶었다"고 이직의 배경을 설명했다. 

전 이사는 영국 웨스트민스터 대학에서 마케팅 커뮤니케이션을 전공, 이후 삼성전자와 네이버를 거치며 국내 대표 브랜드 마케터로 자리잡았다. 특히 29CM에서 브랜딩 리더를 맡으며 서비스 대중화의 '1등 공신'으로 꼽힌다. 해외에서 제품 브랜딩으로 수차례 상을 거머쥐며 업계를 대표하는 '핫피플'로 불린다.  

그런 그가 이스트소프트로 자리를 옮긴 것은 전적으로 '아이웨어' 시장의 가능성을 봤기 때문이다. 정상원 이스트소프트 대표의 삼고초려도 빛을 발했지만, 그 밑바탕에는 이스트소프트의 인공지능(AI)-증강현실(VR) 기술이 있었다. 전 이사는 "라운즈와 라운즈몰은 혁신적인 기술 바탕 위에 만들어져 애플코리아 홈페이지 피쳐드 외에도 애플 앱스토어 평점이 4.8점에 이르는 등 이용자 반응이 뜨겁다"면서도 "기술과 서비스는 훌륭하지만, 젊다는 느낌이 많지 않았기에 내가 할일이 있어보였다"고 설명했다. 

 

애플코리아 홈페이지에 소개된 이스트소프트 라운즈 / 사진 = 애플
애플코리아 홈페이지에 소개된 이스트소프트 라운즈 / 사진 = 애플

 

이스트소프트는 지난 2018년 6월, 자회사 딥아이를 출범, 가상피팅 안경쇼핑앱 라운즈를 내놨다. 라운즈는 스마트폰 카메라로 이용자의 얼굴을 촬영, 딥러닝 기술을 통해 얼굴을 정밀하게 인식해준다. 얼굴 탐지와 특징점 추출, 3D 정보 추출 등 AI 신기술을 대거 접목해 다양한 각도와 밝기의 환경을 고려, 자신에게 가장 잘 어울리는 안경을 찾아준다. 오프라인 안경점에서 일일이 자신에게 어울리는 안경을 써볼 필요없이 스마트폰 하나로 해결이 되는 것이다.

딥아이는 라운즈 앱에 국내 1000여개 안경 브랜드 상품을 입점시키는 한편, 온라인 쇼핑몰(라운즈몰)과 오프라인 매장 '라운즈' 강남점과 판교점을 잇따라 오픈하며 온-오프라인 연계 사업에도 속도를 내왔다. 특히 국내 안경 유통시장의 경우, 마땅한 온라인 경쟁자가 없어 빠르게 시장을 키워가는 모습이다. 모바일 빅데이터 플랫폼 아이지에이웍스 모바일인덱스에 따르면 3월 기준, 라운즈 앱 설치자는 5만여명(안드로이드+iOS)에 달한다. 

이에 대해 전 이사는 "아이웨어 시장의 무궁무진한 발전 가능성에 딥아이의 경쟁력을 확인하면서 브랜드를 보다 젊게 만들어야겠다는 생각을 했다"면서 "온라인에 최적화된 방식으로 지금의 경험을 개선하는 것이 나의 목표"라고 강조했다. 

사진 = 29CM
사진 = 29CM

'안경잽이'가 뛰놀 수 있는 공간을 만들어줄게 

전 이사의 대표작으로 꼽는 것은 바로 29CM의 '루시'다. 루시는 쇼핑앱 29CM의 푸시메시지로 기존 광고 메시지와 달리, 의인화된 특정 캐릭터가 말을 거는 콘셉트로 제작됐다. 일종의 가상인격인 셈. 보기만해도 짜증나는 푸시메시지와 달리 루시는 이용자의 마음을 헤아리고, 어루만지며 위로의 수단이 되기도 했다. 이후 29CM의 방문객은 폭증했다.

전 이사는 "루시의 페르소나를 잡고 29CM 페르소나와 일치하도록 주력했고, 이후 20CM에 사는 루시라는 아이가 고객들에게 안부를 묻고 음악을 추천해주는 형식으로 바꿔나가며 이용자의 호응을 이끌어냈다"고 말했다.

라운즈에서도 이같은 그의 노하우가 십분발휘될 예정이다. 전 이사는 "라운즈의 브랜드를 날카롭게 만들어 사람들에 알리고 브랜드를 성장시키는 것이 단기 목표"라고 말했다. 이를 위해 전 이사가 내선 라운즈의 브랜드 미션은 '모든 지구인들이 다양한 아이웨어를 사고 쓰는 것을 즐겁게 만든다'라는 것이다. 그는 "구체적으로는 온라인에서 자유롭게 안경을 써볼 수 있다는 것을 중점으로 브랜딩을 진행할 계획"이라며 "구체적인 전략은 공개할 수 없지만 기존에 안경을 사고파는 방식을 확 바꿔나갈 생각"이라고 강조했다. 

 

전우성 이스트소프트 딥아이 이사 / 사진 = 이스트소프트
전우성 이스트소프트 딥아이 이사 / 사진 = 이스트소프트

韓 '안경시장' 3조 규모...그런데 생각나는 브랜드 있어?

전 이사는 "라운즈라는 브랜드를 어떻게 개성있고, 멋진 브랜드로 만들 수 있느냐가 중요하다"면서 "국내에는 아직 안경 몰에 대한 브랜드가 형성돼 있지 않다"고 강조했다.

실제 국내 안경시장은 소매점과 도매점으로 나뉘며, 소매점의 경우 특정 프랜차이즈 기반의 오프라인 매장과 G마켓, 쿠팡, 11번가 등을 통한 오픈마켓 형태가 일반적이다. 무신사나 29CM 등 온라인 편집샵이 아이웨어 쇼핑몰에 눈독을 들이고 있지만, 기본적으로 일일이 안경을 써보고 구매하는 현재의 시장 구조와는 맞지 않다.

이에 대해 전 이사는 "안경 구매는 필요에 의해 찾아서 사는 정도로 시장이 형성돼 있고, 떠오르는 브랜드가 없기 때문에 브랜드 형성이 중요하다"면서 "혁신 기술 기반으로 불편함 해소, 여기서 얻는 만족감과 즐거움이 우리의 브랜딩 전략"이라고 강조했다. 시장이 무주공산인 만큼, 브랜딩 전략을 앞세워 시장선점을 노리겠다는 각오다.  

이를 위해 이스트소프트는 관련 인력 채용에 팔을 걷고 나선 상태다. 전 이사는 "브랜드가 성장하는 모습을 보는 것이 저에겐 멋진 경험이었다"면서 "저와 함께 라운즈의 브랜드 마케팅을 주도할 친구들이 많이 합류해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수호 기자 lsh5998688@techm.kr

관련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