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이스북, VR·AR 기술 개발 청사진 제시
VR 키보드부터 AR 글래스까지...
애플·마이크로소프트 등 참전, 경쟁 치열

/ 사진 = 페이스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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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나리오를 한 번 생각해보도록 하겠습니다. 동네 카페에서 업무 처리를 한다고 가정해봅시다. AR 글래스와 소프트 손목밴드를 착용한 당신이 카페 안으로 들어섭니다. 그때 가상 어시스턴트가 묻습니다. '아메리카노 주문할까요?' 손가락 클릭으로 '아니오'라고 대답합니다. 자리에 앉은 당신은 이제 업무를 봐야합니다. 노트북 대신 소프트장갑을 꺼내자 완벽한 가상의 워크 스페이스가 등장합니다. 눈앞에 펼쳐진 가상 스크린과 가상 키보드가 보이시나요? 이제 업무를 시작합시다.

페이스북이 17일(현지시간) 온라인으로 진행한 'APAC 인사이드 더 랩(Inside the Lab) 미디어 세션'에서 차세대 'AR 글래스와 손목밴드'를 선보이며 제시한 미래 모습이다. 이날 페이스북은 AR 글래스와 손목밴드에 연동되는 사용자 인터페이스(UI)를 소개했다. 

특히 눈앞에서 생생하게 펼쳐지는 VR 키보드와 스크린 등 다양한 활용 가능성까지 제시해 눈길이 쏠렸다. 20년전 개봉한 영화 마이너리티 리포트에서 톰크루즈가 허공의 디스플레이를 조작하는 모습과 비슷한 장면이 눈앞에 펼쳐졌다. 해당 기술로 구현된 차세대 컴퓨팅 플랫폼을 바탕으로 페이스북은 '메타버스' 시장을 선점하기 위해 속도를 낼 전망이다.


VR 키보드부터 AR 글래스까지

이날 페이스북 리얼리티 랩스(FRL) 연구진은 가상·증강현실(VR·AR) 사업영역 확대를 위해 '핸드 트래킹' 시스템 개발에 집중해왔다고 밝혔다. 핸드 트래킹은 컨트롤러 없이도 VR·AR 환경을 조작할 수 있는 동작 인식 기술이다. 이 기능을 통해 사용자는 별도의 컨트롤러 도움 없이 사용자 인터페이스(UI) 시스템을 다루고 웹을 탑색할 수 있다.

페이스북은 이 기능을 AR 글래스와 손목밴드에 연동시켜 구현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손목을 통한 신경 신호를 바탕으로 UI를 구축하며 가상 스크린과 키보드를 이용한 타이핑 기술까지 재현하겠다는 구상이다. 예컨대, AR 글래스와 손목밴드를 착용하면 눈앞에 VR 키보드가 펼쳐지며 손가락을 가볍게 움직이는 것만으로 물리적인 타이핑이 가능한 것 등이 있다.

/ 사진 = 페이스북 제공
/ 사진 = 페이스북 제공

손목의 움직임을 정확하게 파악하기 위해 최소 마찰의 입력(ULF), 손목 기반 근전도 검사법(EMG) 등 기술 개발에도 속도를 내고있다. ULF는 인공지능(AI)이 직접 주변 상황을 제어하는 기술이다. EMG는 근육 세포에서 발생하는 위치에너지를 감지해 이를 행동으로 바꾸는 기술이다. 두 기술을 통해 손목의 움직임을 바로 사용자 인터페이스와 연결시킬 수 있다.

사용자 맞춤형 가상 공간(인터페이스)은 '지능형 클릭(Intelligent Click)'과 '햅틱 피드백(Haptic Feedback)' 기술로 구현될 전망이다. 지능형 클릭은 UI 시스템이 사용자 맞춤형 동작을 추천하면 간단한 클릭만으로 이를 실행할 수 있는 기술이다. 예컨대, 카페에 갔을 때 평소 주문하던 커피를 자동으로 추천받고 이를 간단한 클릭 동작으로 선택하는 것 등이 있다. 

햅틱 피드백은 정보에 따른 맞춤형 진동을 통해 사용자에게 자극을 보내는 인터페이스 기능이다. 메시지 알림과 커피추천 알림이 다른 진동으로 사용자에게 전달되는 것을 생각하면 된다. 향후 길의 방향을 진동으로 제시하는 햅틱 네비게이션, 메시지를 빠르게 전송할 수 있게 하는 햅틱 이모지 등 다양한 영역으로 확장할 계획이라고 페이스북은 밝혔다.


페이스북, 메타버스 시장 '정조준'

페이스북이 VR·AR 기술 개발에 속도를 내는 것은 차세대 플랫폼 시장, 즉 '메타버스' 시장을 선점하기 위해서다. 마크 저커버그 페이스북 최고경영자는 VR·AR 기술력을 차세대 컴퓨팅 플랫폼 핵심 역량으로 주목했다. 이어 하드웨어·소프트웨어·콘텐츠 등 메타버스 생태계에 필요한 모든 연구를 지속해왔다. VR과 AR 연구 부서를 FRL으로 통합시킨 것도 메타버스 사업에 힘을 실기 위함이다.

메타버스는 VR·AR 기술을 접목한 '초연결 초실감 디지털 세계'를 의미한다. 스마트폰의 바통을 넘겨받아 차세대 컴퓨팅 플랫폼이 될 것으로 예상돼 시장의 관심이 고조되고 있다. 실제 시장조사기관 스태티스타는 2021년 AR, VR, MR(혼합현실) 등의 시장 규모는 307억달러(35조원)에 달하고, 2024년에는 전체 시장 규모를 3000억달러(341조5000억원)로 예측했다.

VR 관련 자료사진 /사진=디미닛 제공
VR 관련 자료사진 /사진=디미닛 제공

현재 페이스북은 메타버스 시장에서 선두를 달리고 있다. 자회사 오큘러스가 지난해 10월 출시한 VR 헤드셋 '퀘스트2'는 전세계 100만대 판매를 돌파했다. 하드웨어뿐만 아니라 콘텐츠 확보에도 박차를 가하고 있다. 현재 VR 게임 200여종을 오큘러스에 지원하고 있다. 가상세계 커뮤니티인 '호라이즌' 베타 서비스도 운영 중이다. 가상세계에서 아바타로 구현된 개인들이 소통하는 콘텐츠 플랫폼이다.

최근 애플, 마이크로소프트(MS) 등 글로벌 IT 공룡들이 AR‧VR 기술‧제품 개발에 본격 뛰어들면서 메타버스 시장 경쟁이 날로 치열해질 전망이다. 애플은 2022년초 VR·AR 헤드셋을 출시하고 2025년에는 AR 글래스를 출시할 전망이다. MS는 2015년 AR 기기인 '홀로렌즈'를 공개한 이후 지난해 혼합현실용 홀로그래픽 컴퓨터인 '홀로렌즈2'를 선보인 바있다. 최근엔 VR·AR 플랫폼 '메시(Mesh)'를 공개했다.

이영아 기자 twenty_ah@techm.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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